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고의 제품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다”라는 말을 과거에 자주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품 자체가 너무 좋으면 굳이 마케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입소문이 퍼질 것이고, 이렇게 해서 얻게 된 고객이야말로 마케팅 비용을 태워서 인위적으로 만든 고객보다 훨씬 더 값지다는 의미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고, 돈을 많이 써도, 제품이 후지면 다시는 고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해서 이런 사업이 커지기란 쉽지 않다. 기발한 마케팅 방법으로 많은 고객을 초기에 온보딩하고, 많은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결국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의 피드백이 좋지 않아서 성장한 속도보다 더 빨리 하락해서 결국 망하는 비즈니스를 우리 주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초기 투자금을 대부분 마케팅에 사용하겠다는 스타트업은 항상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 돈으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과 철학이 있었고, 지금도 큰 그림에서는 변함은 없다.

그래도 요샌 내가 이 말을 바이블같이 너무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워낙 경쟁이 심해지고 제품의 수준이 다들 높아져서, 좋은 제품이 있어도 어느 정도의 마케팅이 동반되어야지만, 남들보다 더 빨리 입소문을 만들 수 있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마케팅 비용 정당화의 기본은 아주 좋은 제품이다. 요새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회사는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매달 일정 비용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데, 주로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에서 모든 비용을 집행한다. 아주 이상한 제품이 아니라면, 그래도 마케팅 비용을 쓰면 사용자들을 획득할 수 있고, 이 사용자들은 돈을 써서 회사의 매출에 기여를 한다. 그리고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면,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또 올려서 집행하고, 당분간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회사의 초기 수치를 보면 나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케팅에 돈을 써야 하고, 마케팅으로 획득한 고객을 lock-in 시켜서 다른 곳으로 못 가게 만든 후부터 비로소 소위 말하는 질 좋은 매출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그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마이너스 매출총이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쨌든 계속 마케팅 비용을 쓰고, 계속 돈을 더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지만, 초기 성장 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를 봤을 때, 과연 이 비즈니스가 unit economics를 맞출 수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이 단계에서는 정말 판단하기가 너무 힘들다. 돈을 쓰면 매출이 나오고, 돈을 더 쓰면 매출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그리고 현재 펀드레이징 중이라면, 투자자들이 온갖 정보를 다 요청할 것이다. 이 비즈니스가 정말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그 fit에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서 성장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그냥 돈을 쓰니까 수치는 당연히 올라가고, 이걸 실제 성장과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가 참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트업한테 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여러 번 해보라고 권장한다.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 속도에 의도적으로 변화를 줘서, 우리 매출과 성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마케팅 대비 성장을 정량화하라는 의미인데, 게임 서버에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접속했을 때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체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 반대의 개념으로 내가 그냥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일주일 또는 길게는 한 달 정도 마케팅 비용 집행을 아예 멈춰보라는 권장도 가끔 한다. 마케팅에 돈을 전혀 쓰지 않을 때, 매출이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면, 이건 우리가 어느 정도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패턴이 정량화된다면, 투자 받는 게 수월해진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집행을 감소했을 때, 매출도 그대로 떨어지거나 비용을 줄인 비율보다 매출의 하락 비율이 더 크다면, 이 비즈니스는 지속성이 약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전반적인 사업을 검토해보면 좋다. 마케팅을 아예 하지 않으니까, 2주 안으로 매출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봤는데, 이런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랑 비슷하다.

내가 아는 사업을 잘하는 팀은 모두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회사에서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을 정당화하고 공식화하기 위해서 여러 정량적인 시도를 하는데,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모두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