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반 은퇴해서 과거와 같이 통찰력이 넘치는 글을 매일 쓰지 않는 USV의 프레드 윌슨이 얼마 전에 The Partnership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마치 스트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동질감을 상당히 많이 느꼈다.

요약하자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의 파트너십 구조는 아주 작고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평의 정의는 모든 파트너가 동일한 보상을 받고, 회사 내에서의 영향력이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VC는 이런 구조가 아니다. 오래되거나 실적이 가장 좋은 파트너들이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가고, 의사 결정에서도 다른 파트너보다 목소리와 영향력이 크다. 그리고 이런 조직은 파트너도 주니어와 시니어로 구분하는걸 많이 봤다.

이 블로그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와는 다르게, 아직 시장에서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팀에 베팅해야 하는데, 이렇게 투자했을 때 나중에 가장 큰 수익이 나는 회사는 당시에는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아이디어를 가졌던 팀일 확률이 높다. 스트롱에서도 우린 이와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한다. 그래서 우린 “남들이 다 틀렸을 때, 우리만 오지게 맞을 수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걸 선호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중에 성공하면 대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팀과 아이디어에 눈치 안 보고 소신 있게 투자하려면 믿음과 신뢰가 가득한 작은 파트너십이 가장 좋다.

초기 스타트업의 리드 투자자가 된다는 건, 아주 긴 시간 동안 이 회사와 한배를 타고 험난한 항해를 같이하는 것과 같다. 단순히 돈을 제공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창업팀의 비전을 공유하고 가끔은 이해하지 못하고, 동의할 수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이 아닌 결정을 지지해야 하는데, VC의 파트너십이 수평적이지 않고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존재한다면, 이런 스타트업의 엑싯까지 같이 하는 건 쉽지 않다.

작은 파트너십이 필수지만, 서로를 상호 보완해주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항상 홈런을 칠 순 없다. 유니콘 회사를 발굴해서 투자하는 VC도 그 이면에는 잘못 투자해서 망한 회사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초기 투자의 이런 예측 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다양한 스킬을 가진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어떤 파트너는 촉이 좋고, 어떤 파트너는 숫자를 잘 보고, 어떤 파트너는 네트워킹을 잘하고, 어떤 파트너는 새로운 기술을 잘 이해한다. 이렇게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가진 소수의 파트너로 이루어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작은 파트너십을 가진 VC는 주로 펀드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작은 펀드로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다. 100억 규모의 펀드를 투자해서 LP들에게 3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게, 1조 규모의 펀드를 투자해서 LP들에게 3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것 보단 수월하다. 펀드가 크면 어쩔 수 없이 파트너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은 파트너십과 작은 펀드가 더 좋다.

프레드 윌슨의 이 글에 대한 댓글을 보면, 큰 펀드와 큰 파트너십을 운영하는 VC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도 많고, 아주 오래전에는 맞는 내용이지만 이젠 통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공격하는 내용도 많다. 하지만, 나는 전반적으로 이 의견과 내용에 많이 동의한다. 왜냐하면, 스트롱도 이런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작은 펀드를 작은 파트너십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정 파트너가 지분이 더 많지도 않고, 영향력이 더 많지도 않다. 모두가 발언권이 동일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투자 결정을 하는데, 나는 이런 구조가 매우 이상적이라고 믿는다.

우린 작지만 special하고 strong 한데, 이런 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