미국을 떠난 지 거의 9개월 만에 LA 본사 KOLABS에 왔다. 비행기 타는 걸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면 자주 안 오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LA 날씨와 캘리포니아의 여유 있는 삶이 참 좋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었다. 미국을 떠나면서 내 파트너 John과 스트롱의 일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내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고, John이 미국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투자사들과 연락을 완전히 두절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는 파트너가 미국 회사들과 일을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한국 회사들과 더욱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 미국 본사 규모는 약 150평이다. 공간이 꽤 크기 때문에 이 안에는 우리 투자사뿐만 아니라 한인들이 창업한 LA 기반 스타트업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투자사가 한국 과자를 월정액제로(=subscription)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스낵피버이다. 오랜만에 스낵피버 팀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 회사가 단기간 안에 달성한 성장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내가 9개월 전 LA를 떠날 때만 해도 스낵피버의 월 매출은 1~2천만 원 정도였다. 우리가 투자했지만, 실은 “한국 과자를 미국 사람들이 사 먹을까?” , “먹어도 얼마큼 먹을까?”라는 의구심을 나는 항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 참고로 스낵피버 고객의 90%는 미국인이다. 교포들도 아니고 완전 미국인들 – 2천만 원 어치의 한국 과자를 판매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한계라고 생각도 가끔은 했다.

그런데 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내 편견을 이 팀은 보기 좋게 깨줬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2~3년 후에 스낵피버가 한국 과자를 년간 50억 원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바퀴벌레같이 시작한 이 작은 스타트업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만드는 과자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50억 원 어치 팔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실은 농심이나 롯데 미주 지사장들도 깜짝 놀란다. 본인들이 한국 과자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못 하고 있고 – 실은 해보지도 않았겠지만 – 그러므로 안 될 거로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했던 것이다.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유니콘 회사가 얼마 전에 LA에서 탄생했다. 저가의 남성 면도날을 월정액제로 판매하는 Dollar Shave Club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도 창업한 LA의 스타트업이고, 창업 초기부터 알고 있던 회사지만 싸구려 면도날 파는 회사가 팔아봤자 얼마만큼 팔까 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했다. 이 회사가 5년 만에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1조 원에 최근에 인수되었다. 이 역시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해준 좋은 예다.

투자자인 나도 의심을 하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비즈니스가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면 나도 많은 걸 배운다. 아무리 안 될 것 같은 사업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내가 굳게 믿고, 그 믿음을 꾸준히 실행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된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고, 우리 투자사들한테 항상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