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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yet / 크라우드픽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투자사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 한 7개월 정도가 지났다.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은 잠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코비드19 국가가 됐지만, 정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전략으로 얼마 안 가서 바이러스를 가장 잘 통제한 나라의 명예를 얻었는데, 요새 다시 한번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에도 국가와 국민 모두 잘 협조해서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의 정신건강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거 같다. 100% 소프트웨어 기반의 완전 비대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그나마 낫지만,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비즈니스는 이럴 때마다 지옥을 맛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과의 만남과 접촉을 꺼리게 되는데, 거리 두기 단계가 상승할수록 이 콘택트를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 갑자기 매출이 0으로 떨어지는 지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이미 3월과 4월에 그 지옥을 경험하긴 했다).

실은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화가 나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안일한 시민들한테도 화가 나고, 세상만사에 짜증이 나겠지만, 그래도 자기 사업이기 때문에 창업가는 비즈니스가 좋든 힘들든 스스로 계속 동기부여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이런 자가발전하는 건 힘들다. 그런데 상황을 더욱더 힘들게 만드는 건 직원들의 사기이다. (회사에 대한 실제 오너십 또는 오너 같은 마음가짐이 있는 직원분들도 있겠지만)회사의 오너가 아닌 일반 직원들은 상황이 이렇게 힘들어지면 멘탈이 완전히 바닥을 쳐버리는데, 이들은 창업가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스스로 모티베이션이 잘 안 된다.

만약 팀 내에 이런 직원들의 사기저하 시그널들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대표이사는 관심을 갖고 당장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다들 어른들인데,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잘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초반에 이런 문제를 잘 잡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가 암과 같이 조직 내부로 퍼지면서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 하는 분들은 회사가 만든 제품을 외부 고객한테 팔면서 짜릿한 희열과 보람을 느끼고, 이게 이 분들의 삶과 직장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개발자들도 겉으로 보면 그냥 코딩만 하면 행복해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본인들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서 인정해주고, 사용해주고, 사랑해줘야지만 계속 좋은 코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체가 너무 오래 가고,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 직원들에게도 회사의 미래가 썩 밝지만은 않다는 게 너무 뻔하게 느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초짜 대표이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상황이고, 이럴 때 좋은 이사회가 있으면 같이 극복해나가는걸 나는 몇 번 봤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대표는 원래 대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사람’에 다시 한번 집중을 해야 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주는 치어리더 역할을 잘 해야 하는걸 모두 알고 있지만, 회사가 정신없이 돌아가면, 회사 내부보단 외부에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직원들한테 신경을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든 직원과 일대일 면담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가끔 회식도 하고, 직원들의 상태가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해야한다. 경험 많은 코치나 이사회 멤버들은 매달 한 번씩 –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 매주 – 모든 직원들이 참석해서 회사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대표이사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all-hands 미팅 또는 타운홀 미팅을 권장한다. 어쨌든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대표이사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이 모든 걸 아무리 잘 하고 직원들과 매일매일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도 결국 스타트엄 멤버들에게 동기 부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회사의 성장이다. 투자유치 또한 직원들에게는 큰 모티베이션이 될 수도 있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하지 못 한다. 결국, 내가 회사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게 결국엔 시장과 고객이 좋아하고, 누군가 돈을 내고 사용하는 제품으로 구현되고, 이런 수치가 계속 커져야지만 지속적인 모티베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