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하는 대표님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도 하드웨어 하는 회사에 몇 번 투자해봤는데, 참 어렵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드웨어 창업가들한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두 가지가 있는데, “Hardware is hard(하드웨어는 어려워요)”랑 “하드웨어로 돈 버는 회사는 딱 한 개 있는데, 애플이라는 회사다”이다. 그만큼 뭔가를 물리적으로 만들고, 이걸 판다는 게 어렵다는 뜻 인 거 같다.

그리고, 웬만한 제품은 중국이 아주 싸고 빨리 카피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비즈니스가 아니냐는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분이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100년 역사를 가진 독일의 하드웨어와 중국이 6개월 만에 카피해서 훨씬 싸게 파는 제품이 겉으로는 똑같이 생겼지만,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 그 허접함이 바로 탄로 난다는 이야기였다. 눈으로만 보면 동일하지만, 사람이 직접 사용해봤을 때 느끼는 그 미묘하고 정교하고 예민한 차이점이 – 별거 아닌 거 같지만 – 좋은 제품과 어설픈 제품을 차별화하고,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여기서 결정된다고 한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예를 들었느냐 하면, 독일은 0.1mm 차이에 신경을 쓰고, 일본은 0.3mm, 미국은 0.5mm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중국은 1mm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아직도 German engineering이라는 말이 하드웨어 쪽에서는 의미가 있고, 중국이 더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독일과 일본은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공을 들이고, 겉으로 보면 다 똑같지만, 시장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미팅이 끝나고 나는 우리 투자사들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이런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표의 집요함과 의지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인데,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다 이 기준을 통과하진 못 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만드는 제품 중 내가 봐도 정말 어설픈 제품도 많다. 그리고 워낙 뛰어난 창업가들이 많고, 이들이 완벽한 제품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어설픈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서 있을 자리는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어설픈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은 이 사실을 빨리 깨닫고, 항상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치열하게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해” , “어차피 우리 경쟁사도 우리랑 비슷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나는 스스로 속일 수 있을지언정, 시장은 절대로 못 속인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어설픈 제품을 만들 거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