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를 상영하길래, 이미 두 번 봤지만, 또 봤다. 슈퍼히어로물 치곤 이야기가 꽤 복잡해서 세 번째 보니까 또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여전히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이 중 오늘 글과 관련된 건 닥터스트레인지의 5번째 스톤이다. 타노스가 아이언맨을 죽이려고 하자, 닥터스트레인지가 5번째 스톤(타임 스톤)을 넘겼고, 이 타임스톤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6번째 스톤까지 얻은 후에 지구를 파멸시킨다. 아이언맨이 닥터스트레인지한테 왜 스톤을 타노스에게 줬냐고 원망하니까, “There was no other way(=다른 방법이 없었어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니까 얼마 전에, 내가 아는 분이 오랫동안 시도하던 일을 갑자기 중단했고, 내가 계속하지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 일이 생각났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말을 너무나 자주 하고, 너무나 자주 듣는다. 이 분을 비롯해서 올해만 해도 이미 나는 이 말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었다. 전에 나도 이 말을 습관처럼 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의도적으로 잘 안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엄밀히 말하면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특정 선택을 한 것이다. 주로, 내 의지와는 반대의 선택을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는 말을 하는걸 나는 자주 경험했다. 인피니티워에서 실은 닥터스트레인지는 미래를 봤기 때문에, 그리고 그나마 최선의 선택은 타노스한테 스톤을 주는거라서 그렇게 선택을 한 것이다.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틀린 선택인지는,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모든 게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모든 결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항상 있다. 쉬운 선택도 있고 어려운 선택도 있지만, 어쨌든 옵션은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하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걸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인 거 같다.

선택의 여지는 항상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있었고, 나는 선택을 했고,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진다.”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