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운동할 때 음악과 팟캐스트를 번갈아 가면서 듣고 있는데, 얼마전에 ‘이쓔스, 스타트업 털어주마’에서 아웃스탠딩 조혜리 기자님과 인터뷰 한 내용을 꽤 재미있게 들었다. 페이스북 친구이긴 한데, 직접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이 분이 쓴 기사는 전에 몇 개 읽어봤고, 기자의 본질인 writing을 꽤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뷰 내용을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테크분야에 대한 이야기보단, 조 기자님의 텍스트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나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취미생활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민망한 끄적거림 수준이지만,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손가락으로 전달하고, 이걸 글로 전환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탁월한 특권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한다. 블로그 외에도 나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로 한다. 말보다 글은 훨씬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자 채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입만 벌리면 발사할 수 있는 말보단, 생각과 정리가 조금 더 필요한 텍스트야말로 상대방을 고려하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2007년부터 블로깅을 시작했으니, 벌써 15년째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이게 참 어렵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좋을 글을 쓰기 위해선 누구나 다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나 기자 분 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진 분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이런 작가들은 외국에도 많지만 요샌 한국 작가 중 내가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한국 테크 분야에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기자들이 유독 없었는데, 요샌 아웃스탠딩 기자들과 같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는 분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건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조 기자님의 말 중 가장 동의했던 부분은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다. 숏폼, 동영상, 오디오, 이모티콘, 문자, 카톡 등의 새로운 콘텐츠 포맷과 채널이 요샌 워낙 많아서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텍스트의 빛이 바래고 있지만, 그래도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도 여러 가지 방법과 채널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데, 텍스트만큼 의미 전달이 가장 확실한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텍스트가 더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텍스트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텍스트 콘텐츠를 생성하려면 꽤 큰 노력, 연습, 훈련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지만 콘텐츠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의도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이런 노력이 들어간 텍스트 콘텐츠를 제대로 읽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아니다. 15년째 블로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엄청나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 아직은 질보단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기적으로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뭐라도 좋으니 많이 쓰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고, 이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다. 그리고 누구나 다 좋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인 노력, 연습, 그리고 엄격한 훈련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