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사람들이 운용하는 벤처펀드는 큰 맥락에서 보면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하는 펀드인데, 얼마 전에 누가 헤지펀드랑 벤처펀드에 대해 물어봐서 – 그리고 이 질문은 꽤 자주 받는 질문이라서 – 대충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이 두 펀드의 차이점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만 몇 자 적어본다.

일단 두 펀드 모두 공모가 아닌 사모를 통해서 LP라고 하는 출자자(=펀드에 투자하는 사람 또는 기관)들로부터 돈을 모집하고, 모집한 펀드에서 투자도 하고, 월급도 받고 비용도 집행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동성의 차이인 거 같다. 스트롱벤처스와 같은 벤처 펀드는 “약정”의 개념을 사용하는데, A 기관이 우리 펀드에 10억 원을 약정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사용해보겠다. 미국 벤처 펀드의 기간은 주로 10년이다. 즉, 나 같은 펀드매니저들이 LP들로부터 약정받은 금액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투자 집행하고, A라는 기관이 약정한 총 10억 원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특정 시점에 필요한 금액만큼 달라고 한다. 그리고 펀드에 출자한 LP들은 본인들이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본인이 원할 때 이 약정한 금액을 다시 돌려받을 수가 없다. 즉, 벤처펀드는 유동성이 약하다는 의미이다. LP들이 낸 돈을 돌려받는 방법은,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exit을 하면, 그때 이 금액에 따라서 회수할 수 있지만 이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벤처펀드에 출자하면 최소 10년은 유동성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실은, 우리 같은 벤처펀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유동성이 없게 설계된 이유는 창업가들이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리스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

헤지펀드는 벤처펀드보다 유동성이 높은 편이다. 헤지펀드 LP들은 주로 출자 1년 후에 투자금 일부 또는 전부를 찾아갈 수 있고, 이와 비슷하게 펀드매니저들은 언제든지 새로운 LP한테 출자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 LP들이 계속 돈을 집어넣고, 빼가기 때문에 – “우리 펀드는 얼마짜리입니다”라고 하는 벤처펀드와 달리 헤지펀드의 운용자산규모는 유동적으로 항상 변한다. 그리고 시장이 좋지 않아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갑자기 LP들이 대거로 출자금을 빼달라고 하면, 헤지펀드 자체를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동성 말고 또 다른점은 아마도 펀드매니저들이 보수를 받는 구조인 거 같다. 일단 벤처펀드나 헤지펀드나, 우리같이 돈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은 흔히 말하는 2-20의 보수 시스템(전체 펀드의 2%가 관리보수, 20%가 성과보수)을 사용한다. 100억 원짜리 벤처펀드의 예를 들면, 100억 원의 2%인 2억 원의 관리보수로 펀드를 운용하고(월급, 월세, 출장, 경비 등), 투자를 잘해서 펀드의 원금 100억 원을 LP들에 상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원금을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가게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VC는 펀드에서 나오는 관리보수가 아니라 성공적인 투자 때문에 받게 되는 성과보수로 돈을 버는 직업이다. 이 2-20 시스템은 벤처펀드나 헤지펀드나 같지만, 벤처펀드의 관리보수는 펀드의 총 약정액을 기반으로 책정되며, 성과보수 또한 주로 총 약정액을 LP들에게 상환한 이후에 적용된다. 즉, 위의 100억 원의 펀드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상승해서 100억 원 펀드의 가치가 1조 원이 되어도 관리보수는 2억 원이며, 종이 상으로는 펀드의 가치가 1조 원이지만, 원금 100억 원을 LP들에게 상환하지 못했으면 성과보수는 0원이다.

헤지펀드는 조금 다르다. 분기마다 펀드의 NAV(Net Asset Value: 순자산가치)를 계산하고, 이 금액을 기반으로 관리보수가 계산된다. 벤처펀드는 펀드의 자산가치와는 상관없이 고정적인 관리보수를 가져가지만, 헤지펀드는 펀드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면 관리보수도 높아지고, 낮아지면 관리보수도 낮아진다. 헤지펀드의 성과보수는 원금 상환과는 상관없이 해마다 순자산가치의 종이 수익을 기반으로 계산된다. 벤처펀드는 LP들에게 종이 상 수익이 아닌 실제 수익을 배분해야지만 성과보수를 받게 되지만, 헤지펀드는 종이 상 수익이 발생해도 성과보수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위에서 말한 유동성과 보수가 아마도 벤처펀드와 헤지펀드의 가장 큰 차이 일 거 같다. 그리고 이런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벤처펀드 매니저들은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할 수 있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벤처펀드는 시장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오랫동안 투자를 집행하는 반면, 헤지펀드는 시장이 변할 때마다 사고팔기를 계속한다. 물론, 두 펀드 모두 LP들에게 큰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데,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서 선호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걸 자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