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무리할 투자가 하나 있는데, 이 회사와 계약서 관련 협의를 하다가 스톡옵션 풀 이야기가 나와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의 투자 계약서를 보면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라는 항목이 있는걸 종종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이걸 스톡옵션풀이라고 한다. 이는 전에 내가 설명한 미국에서 말하는 옵션 풀과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한국 계약서의 스톡옵션 풀은 투자 후 발행될 때마다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되지만,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 풀은 프리머니 밸류에 이미 반영된 상태에서 투자가 집행되기 때문에 옵션이 발행되어도 투자자들의 지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에 사용한 예를 그대로 정리해서 다시 사용해보면,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라서 매출도 없지만, 팀과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청담파트너스라는 VC가 프리머니밸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회사에는 90,000주가 발행되어있기 때문에, 당연히 주당 1만 원(9억 원 / 9만 주)이라고 대표는 생각했는데, 투자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니 주당 가격은 8,333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미 전 포스팅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주당 가격이 1만 원이 아니라 8,333원인 이유는 정확하게 말해서 이 투자 조건은 “프리머니 밸류에이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하지만, 이 프리머니 밸류 9억 원에는 포스트머니 밸류 10억 원 기준 15%의 옵션 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투자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건 “이 스타트업의 현재 가치는 7.5억 원입니다. 그런데 1.5억 원 규모의 신규 옵션을 만들고 이 가치에 더해서 최종적으로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는 9억 원이라고 합시다.” 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투자 전 주식 가격이 1만 원이 아니라 8,333원이 되는 것이다(7.5억 원 / 9만 주).

한국은 아직 이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본 한국 투자계약서에는 옵션풀이 없지만, 미국 VC에 투자를 받으면 거의 100% 이 옵션풀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옵션 풀의 효과는 투자자한테는 유리하지만, 피투자 기업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

일단, 옵션 풀은 보통주주만 희석시킨다. 포스트머니 밸류에 옵션풀이 포함된다면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 희석시키지만,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를 기반으로, 프리머니 밸류에 포함된다. 그래서 주로 보통주를 갖게 되는 창업팀과 직원들만 희석된다.

둘째, 옵션 풀은 생각보다 더 많다. 위 예에서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 기준으로는 15% 지만, 프리머니 밸류의 16.7% 이다(1.5억 원 옵션 / 9억 원 프리머니 밸류). 그 이유는 이미 설명한 대로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 기준으로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프리머니 밸류에서 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Series B 투자 전에 회사가 매각되면, 미발행 또는 vesting 되지 않은 옵션은 자동으로 취소되면서 기존 투자자들한테 지분율대로 재분배되는데, 이는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한테 해당한다. 즉, 옵션풀이 만들어질 때는 보통주주들만 희석이 되었지만, 남은 옵션들이 재분배되면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보통주주들이 손해를 본다.

미국 투자자와 협상할 때 옵션 풀을 완전히 빼는 건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작게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옵션 풀은 한국 계약서의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명심하도록.

-참고: Option 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