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recovery나는 투자자로서 창업가들한테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고 한다. 그동안 남이 하던 방식대로만 하면, 결과는 항상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제 투자에서는, 나는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투자자도 비슷할 거 같은데,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회사를 접했을 때는 항상 고민한다. 내가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잘 모르지만, 투자를 하면서 이 분야에 대해서 배울 것인가가 근본적인 질문인데, 이게 우리 같이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는 작은 펀드에는 항상 어렵다. 큰 펀드면,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인력을 채용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려면,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발로 뛰어다니면서 물어보거나, 아니면 이 분야를 잘 알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공동투자자와 같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스트롱같이 투자하는 대부분 회사에 첫 번째 돈을 집어넣는 초기 VC라면, 그렇게 같이할 수 있는 공동투자자도 없으니까 더욱 고민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는 웬만하면 투자하지 말자”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뭐, 이유는 명확하다.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투자해도 거의 다 잘 안되는 이 마당에, 굳이 내가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는 건 너무 무모한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한 분야에 투자해서,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된 VC 중 이런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선배들이 많다. 하지만, 투자라는 게 쉽지 않아서 한 분야를 정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 분야에 오래 투자한 경험 있는 VC의 선택이, 이제 투자를 막 시작한 신참 VC의 선택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업계이기에, 한 분야에만 죽어라 투자한다고 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이 반대의 접근 방법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더 효과가 없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많이 듣고, 관련 기사도 읽다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지는 않지만, 투자할 때 최소한 뭘 봐야 하는지 정도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투자라는 게 재미있고 예측불허인 거 같다. 망할 것 같던 회사가 대박 나고, 대박 날 것 같은 회사가 망하는 걸 우리 모두 여러 번 봤고, 대부분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 전에 82 Labs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광파리 센터장님이 이 회사와 창업가 Sisun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신 적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Morning Recovery라는 미국판 ‘여명808’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이다. 물론, 우리의 희망은 Red Bull과 같은 왕국을 만드는 것이지만, 역시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 회사를 처음 접했을 때도 위에서 말한 고민을 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tech에 투자하는데, 이 회사의 본질은 F&B, 유통, 리테일, 그리고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도 있고, 디지털비즈니스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분야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비즈니스였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존이랑 여러 번 이야기했고, 결정이 왔다 갔다 했다. 우리가 투자하면, 이 회사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무엇을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나는 유통, 리테일, 브랜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F&B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거라고는 먹고 마시는 거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내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철학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했고, 투자를 집행했다. 다른 건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한테 투자하자’라는 우리의 방향과는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교포인 82 Labs의 창업가 Sisun Lee는 이전에 Facebook, Zynga, Uber와 Tesla에서 product management 경험을 했는데, 몇 번의 대화와 만남을 통해서 이 친구가 이런 좋은 경험을 살려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실은, 이런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하고 싶다는 분들이 그동안 없었던 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사람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만들고, 좋은 사람을 채용해서 키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강하게 갖게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우리도 많이 배우고, 비즈니스도 잘 되는, 그런 성공적인 실험이 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Morning 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