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린 필라이즈라는 스타트업의 펀딩을 리드했다. 영양제 분석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 예약 플랫폼인 데일리호텔의 공동창업자 신인식 대표님과 초기 멤버인 윤정원 이사님이 창업한 회사이다. 나는 프라이머를 통해서 신대표님과 이미 관계가 있었고, 이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제품이나 시장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투자를 하고 싶었다. 뭘 하냐보단, 누가 하냐가 우리에겐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데일리호텔이라는 거대한 양면 플랫폼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장은 다르지만 마켓플레이스/플랫폼이라는 본질은 같은 필라이즈 또한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라이즈와 같이, 이미 의미 있는 창업과 엑싯의 경험이 있는 – 성공이든 실패든 – 분들이 2번 또는 3번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를 요새 꽤 많이 본다. 스타트업이라는 게 정말 재미있는 게, 한 번 성공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계속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계속 실패하는 게 아니라서,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나름 성공적인 엑싯을 해서 이미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로움을 얻은 분들이 이 힘든 창업에 다시 도전할 때는 항상 이분들을 응원하고, 가능하면 투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긴다.

연쇄 창업의 이유는 모두 다르다. 그리도 모든 창업가도 다르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성공한 연쇄 창업가들의 나름 공통점이 있다면, 이미 이분들은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성공했지만, 본인들은 항상 배고프고, 항상 목이 마른 것 같다. 이걸 조금 더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잘 됐지만, 소위 말하는 유니콘급의 사업을 못 만든 분들은 “왜 나는 더 큰 사업을 못 만들었을까?”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엔 유니콘을 만든 다른 동료 창업가들에 대한 부러움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분노와 부러움이 재창업과 더 큰 성공에 대한 갈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이미 유니콘급의 사업을 만들어서 엑싯을 한 많은 분들도 재창업을 꿈꾸고 있는데, 이분들의 갈증은 뭔가를 무에서 시작해서 큰 사업으로 만드는 그 building과 making 과정에 대한 즐거움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냥 성공해서 어느 정도 경제적 자유로움을 얻었다면, 그냥 편안하게 쉬면서 인생을 즐길 것이지, 왜 또 어려운 길을 가는지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실은, 나도 가끔은 이해 못 하겠다. 하지만, 이런 연쇄 창업가의 끊임없는 배고픔과 갈증 때문에 이 세상에는 더욱더 싸고, 좋고, 빠른 제품들이 계속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갈증은 연쇄 창업가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모든 파운더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대부분 평생 이런 갈증을 갖고 사는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