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 포스팅에서 말한 How I Built This에서 펩시의 CEO를 했던 전설적인 인도 출신의 여성 Indra Nooyi의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나는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이 내용 한 번 정도 들어보는 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분 정말 대단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대학교까지 인도에서 다니다가 대학원 유학을 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는데, 지금도 미국에 인종 차별이 없진 않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불이익을 받았던 것 같다. 여자이고, 유색인종이고, 영어도 심한 악센트가 있고, 실은 어떻게 보면 당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차별 대우받고 편견으로 가득 찬 시선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서 미국으로 온 것 자체가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펩시코의 대표를 12년 동안 연임한 건 더욱더 대단하다.

이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부분은 인드라 누이가 GE와 펩시코, 두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이다. 당시 인드라는 잭 웰치가 이끌던 당대 최고의 회사 GE의 경영진으로 이직하기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펩시에서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F&B 사업에 대해 문외한이고, 고기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라서 본인이 펩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헤드헌터와의 친분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당시 펩시의 대표이사는 Wayne Calloway라는 말수가 정말 없는,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인드라에게 이 사람과의 미팅은 꽤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펩시도 한 번 고려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엔 GE를 선택하려고 했다.

그 통보를 하기 며칠 전에 펩시의 캘로웨이가 직접 인드라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주로 비서나 헤드헌터를 통해서 연락을 하는 게 관례이지만, 그는 직접 인드라에게 전화했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누이씨, 내가 GE의 이사회 멤버인데, 방금 이사회에서 당신이 GE에 합류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GE는 너무나 대단한 회사이고, GE로 간다고 해도 저는 충분히 납득하고 당신의 결정을 존중할 겁니다. 하지만, 저도 당신이 필요하니 제 말을 한 번만 들어보시고 결정했으면 합니다.” 이어서 웨인은 “펩시의 경영진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당신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당신 같은 사람이 다른 의견을 제공해줘야지만 펩시코에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펩시로 오면 내가 당신을 100% 지지해주고 지원해주고, 여기서 성공할 수 있게 모든 걸 바쳐서 헌신하겠습니다. 한 번만 나에게 기회를 주세요.”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펩시코와 같은 회사의 대표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군들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있을까? 인드라 누이는 그 자리에서 펩시에 조인했고, 결국 펩시의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나를 이렇게까지 인정해주고, 생각해주고, 간절하게 원하는 조직에 헌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실은 이렇게 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아주 유명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Pepsi Challenge 캠페인을 만들어서 코카콜라 시장점유율을 뺏은 펩시코의 사장인 John Sculley를 애플로 데려올 때 사용한 파워풀하고 유명한 말이다. 당시 27살밖에 안 됐던 잡스가 스컬리에게 “평생 설탕물만 팔래요, 아니면 나랑 애플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겠습니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고, 소문에 의하면 결정적으로 이 말 때문에 존 스컬리가 펩시를 그만두고 애플에 조인했다고 하니, 파워풀한 말과 그 말의 뒤에 있는 사람의 생각과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 그리고 모든 창업가들도 사람에 대한 이런 열정, 태도, 그리고 끈기를 갖고 채용에 임했으면 좋겠다.

*말의 힘만큼 파워풀한 건 이메일의 힘인데, 내가 전에 관련해서 쓴 이런 포스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