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의 유료 마케팅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유료 마케팅은 광고인데,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다 검색 광고와 소셜미디어 광고에 돈을 쓰고 있다. 스타트업이 검색광고와 소셜광고에 집행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일까? 공식적인 연구나 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면,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VC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나도 생각해보면, 우리 투자금의 절반 정도가 구글, 네이버와 페이스북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같다. 엄청난 돈이다.

본인들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남의 플랫폼에서 돈을 과하게 사용하는 걸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를 리 없고, 이야기해보면 모두 다 아까워하지만, 현재로서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만큼 좋은 온라인 마케팅 채널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구글보단 네이버에서 광고비를 많이 쓰는데, 대부분 창업가의 마음속엔 언젠가는 네이버의 왕관을 본인들이 뺏어와서 스스로가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되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네이버의 왕관은 엄청 무겁다. 이 왕관을 뺏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우리 서비스의 브랜딩이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아닌 우리 제품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 현재의 유저 시나리오는, 사용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네이버로 들어가서, 본인들이 원하는 걸 검색하고, 검색 결과를 클릭해서 운 좋으면 우리 서비스로 전송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아닌 우리 서비스를 먼저 열고, 여기서 필요한 걸 검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로 많은 돈, 시간, 그리고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많은 돈,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네이버의 왕관을 뺏는데 일부 성공한 내가 아는 회사들이 몇 개 있다. 일단 쇼핑 분야에서 쿠팡이 어느 성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 네이버에서 먼저 검색하고, 이 검색 결과 중 하나를 클릭해서 쿠팡이나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로 넘어가는 과정이 온라인 쇼핑의 일반적인 프로세스였다. 이젠 많은 사용자들이 그냥 쿠팡 앱을 실행하고, 여기서 물건을 검색해서 구매한다. 즉,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쿠팡이 네이버와 같은 검색, 발견, 그리고 구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쿠팡은 아직도 네이버와 다른 소셜 마케팅 플랫폼에서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많이 집행하는 거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네이버의 왕관을 뺏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당근마켓 또한 중고 거래 분야에서는 네이버의 왕관을 확실하게 뺏었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 초기 시절에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물품을 발견하고, 그 이후에 당근마켓으로 트래픽이 전송되는 프로세스가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사용자가 바로 당근마켓을 열고, 여기서 본인들이 필요한 용품을 검색하고 거래한다. 유저들에겐 중고 거래 분야에서는 당근마켓이 바로 네이버가 된 셈이다.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당근마켓에서 쿼리되는 검색 수가 이런 시장의 트렌드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서 다른 분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하면서 네이버의 왕관을 야금야금 뺏어 먹을 것으로 예측된다.

홈 서비스 영역의 우리 투자사 미소와 생활 솔루션 영역의 숨고 또한 궁극적으로는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면 일단 대부분의 유저는 네이버에서 ‘가사도우미’ , ‘집안 청소’ 등으로 검색한다. 그러면 미소나 청소연구소 링크가 검색 결과로 나오고, 이 중 하나를 클릭해서 운 좋으면 실제 사용으로 전환된다. 숨고 또한 비슷하다. ‘피아노 레슨’ , ‘파워포인트 작성’ 등과 같은 생활 업무를 해줄 분이 필요하면 일단은 네이버를 먼저 실행해서 검색부터 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많은 결과 중 하나가 숨고에 등록된 프로들이고, 운 좋으면 숨고를 클릭해서 전환된다.

숨고나 미소나, 이렇게 중간에 네이버를 거치는 과정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즉, 사용자들이 청소 또는 집과 관련된 그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면 네이버로 가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미소를 먼저 실행하고 마치 홈서비스를 위한 검색 엔진처럼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미소는 홈서비스라는 버티컬에서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숨고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어떡하지?” 상황이 발생하면 네이버로 가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숨고를 마치 검색 엔진처럼 가장 처음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숨고는 국민 생활 솔루션이라는 다소 큰 버티컬에서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엄청 힘들고, 돈과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시도하다가 망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10년 넘게 시장을 독점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 스타트업은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