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였던 거 같은데,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22살의 종이접기 달인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됐다. 그냥 일반적인 종이접기가 아니라, “한장종이접기”라는 분야의 달인인데, 말 그대로 종이 한장을 자르거나 분리하지 않고, 도면 하나 없이 온전히 한 장을 접어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청년이었다. 일반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타쿠의 경지에 오른 이 젊은 친구가 한장종이접기 하는 걸 보면 정말 예술 그 자체였다. 원래 이 프로는 내가 보는 방송은 아니지만, 이날만큼은 TV에 눈을 고정하고 끝까지 다 봤다. 전에 내가 올렸던 텀블러 창업가 David Karp의 부모님같이, 이 친구의 어머니도 일반 한국 부모님과는 달리,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아들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이 친구가 여러 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호랑이 접기 였는데, 이 프로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하고, 여러 번 실패 후, 성공했다. 성공하면서 이 주인공은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죽을 때까지 종이접기를 할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종이접기를 제일 좋아하니까 그만둘 생각은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나한테는 울림이 매우 컸던 거 같다. 이 말을 하면서 이 청년의 얼굴에서 내가 봤던 그 뿌듯한 성취감과 기쁨의 표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 같다. 내가 일하는 이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창업가는 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티면서 계속 전진하지만, 이런 완벽한 성취감의 표정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즐기면서 일하고, 하는 일을 즐겨라”라는 말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고, 이게 틀렸다고 하는 전문가도 많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이 말이 틀렸다면, 내가 가장 가까이서 매일 보는 창업가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좋은 학교 나오고, 그 좋은 직장 다니다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으로 사업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다. 그래도 이분들이 힘든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하는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물론, 즐긴다고 다 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비현실적이고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일을 하려면, 최소한 그 일을 즐겨야 한다.

우리 집 앞에 내가 애용하는 이발소가 있다. 바버는 젊은 청년인데, 아직 경험도 적고, 돈도 별로 없어서, 좌석 3개짜리 미용실의 자리 하나를 바버샵으로 개조해서 운영하는데, 개업 첫날 부터 나는 다니기 시작했고, 이젠 꽤 친해져서 이발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이 친구도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독립해서 바버샵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고, 소위 말하는 unit economics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발소 같은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돈벌이가 이발사가 일하는 절대적인 양에 비례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와 같이 크게 확장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도 당연히 그 말을 잘 이해하고 있고 나한테 다음과 같을 말을 했다. “그렇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바버를 오랫동안 즐기면서 하려면 노동 자체를 즐겨야 해요. 노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바버를 절대로 오래 못 하죠.”

농구선수였던 서장훈씨는 일을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버릇처럼 반박하면서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장훈씨가 신체적으로 월등했지만, 농구선수로서의 커리어는 그렇게 빛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해서 그랬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