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다른 투자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이야기를 잠깐 했다. 이 분이 그 회사 이름을 듣자마자, “어, 그 회사 힘들지 않나요? 요새 언론에 전혀 들리는 이야기도 없고, 다른 투자사들도 별로 언급을 안 하는 거 같아서 망한 줄 알았어요.”라고 하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본질과 겉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회사는 잘하고 있다. 매출도 증가하고, 재구매 고객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벌다 보니, 특별히 새로운 펀드레이징이 필요 없어서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지 않고, 대표이사의 성격상 언론을 통한 마케팅을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시간도 없고) 미디어에서 소식을 잘 못 듣는 것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고객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기존 고객과 시장과 소통하는 걸 이 팀은 회사의 미션으로 삼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시장이 확장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기면서 우리는 점점 본질보다는 언론에 비친 이야기와 모습들을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거 같다. 매일 들려오는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은 마치 투자를 받은 회사는 이미 성공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물론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들이 투자를 받지는 않을 것이고, 투자를 못 받는 회사들보다는 뭔가 잘하고 있으니까 남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투자와 회사의 바람직한 성장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기업이 잘하고 있다고 판단을 받으려면 고객을 만들고, 이 고객들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이런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투자를 받지 않으면 미디어에 노출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이 회사들이 잘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추세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언론에 노출되려고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게 요새 너무 많이 보인다. 남들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보면 헛짓거리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의미도 없는 제휴, 소위 말하는 ‘콜라보’, 인상적이지 않은 수치 달성 등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가끔은 웃음밖에 안 난다. 저런 기사 만들고,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 나간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에 본업에 충실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항상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언론에 한 번도 노출이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성장을 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는데 이런 조용한 회사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도 모두 이런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