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나 혼자 할 때보다 다른 회사랑 같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위해 많은 회사가 파트너십을 통한 제휴나 소위 말하는 콜라보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런 게 초기 스타트업한테는 득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다.

초기 스타트업이 제휴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워낙 작고, 돈이 없으니까, 다른 스타트업이나 조금은 더 큰 기업의 힘을 빌려서 홍보와 고객획득을 더 저렴하고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자신의 역량이 부족한 이 시점에 남의 역량을 leverage 하는 이 전략은 내가 보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단,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잘 모르는 두 스타트업의 콜라보이다. 둘이 워낙 작지만, 타겟고객층이 비슷하면, 그래도 혼자 하는 거 보다 둘이 같이 뭔가 하면 그 효과는 조금 더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하지만, 이 파트너십은 시작도 하기 전에 결과가 너무 뻔하다. 두 회사가 서로한테 바라는 것만 있지, 줄 수 있는 건 없다. 서로에게 도움은 안 되고, 제휴를 준비하는데 들어간 돈과 시간만 낭비된다.

다른 형태의 제휴는 매우 큰 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의 규모와 트래픽을 활용해서 작은 스타트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거다. “우리 제품을 매주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형 플랫폼을 통해서 판매할 수 있는 대박 기회”라는 기대를 하고 열심히 준비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그 결과에 대해선 상당히 불만족스러워한다. 실은 이런 형태의 제휴는 큰 회사에는 좋다. 어차피 롱테일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덩치가 큰 회사는 이 많은 작은 스타트업의 상품이 하나씩만 팔려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잘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구색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대형 플레이어들과 제휴하려면,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고, 항상 이 큰 회사의 정책에 끌려다니다 보면 우리보다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 한쪽만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이런 불균형이 발생한다. 또한, 작은 스타트업은 이 제휴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형 플랫폼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고, 그러다 보면 실제 해야 할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

두 개의 대형 기업이 제휴하면, 이건 성공확률이 조금 더 높다. 양쪽 모두 상대방이 갖지 않은 걸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동등한 파트너십이 가능하다. 다만, 서로 자존심이 강하고, 각자 원하는 걸 주장할 수 있는 덩치가 있으므로 제휴 조건 조율에 애먹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제휴를 제대로,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하려면, 결론은 우리가 잘 돼야 지만 가능하다. 그래야지만, 우리도 남이 원하는 걸 갖게 되고, 이게 우리의 힘과 협상력이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게 더 크고, 남의 힘을 이용하려고만 하면, 우리가 항상 아쉬운 처지에 놓이게 되고, 이렇게 되면 동등한 파트너십은 만들어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