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걸 인터넷이 가능케 한 많은 비즈니스가 있지만, 그중에서 나는 마켓플레이스가 인터넷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글도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아직도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요새 계속 좋은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운영할 계획을 하는 팀을 만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를 운영해봤거나, 이런 비즈니스를 많이 본 투자자는 잘 알 텐데, 마켓플레이스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공식 같은 게 존재하는 거 같다(물론, 비즈니스마다 다르고, 누가 하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양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면을 더 집중해서 성장시키고, 어떻게 하면 양쪽을 매칭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지에 대해서 이미 우리보다 전에 실험을 많이 한 사례들이 전 세계에 널려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량적, 정성적인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이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느끼는 점이 또 하나 있다. 우리 투자사 숨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면서 생각을 하면서 배운 내용이다. 우버는 공급(택시 운전자)과 수요(승객)를 적절하게 잘 매칭해주는 효율이 좋은 매칭엔진을 잘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인데, 특히 공급선을 잘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전문 택시기사들이 아니라, 일반 운전자들이 공급선이 되는데, 이 사람들은 우버라는 마켓플레이스가 없으면 다른 곳에서 돈을 벌 수가 없다. 원래 다른 일을 하거나, 택시가 업이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운전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고 싶으면, 무조건 우버를 – 또는 리프트와 같은 비슷한 서비스 –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우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대체재가 없는 마켓플레이스를 독점할 수 있다.

수”인 전문가와 이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을 매칭해주는 우리 투자사 숨고도 공급과 수요를 적절히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지만 우버와 같은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한 플랫폼은 아니다. 숨고에 올라와 있는 피아노 선생, PT 선생 또는 배관수리공들은 이미 본인들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다. 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숨고가 없어도 이분들은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분들이라서, 숨고에 온보딩을 시키려면, 기존에 혼자 하던 것 보다 숨고를 통하면 더 많은 고객을 찾고,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즉, 이미 잘하고 있던 비즈니스를 더 잘하게 만들어야지만 숨고의 가치가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요새 마켓플레이스를 볼 때, 여러 가지를 보지만, 이 마켓플레이가 없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한다. 대체재가 없는 우버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할 때 훨씬 더 강력한 매칭 엔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