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 파트너 존이 한국에 잠깐 들어왔었다. 우리가 워낙 적은 인력으로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우린 모두 divide and conquer 전략으로 일을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각개전투하고, 각자 본인의 싸움에 집중한다. 특히 존이랑 나는 스트롱을 7년 동안 둘이서만 운영했기 때문에, 서로 할 일 하고, 만나야 할 회사들 따로 만나고, 그리고 중간 중간에 sync 하면서 일하는 스타일에 매우 익숙하다. 요새도 우린 웬만하면 한 미팅에 둘이 같이 참석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서로 따로 두 개의 회사를 만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조인한 조지윤 수석과 신득환 심사역도 마찬가지로, 가급적이면 모두 따로 움직이면서 여러 개의 회사를 만나고 중간 중간에 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업데이트한다.

그래서 존이 한국에 나와도 서로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도 너무 바빠서 다시 미국 갈 때쯤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그동안 얼굴 보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하면서 파트너 회의를 했다. 일 이야기를 다 끝내고, 그리고 미국은 Thanksgiving 기간이기도 했고, 연말이기도 해서 서로 각자 올해 고마웠던 사람들과 사건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VC라는 업에 대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데, 그중 제일 고마운 건, 투자를 하면서 나 스스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이나 하면, 지난 9년 동안 투자를 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보다 더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는데, 이 모든 걸 겪으면서 내겐 그동안 없었던 다양한 능력, 감정, 시각, 그리고 태도가 생겼다. VC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별의별 사람을 만났고, 시키는 일만 하는 직업이었다면 절대로 접할 수 없는 별의별 경험을 다 했다. 물론, 좋은 경험도 있었지만, 정말로 스트레스받았던 좋지 않았던 경험도 많았다.

그러면서 나도 참 많이 변했는데, 전반적으로는 아주 좋은 방향을 변한 것 같다. 9년 전의 나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인내심있고, 감사하고, 끈기 있고, 이해심있고, 공감하고, 그리고 이 좋은 특징들은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어쨌든, 투자라는 업무를 하면서 나는 과거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조금 더 감상적인 말을 해본다면, 우리가 하는 업은 돈을 좇기 보단, 사람을 좇는 일인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한 불신보단 확신이 많이 생겼다. 즉, 인류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건 좋은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