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여러 번 강조했고, 미팅 할 때도 나는 아주 공공연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경쟁사에 관한 내용이다. 너무 많은 대표가 경쟁사가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솔직히 어떤 대표는 본인 사업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보다, 경쟁사의 동향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게 경쟁사를 의식하고 있는데, 이런 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역사를 보면, 많은 회사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이 회사들이 망한 원인을 자세히 파악해보면, 경쟁사의 출현 때문에 사라진 회사는 거의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회사들이 망한 이유는 오히려, 경쟁사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말로 회사에 중요한 고객한테 쏟아야 할 관심과 힘이 빠지면서, 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경쟁사가 고객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시장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놓아도 놓치는 게 많은데, 24시간 경쟁사만 보고, 경쟁사 소식만 듣다 보면 우리는 경쟁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회사가 된다는 걸 많은 창업가가 잊고 있는 거 같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우리도 똑같이 가격을 내리고, 경쟁사가 유명 연예인을 이용해서 홍보하면, 우리는 그 연예인의 경쟁 연예인을 이용해서 광고를 만들고,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 비즈니스는 경쟁사의 비즈니스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던 비전과 원칙, 그리고 우리만의 엣지와 방향 자체가 다 무너져버리는 걸 나도 여러 번 본 경험이 있다.

이젠 좀 식상한 이야기가 됐지만, 경쟁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거 같다. 업계의 정설은,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주던 왕국 블록버스터가 망한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경쟁사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영화를 보고 싶을 때마다 자전거 타고 근처 블록버스터를 방문하는 게 참 귀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디오테이프를 한 번에 다 빌려서 기숙사에 쌓아놓고 장기간에 걸쳐 볼 순 없었다. 살인적인 연체료 때문이었다. $2.99를 내고 대여한 테이프를 5일 연체하면, 연체료가 $15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아예 돌려주지 않고 그냥 이사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게, 누가 봐도 너무 가혹한 연체료 때문에, 이렇게 블록버스터를 자주 이용하고 즐기던 고객들이 힘들어하는데, 수년 동안 이 정책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있었을 까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개무시하면서 이윤을 취하는 게 필요했을까 싶다. 고객의 불만이 쌓이는 동안, 넷플릭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대부분의 팀원이 이미 블록버스터의 고객이었고, 이들 또한 연체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고객의 생각과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넷플릭스 서비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라는 경쟁사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한다.

좀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말이 많은 타다와 택시의 대립 또한 나는 이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 산업은 타다를 무조건 경쟁으로만 보고 있고, 이 경쟁사에만 – 실은 경쟁이라고 보기엔 타다의 시장점유율이나 규모는 택시 산업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 –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택시 산업은 타다라는 경쟁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정말로 중요한 승객/고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왜 시장은 타다를 원하고, 타다를 타는지,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다. 택시에 대한 시장의 불만은 이미 수년 동안 존재했지만, 그 누구도 지금까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는데, 타다는 이걸 엄청나게 잘 했기 때문에 시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조합에 밀려서 타다가 없어진다고 해도,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고 경쟁사만 방해하는데 신경을 쓰는 택시 산업의 장래는 밝을 수가 없다.

경쟁사가 우리보다 더 잘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보면,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사와 경쟁하려면, 경쟁사만 따라 하지 말고,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정의해보고, 경쟁사가 아닌 고객한테 다시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