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내가 매출 대비 펀딩 비율이라는 수치에 대한 짧은 포스팅을 올렸다. 요새 내가 회사들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계산해보는 부분인데,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회사가 고생하는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실은 스타트업이 펀딩을 얼마나 많이 받냐도 중요한 지표다. 회사의 성장이 좋고, 시장의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대표이사의 능력이 좋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펀딩을 많이 받는다고 이 회사가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은, 이와 반대인 경우를 훨씬 더 자주 보는 거 같다.

더 중요한 건, 펀딩을 많이 받으면, 그 돈으로 그만큼 스스로 매출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엔진을 회사에서 만들 수 있냐인 거 같다. 어떤 회사는 적은 펀딩으로 매출을 많이 만드는 ‘연비’가 높은 엔진을 만들었고, 어떤 회사는 엄청난 펀딩으로 매출을 그만큼 만들지 못하는 연비가 낮은 엔진을 달고 있다. 그리고, 펀딩을 아무리 받아도 매출을 아예 못 만드는 연비=제로인 회사도 많다. 물론, 매출만이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매출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성장에만 집착하고 집중하는데, 이건 회사마다 전략의 문제일 거 같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고, VC마다 회사로부터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황금 법칙은 바로 “매출 펀딩이 최고의 펀딩(revenue funding is the best funding)” 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최고의 펀딩은 스스로 매출을 만들어서, 이 매출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다. 이러면, 우리 같은 VC는 할 일이 없어지겠지만, 나도 항상 회사들에 최고의 펀딩 전략은 펀딩을 받지 않는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은, 이렇게 하는 회사를 간혹 만나지만, 현실은,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이 개념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매출을 만들기보단, 외부 투자자의 돈으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

내가 만약에 투자가 아니라 실제로 창업을 한다면 따라 하고 싶은 회사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메일침프다. 스타트업 대표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실은 메일침프의 메일 발송 서비스를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은 자영업자가 애용하는 서비스다. 얼마 전에 포브스에서 메일침프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아 정말 이런 회사를 만든 창업가들이 너무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현재 5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고, 해마다 7,000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서 흑자 전환을 오래전에 한, 실리콘밸리도 아니고 캘리포니아도 아닌,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메일침프는 회사 창업 후 단 1원의 외부 펀딩도 받지 않았다.

전형적인 revenue funding을 하는 회사인데, 내가 창업을 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고, 투자해도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물론, 이런 회사만 있다면 우리 같은 VC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