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미래학자인 Alistair Croll의 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느낀 점이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랑 포스트 팬데믹 세상에 대한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조금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글의 내용은 꽤 참신했고, 내 생각을 더 해서 여기서 몇 자 적어 본다.

얼리어답터라는 말을 우린 자주 한다. 특히 내가 일하는 이 테크 분야에는 얼리어답터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 모든 사람이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회사는 대박 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검토를 하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극소수의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고 있다. 단지,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아서 이런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상미팅할때 사용하는 Zoom도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얼리어답터들이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내 주변에는 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지만 – 다른 나라와 비즈니스를 하는 VC와 창업가 – 실은 그래봤자 화상미팅을 하는 사람 수도 많지 않았고, 특히 대부분 한국의 직장인에게 대면 미팅이 아닌 화상 미팅은 현실과는 괴리감이 상당히 있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줌을 모르는 직장인이 없을 정도로 화상미팅과 비대면 미팅에 대한 괴리감이 줄어들었다. 아니,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이 괴리감 자체가 증발해버렸다. 전에도 내가 말했지만, 5살 꼬마부터 75살 할아버지까지 줌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 Zoom은 “얼리어답터 기업인”에서 “메인스트림 일반인”으로 루비콘의 강을 건너버렸다.

얼리어답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Technology Adoption Curve를 빼놓을 수 없다. 아마도 이 그림은 많은 분이 봤을 것이다.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면, 기술 자체를 사랑하는 소수의 얼리어답터가 사용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초기 얼리어답터 사이에서만 회자되다가 없어지는데, 그 이후에 존재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으로의 진입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과 메인스트림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캐즘(Chasm)’이라고들 하고, 이 캐즘 이론에 대한 책만 수십 권 나와 있다. 실은 지금까지의 많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이 캐즘을 잘 건너서 그냥 소수의 얼리어답터만 즐기는 놀이를 다수의 얼리머조리티가 사용하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얼리어답터가 됐다. 위에서 언급한 Zoom이 좋은 사례인데, 갑자기 너도나도 화상/비대면 미팅을 강압적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Technology Adoption Curve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화상미팅이라는게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단숨에 진입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이런 큰 변화속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를 남들보다 더 빨리 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Alistair는 이 글에서 주장한다. 과거를 계속 그리워하고, 옛날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이 마음을 미래에 대한 강한 욕망으로 대체해야지만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망한 블록버스터는 실은 넷플릭스보다 더 일찍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돈이 너무 잘 벌리는 비디오 렌탈 사업(=과거)을 최대한 오랫동안 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트리밍(=미래)에 대한 욕구를 계속 자제하고 미뤘다. 넷플릭스는 이와 반대로 스트리밍이라는 미래를 그 누구보다 더 빨리 원했었다. 아마도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을 시작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했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얼리어답터가 되면서 서비스 초창기부터 대박 났을 것이다.

미래를 더 빨리 원하는 이 마음가짐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고, 대신 앞으로 올 미래를 더 빨리 원하는 욕망을 키우자.

<이미지 출처 = B2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