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떻게 잘 되지 않는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오늘은 이와 비슷한 내용이다. 얼마 전에 이제 처음으로 본인의 펀드를 만들기로 한 후배 VC가 찾아왔는데, “형님은 어떻게 남의 돈 받아서 펀드를 만들었나요? 난 지금 해보니까, 이거 장난이 아니던데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첫 번째 펀드를 만든 지 이제 5년, 그리고 두 번째 펀드를 만든 지 1년이 지났는데, 나도 실은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봤다. 존이랑 나는 어떻게 이 많은 돈을 남한테 받아서, 펀드를 만들었을까?

남의 지갑을 열어서 돈 받는 거 정말 힘들다. 실은 엄청 힘들었고,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건, 가장 간단했던 거 같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 있었고, 얻고 싶은 게 있었고, 이걸 하기 위해서 우린 열심히 문을 두드렸고, 구했다. 그냥 간절히 바라기만 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있진 않았다. 실은, 세상이 만만치 않아서, 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우린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내가 만나는 early stage 창업가는 대부분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과거에 뭐 하나 이룩한 게 없는, 처음 창업하는 젊은 친구들이다. 실은, 이렇게 남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면, 그만큼 절실해야 하는데, 많은 분이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아니, 어쩌면 속으로는 절실함이 폭발할지도 모르지만, 겉으로 봐서는, 그냥 뭔가 본인들이 바라는 일이 현실이 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한다.

벤처를 하다 보면, “저게 될까?” , “저 사람이 과연 나를 만나줄까?” , “내가 이런 소리 하면, 욕만 먹겠지?”라는 의구심이 매일 든다. 그리고 항상 과거에 이런 게 잘 안되었던 경험을 먼저 떠올리면서,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쪽팔리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는걸 대부분 선택한다.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하는 창업가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 거 같다. 또는, 상대방이 내 의도를 잘 아니까, 그리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니까, 그리고 이 세상에 아직 정의라는 게 존재한다면,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다.

현실은…이렇게 가만히 기다리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가서 물어보거나, 구하면 된다. 물론, 그래도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가끔 구하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If you don’t ask, you don’t get, and somebody else 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