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알토스 벤처스 한킴 대표님이 공유한 글을 읽고 몇 자 적어본다. West Point 사관학교의 심리학자가 쓴 책을 요약한 기사인데, 생도들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유용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포인트는 내가 정말 많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바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냥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흔히 이런 기술을 거절의 기술이라고 하고, 내 주위 어떤 분들은 타고난 거절하기 기질이 있고, 어떤 분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 거절하기를 못 한다. 내 경우를 잠깐 이야기해보면, 나도 내가 하기 싫은 건 웬만하면 모두 거절하고, 아주 솔직하게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내가 거절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그냥 바빠서인데, 단지 바쁘다고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면 대부분은 그냥 핑계라고 생각하면서 매우 기분 나빠한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아무리 바빠도 30분도 할애 못 하냐고 엄청 서운해 하는데, 나는 이런 분들에게도 매몰차게 정말로 바빠서 30분도 할애 못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이분들에게는 30분이지만, 이런 요구와 부탁이 수십 개씩 오는데, 이걸 모두 다 들어주면 내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로 없는 시간을 쪼개면 이런 부탁을 들어줄 순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가고, 이미 이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해로운지를 여러 번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내 일정에 무리가 올 정도로 약속을 잡거나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을 이제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을 했을 때 오는 스트레스는 그 어떠한 보상으로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 틀어지더라도, 내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조금만 더 부연하자면, 이런 부탁을 거절했다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사이라면, 처음부터 별로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긴 한다.

내가 거절을 많이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냥 하기 싫어서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세상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은 세상인데, 굳이 내가 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면 그냥 나는 무조건 No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항상 이렇진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어릴 적엔, 나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면서 주변 분들의 모든 부탁을 들어줬고, 웬만하면 Yes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게 결국엔 스트레스로 쌓이면서, 남들보단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투자하고, 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실은, 거절하기는 정말로 많이 이야기되는 내용이자 기술인데, 말로 표현하는 건 정말 쉽다. “싫으면 그냥 거절해라.” ,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에 대해서 Yes라고 할 필요가 없다”라는 조언을 우리는 자주 듣지만, 이걸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땐 No라고 해야 하고, 위에서 말 한 기사에서도 “거절하는 게 가장 좋은 스트레스 관리 기술”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로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성공한 창업가들의 세미나를 듣는 수업이 있었다. 누군지 지금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에 꽤 성공해서 은퇴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돈을 벌고 싶었던 이유는, 평생 하기 싫은 일 안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들 안 만나기 위해서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을 생각해보면, 평생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돈 벌고 싶다는 내용인 것 같다. 좋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