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며칠 전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쉬면서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었지만, 두 권을 읽었다. 이 중 내가 공감했던 내용이 많았던 ‘The ONE Thing’ 이라는 책을 꽤 흥미롭게 읽었다. 내용이 특별히 새롭지는 않았고, 이미 여기저기서 주워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를 잘 해주었다. 책의 핵심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정작 본인한테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잘 파악해서 이와 관련된 것에만 집중해야지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이 일이 나한테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와 연관되어 있는가?”를 물어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미루거나 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실은 요새 내가 살려고 하는 삶의 철학이 이 책의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 우리의 인생이지만 안 그래도 짧은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나한테 중요한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 데 나를 비롯한 내 주변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 보다는 남을 위한,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다. 실은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일을 하면서 “이게 나한테 어떤 가치가 있지?”를 물어보기보다는 “이걸 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이걸 하지 않으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질문했던 거 같다. 그리고 진정 나한테 중요한 일과는 상관없고, 나한테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을 빼앗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받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했던 거 같다.

한 5년 전부터인가? 나는 이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나한테 진짜로 중요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정말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일을 하는데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말만큼 쉽지는 않더라. 나같이 여러 이해관계자와 같이 일을 해야 하는 VC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부탁도 많이 받고, 또 부탁도 많이 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 다는 건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나는 아직도 이 세상을 내 맘대로 살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나한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고,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 밀리는 일은 일단 거절하거나 미루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더 중요한 일이라면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분은 나한테 똑같은 부탁을 여러 번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고민도 하지 않고 너무 단호하게 거절한다. 미안하지만 이보다는 내가 당장 해야 할 일, 그리고 나한테 개인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우리 서울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에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정말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구글캠퍼스 들렸으니 커피 한잔 하자는 분들이 정말 많다. 미안하지만 가능하면 거절을 한다. 이분들한테는 커피 한 잔이지만, 나는 이런 분들과 하루에 커피를 10잔 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나한테 정말 중요하고, 내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을 못 하게 된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건 우리 투자사들과 같이 일하고 새로운 회사들을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에서 말 한 분들을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고, 모두 다 기쁘게 해주고 싶지만, 일단 나한테 중요한 일을 처리해서 나 자신을 먼저 기쁘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은 이렇게 나 자신만의 목표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이 초점만을 위해서 사는 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서 욕도 많이 먹는다. 어떤 분은 나를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나를 나쁜 놈이라고 평생 욕할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할 수도 있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면 이런 게 걱정이 되겠지만, 이제 나는 그 단계는 지났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 그리고 남한테 가끔 욕을 먹는 행동에 대해 나는 절대로 해명하지 않는다. 내 인생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굳이 남한테 허락받거나 정당화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인생을 살고 있거나,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쓴다면 기쁘게 해주지 못할 단 한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고, 이렇게 인생을 산다면 정말로 가치 없는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