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실은, 내가 쓰는 글 대부분이 많든 적든 사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요새 특히 자주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consumer internet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아주 전문적인 날카로운 분야의 회사에도 투자한다. 최근에 이런 부류의 회사에 투자했다. 우리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숙제를 했고, 팀이 좋아서 투자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여전히 우리에겐 부족하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던 대기업 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이미 이분들이 아는 회사이고, 본인들도 전에 한 번 검토를 했었지만,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왜 그 회사에 스트롱은 투자했는지 엄청나게 궁금해하셨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우리 투자사의 제품과 시장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땐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은데, 우리가 이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못 투자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실은 이분들이 맞을 수도 있다. 우린 광범위한 분야에 투자하는 VC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다. 반면에, 이분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50년 이상 특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서 축적한 전문지식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을 단순히 제품, 서비스, 또는 시장으로만 본다면, 그리고 정확히 그릴 수 없는 미래가 아닌 현재만을 본다면, 우리가 반쪽짜리도 안 되는 지식과 이해도를 기반으로 투자한 게 맞고, 이게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틀린 한 수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한 전문가들이 자주 간과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지만, 뭘 하는것 보단, 누가 이걸 하냐가 우리에겐 가장 중요하다. 안 될 사업도 되게 만드는 창업가들을 너무 많이 봤고, 반대로, 될 사업도 안 되게 만드는 창업가들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사람의 힘을 항상 믿고 있다. 우리 상상보다 인간은 많고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으뜸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업가라고 생각한다.

우리 투자사 중 요새 미디어에 많이 비치고 있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 같은 회사도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던 사업이다. 서비스와 시장만 봤을 땐 안 될 사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분들이 간과한 건 그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이었다. 안 될 사업을 사람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초기 투자는 사람을 연구하는 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지금까지 느낀 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한 가지만 더해본다면, 사람이야말로 바로 8대 불가사의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