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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zps / 크라우드픽

빠르면 이번 주에 쿠팡이 티커 CPNG로 NYSE에 IPO를 한다. 아마도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쿠팡의 상장 신청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이다. 우리도 쿠팡의 작은 주주이며, 미국에서 IPO를 계획하는 정도까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됐고, 그리고 목표 밸류에이션이 $50B인줄은 몰랐다. 나도 이 소식을 접한 후, 적잖게 놀랐고, 우리가 하는 업, 투자하는 회사, 그리고 우리랑 항상 교류하는 창업가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큰 시장을 석권하는 큰 회사를 만들려면, 남들과는 뭔가 다른 자세와 마인드가 필요하고, 미국 친구들이 말하는 go big or go home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쿠팡이 소위 말하는 문샷(moonshot)회사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이 밸류에이션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충분히 문샷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에 도전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망하겠지만, 누군가 성공할 것이고, 성공하면 이건 쿠팡같이 엄청난 기업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내 철학은 모든 창업가들이 유니콘 회사를 만들 필요는 없다이지만, 그래도 뭔가 시작을 했다면, 이런 문샷에 도전하는 자세는 모두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실패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고, 그 배움은 그대로 다음 창업 또는 다음 도전에 큰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샷 회사 또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누가 봐도 약간 미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글의 영감을 준 쿠팡의 김범석 대표, 김범석 대표한테 영감을 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엘론 머스크와 같은 기업인들은 회사가 성공하니까 대단한 비즈니스맨으로 존경받지만, 그 과정에서는 모두 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또라이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런 분들은 특정 문제의 해결책(=솔루션) 보단 그 문제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니, 그냥 문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에 더 많은 초점을 두면, 아무래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되는 것만 주로 하는데, 문제 자체를 사랑하면,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나는 이 과정에서 문샷 비즈니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실패가 동반된다. 이런 수많은 실패로부터 얻는 배움이 오랫동안 더해지면서 누군가는 문샷 성공을 만들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아주 진부한 말을 우린 너무 자주 하지만, 진부한 만큼 이 말에는 뼈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샷 창업가의 대명사인 엘론머스크는 멋지면서도 기능도 좋은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들고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기자동차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실패한 창업가들이 있다. 엘론과 인터뷰를 해보면, 본인과 대부분의 다른 전기자동차 창업가들은 어릴 적 봤던 영화 백투처퓨처에 등장한 드로리안 자동차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드로리안도 망했고, 다른 많은 전기자동차 창업가들도 망했지만, 이들의 실패 사례를 잘 연구했고, 실패로부터의 배움을 개선하고, 실패한 기술과 사례를 잘 취합해서 그는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큰 걸 하려면, 해결책보단 문제를 사랑해라. 그리고 수많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