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굉장히 많은 회사를 검토한다. 아직 정확한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작년에도 총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검토한 것 같다. 워낙 다양한 창업가들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하다. 극소수지만, 어떤 사업은 그전에 한 번도 접한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이고, 어떤 사업은 과거에 본 적이 있거나 이미 우리가 투자한 회사와 비슷한 걸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고, 어떤 사업은 너무나 뻔하지만, 빠른 실행력을 기반으로 더 싸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영역에 있다.

실은, 모두 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팀이 하는 사업이라서, 항상 진지하고 재미있게 검토하는데, 최근에 콜드이메일로 들어온 회사 자료의 표지만 보고도 매우 관심이 갔던 회사가 있었다. 내가 과거에 직접 경험했고,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었다. Deck의 첫 장만 보고 바로 “아, 내가 찾던 딱 그런 서비스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자료를 자세히 보지도 않고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이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건 아니다. 실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별개의 주제이긴 하지만, 워낙 많은 소개와 콜드 이메일을 받는 투자자와 이렇게 바로 대면 미팅이 성사되는 것 자체가 위에서 말한 스타트업 대표에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공감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라서 바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풀려고 하는 문제를 투자자에게 셀링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치인데, 초기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런 수치가 없다. 수치 다음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투자자와의 공감대 형성이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미 경험한 VC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이런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만 있다면, 문제와 제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더 수월할 것이고, 이 작업이 되면, 직접 만나서 우리 팀과 제품을 적극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이 문제가 심각하고(=큰 시장),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설득해서 실제 투자 받는 건 완전히 다른 숙제이지만, 어쨌든 공감대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이 작업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

그래서 경험이 많고,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본 VC들에 접근하는 게 이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많은걸 경험해봤다면,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경험해봤을 확률 또한 높을 것이다. 많은 제품을 사용해봤다면,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사용해봤을 확률 또한 높을 것이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봤다면,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확률 또한 높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이런 공감대를 즉각적으로 형성하는 게 상당히 힘들다. 그러면 인위적으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창업가의 허슬, 집요함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VC들에겐 시간도 별로 없고 은근히 게으른 VC들도 많아서 이런 정보와 경험을 직접 떠먹여 주지 않으면, 이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건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단시간 내에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적절한 지표와 공감대의 하이브리드 접근이 필요하다.

뭔가 결론이 없는 글을 쓴 것 같지만, 하여튼 모두 굿 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