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의 차별화 전략이 쉽지 않다는 내용에 관해서 썼다. 여기서 이미 말했듯이, VC가 창업가한테 물어보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차별화 전략에 관해서이다. 디캠프에서 매달 하는 디데이나, 피칭-심사위원 포맷의 데모데이 참석 경험이 있다면, 가장 자주 들리는 질문이 “이 비즈니스가 다른 비슷한 비즈니스와 다른 게 뭔가요?”일 것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만족스러워하는 심사위원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 것이다.

그런데 내가 투자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벤처투자야말로 과거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모델이 바뀌지 않았고, 차별점이 거의 없는 사업이다. 실은, 남의(=LP)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VC의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똑같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해마다 총 펀드의 2.0% 정도를 운용비로 사용하고, 투자금이 회수되고, 출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준 후에도 돈이 남으면, 이 중 20% 정도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이를 흔히 2/20 법칙이라고 하는데, 이 숫자는 펀드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모든 VC 펀드는 이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고 있고, 이 모델은 과거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 즉, 항상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 전략을 주장하는 VC야말로, 차별화되지 않은 모델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물론, 많은 VC가 나름 차별화 전략과 모델을 갖고 있다고 주장을 하고, 이 중 몇 투자자는 정말로 남들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스트롱의 차별점은 한국과 미국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한국 회사의 미국 진출을 돕고, 미국 회사의 한국/아시아 진출을 돕는 것이지만, 이와 비슷한 전략을 가진 펀드들이 요새는 상당히 많다. 이러다 보니 특정 분야 또는 특정 단계의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생기고, 많은 VC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은 운용보수와 성과보수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러한 이유로 우리 같은 투자자도 펀드를 만드는 게 힘들고, 성공하는 건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다. 창업가가 VC한테 피칭하면, 다른 스타트업이랑 다른 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거와 같이, 우리 같은 VC도 돈을 주는 LP한테 피칭을 하면, 다른 펀드/VC랑 다른 점이 뭐냐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나도 첫 번째 펀드를 만들 때는 출자자분들한테 남들보다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했지만, 창업가가 VC에게 이런 말을 할 때 잘 안 통하는 것처럼, LP들한테도 잘 안 통했다. 결국, 우리 같은 VC도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숫자로 보여줘야 하므로, 모두 다 똑같은 배에 탔고, 모두 다 똑같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