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우린 숫자를 좋아한다. 나도 이전 포스팅에서 비즈니스를 증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중요하지만, 결국엔 숫자가 최고의 무기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고, 숫자는 객관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자 믿음이고, 나도 이걸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 에서 강조했듯이, 숫자는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이걸 포장하는 방법에는 약간의 거짓말과 거품이 끼어 있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발견한다. 얼마 전에 내가 경제상식 관련 책을 읽다가 이런 숫자와 통계의 맹점을 발견한 게 있어서 여기서 공유한다.

경제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는 항상 경제라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고 – 실제로 어렵다 – 그래서 기본적인 경제 상식이 별로 많지 않다. 이 책을 읽다가 취업률과 실업률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실업률과 통계적으로 말하는 실업률의 정의가 꽤 다르다는 걸 배웠다.

이 책에 다음의 예제가 나왔다.

“한 가족이 있다. 정리해고를 당한 후 몇 년 째 집에서 놀고 있는 아버지, 반찬값이라도 벌기 위해 아는 친구네 식당에서 잠깐씩 일하는 어머니,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해 영어 학원에 다니는 첫째, 전문대 졸업 후 임시로 편의점 알바를 하는 둘째, 이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는 각각 몇 명일까?”

언뜻 보면 너무 뻔하다. 나는 4명 다 실업자라고 생각해서 취업자 0명, 실업자 4명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취업자 2명, 실업자 0명이 정답이다. 통계에서 말하는 실업률에는 이들 그 누구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률의 정의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데, 위의 예시에서는 아버지와 첫째는 이력서를 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분류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랑 둘째는 지속성이나 금액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돈을 벌고 있어서 취업자로 분류된다. 즉, 실업률 100%라고 보이는, 이 가족의 통계상 실업률은 0%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현재 4% 초반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아서, 나는 그나마 실업률을 잘 방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통계의 맹점인 것 같다. 통계적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지만,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취준생과 구직 포기자라고 난 생각하는데, 이 두 그룹이 한국에는 다른 나라보다 꽤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스페인의 작년 실업률은 거의 14%여서 굉장히 높지만, 이 숫자를 조금 더 깊게 파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취업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계속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 수치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아예 취업하기를 포기하는 거 보다 이렇게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게 더 좋은 신호가 아닐까 난 생각한다.

결론은…실업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많은 숫자에는 이런 통계의 맹점이 존재하니, 통계를 너무 믿기보단 그냥 참고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