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기간 동안 우리 사무실인 구글캠퍼스가 문을 닫았다가 올해 초에 다시 문을 열었고, 이후부터 나는 공유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집에서 사무실 거리도 가깝고, 버스나 킥보드나 가격도 비슷하고, 킥보드를 타는 게 더 상쾌하고, 나름 ESG 가치에 공헌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물론, 공유킥보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나도 빨리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일인이다). 하루에 최소 한 번은 타기 때문에, 그리고 벌금도 냈기 때문에, 개인 헬멧도 구비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밤거리에 킥보드를 타고 가는 중, 인도의 울퉁불퉁한 곳에 걸려서 한 1.5M 정도 공중에서 날랐고, 헬멧을 쓴 머리로 떨어지지 않고 얼굴 쪽으로 착지하면서 얼굴, 손, 팔 부위를 다쳤다. 버스 정류장 쪽에서 넘어졌는데, 너무 순간적이라서 솔직히 나도 어떻게 날랐는진 잘 기억을 못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던 분들이 다가와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괜찮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꽤 크게 넘어졌던 것 같다.

이젠 상처도 다 아물고 완전히 회복했고, 나는 다시 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고, 강남쪽 미팅에 참석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탄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무조건 내려서 손으로 끌고 가고, 무리하게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지도 않고, 땅이 고르지 않으면 서행하고, 사고 전과는 많이 다른 서행운행과 안전운행을 한다. 미팅 시간이 간당간당하면, 전에는 엄청나게 밟으면서 골목길로 갔는데, 이젠 그냥 천천히 큰길 위주로 간다.

왜냐하면, 떨어졌을 때의 고통과 이후 상처가 회복하는 기간의 고통과 불편함을 머리와 몸이 모두 다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는 과속하고 싶어도, 몸이 고통을 기억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운행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업이나 일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배운 지식도 유용하지만, 이걸 실전에 적용해 봐야지만 그 지식이 내 것이 된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든 작든 창업부터 엑싯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경험해본 분들은 일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걸 나는 자주 느낀다. 옆에서 누가 성공하는 걸 보거나, 책에서 읽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했고, 이걸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창업가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본인이 직접 모든걸 해봤기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사업이 흘러가면 몸이 그걸 기억하는 걸 자주 봤다.

나도 킥보드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조심해야 하는 걸 알고, 그래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헬멧을 착용하고 킥보드를 탔지만, 결국엔 넘어지고 다친 후에 몸이 기억하니까, 정말로 위험하다는 걸 알고, 조심하고 있다.

결국 모든 걸 직접 해보고, 머릿속 지식이 몸의 경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