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같이 많은 회사를 검토하고 만나고, 그리고 많은 회사에 투자하다 보면, 상당히 비슷한 비즈니스를 자주 본다. 나도 최근 몇 년 동안 검토하거나 만났던 스타트업 중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 제품 또는 비즈니스로 창업한 사례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던 것 같다. 대신, 대부분의 창업가는 이미 존재하는 비즈니스를 더 좋게 다듬는 전형적인 faster, better, cheaper 플레이를 하는 분들이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새로운걸 만드는것 보단, 이미 여러 사람과 여러 회사가 시도를 해서 어느 정도 product market fit을 찾은 컨셉을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정말로 괜찮은 대형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이 거의 동일한 비즈니스를 남들보다 더 잘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도, 어떤 팀은 실패하고, 또 어떤 팀은 성공한다. 실은 대부분 실패하고 극소수만 성공한다고 하는 게 맞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봐도, 나는 뮤직쉐이크라는 인터넷 음악 비즈니스를 잘 못 했지만, 이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팀 중 잘 하는 팀도 있다.

똑같은 시장에서, 거의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는데, 왜 어떤 팀은 잘 하고, 어떤 팀은 못 할까? 이 질문은 실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궁금해하는 질문이긴하다. 나도 항상 스스로 물어봤고, 아직도 계속 물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답은 심플하지만, 굉장히 묵직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여기 사람이다. 결국, 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이걸 하는 게 중요한, 이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오는데, 아무리 같은 시장에서, 같은 기술을 이용해서, 같은 제품을 만들고, 같은 기능을 만들고, 똑같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해도, 안 되는 회사는 그걸 하는 사람들이 못 해서 안 되고, 잘 되는 회사는 그걸 하는 사람들이 잘 해서 잘 된다. 사람 자체가 진입 장벽이자, 사람 자체가 이 비즈니스의 defensibility가 되는 것이다.

영어불어로 Force Majeure는 불가항력이라는 뜻이다. 천재지변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는 의미인데, 나는 창업가분들 자체가 불가항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논리적으로 봤을 때 도저히 될 수 없는 사업을 되게 만들고, 성공적으로 이끄는걸 우리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건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좋은 창업가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맘먹고 덤비면,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불가항력이 되는걸 나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모든 게 동일하지만, 사람만 다르다면, 이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거 내가 전에 해봐서 아는데, 잘 안되는 비즈니스야” 또는 “이미 많은 팀이 시도해봤는데, 그건 안 되는 비즈니스야”라고 단정하고 그런 비즈니스를 검토하지 않거나, 그런 팀을 만나보지도 않는 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창업가, 그 사람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멋진 분야에서 우리 모두 멋진 일들을 하고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