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er-1863202_640구글캠퍼스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엄마캠: Campus for Moms)’라는 프로그램을 해마다 운영하고 있다(올해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이 구글캠퍼스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가장 보람찬 과정과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하고 육아 때문에 창업의 꿈을 접거나, 아니면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서 ‘경단녀’가 된 엄마들한테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해서 9주 동안 교육하고 지원해주는 비상주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주에는 엄마들이 그동안 열심히 만든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주로 VC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이에 대한 조언을 주는 작은 데모데이로 이 프로그램은 끝난다.

우리 사무실이 구글캠퍼스에 있어서, 나는 이 데모데이에 자주 초대받는다. 실은 나도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서 누구를 평가하고 조언을 주는 걸 썩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캠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항상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던 엄마들은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고, 창업 생태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못 잡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라서, 누군가 이분들한테 조금만 길을 안내해주고, 뒤에서 등을 살짝만 밀어주면,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게 최종 목표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없는 시간을 이왕 쪼개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면, 배울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한테 그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나는 이 엄마들이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모두 진지하고 열심히 하지만, 9주 프로그램이 끝나면 육아와 가정이라는 현실에 다시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 중 90% 이상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엄마캠에서 만든 사업계획서는 잠시 접어 둔다(대부분 잠시가 평생이 된다). 하지만, 이 중 몇 분은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꿈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힘들고 더디지만, 계속 여러 가지 방법을 찾으면서, 자원을 확보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계속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을 한다. ‘육아말고 뭐라도‘는 이 게임을 계속했고, 현재도 하고 있는, 엄마캠 출신 6명의 엄마 창업가들의 실제 창업 이야기다. 이 회사 중 유니콘은 없고, 유니콘이 과연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분들이 멈추지 않고 매일 출석하면서 게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힘든 허슬을 가깝게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린 이 중 한 분한테 결국 투자도 했다. 한글로 “게임을 계속한다”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staying in the game”이라는 영어를 직역한 의미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삽질만 하고 있고, 앞으로도 도무지 사업이 잘될 기미가 하나도 안 보이더라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자신을 믿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다면, 무조건 매일 출석하라고. 스타트업이라는 마라톤은 42.2km보다 훨씬 더 길고 힘든 싸움인데, 이 싸움에서 결국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냥 계속, 꾸준히 뛰는 것이다. 지치지 말고, 매일 러닝화를 신고, 도로로 나가서, 뛰다 보면, 그리고 이 길이 맞는 길이라면, 언젠가는 목표에 와 있을 것이다. Keep staying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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