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16. 9. 7. 오후 6 50 08몇 년 전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분이 나한테 다가와서 “배기홍 대표님?”이라고 해서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내 페이스북 친구인데, 내가 그동안 포스팅 한 우리 개 마일로 사진을 보고, 마일로를 알아봤고, 나를 길거리에서 알아봤다. 그리고 많은 창업가분들이 나를 처음 만나면 나보다 마일로의 안부를 먼저 물어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요새도 마일로 안부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고, 그냥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은 마일로는 올해 1월 1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마일로는 우리 가족과 15년을 함께 했다. 우리가 연애할 당시, 와이프는 동물 보호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했었고, 그때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서 포천에 있는 동물보호소에 살고 있던 똥개가 마일로다. 결혼하고 우린 바로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몇 달 후에 보호소에서 이 친구를 미국으로 보내줬고, 우린 LA 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마일로를 입양해서 올해 초까지 같이 살았다. 입양 당시 개가 3~5살 정도로 추정되니, 사망 당시 추정 나이는 18~20살이다.

어른이 돼서 내가 처음으로 키운 개가 마일로인데, 그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고 즐거운 일이 많았고, 사람이 아닌 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아주 괜찮은 친구였다. 마일로는 태평양을 4번이나 횡단했고, 2년 전만 해도 매우 건강한 슈퍼 할머니 개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신장과 같은 장기도 망가지고, 결국엔 치매까지 왔다. 사람과 비슷한 노화 과정을 거치는 걸 옆에서 자세히 지켜보면서 나랑 지현이는 번갈아 가면서 수발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다 즐거운 추억이다.

실은 개가 워낙 늙어서, 우린 항상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고, 나는 노견의 죽음 관련 책도 꽤 많이 읽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계속 생각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로 생각했지만, 이제 확실해진 건, 내가 죽을 때까지 잊히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이젠 좀 놓아주고 싶다. 그래야지 이놈도 편안하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겠지.

노견 관련 책 중 “고마워, 너를 보내줄게(당신의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이별하는 법)”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개가 주인에게 하는 말인데, 마일로도 우리 가족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을진 모르겠지만, 비슷한 감정을 가진 채 무지개 다리 건너편으로 잘 갔길 바란다. 우리에게 준 15년 동안의 즐거움과 고마움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

See you again my friend, on the other side.

“친구에게,

이제 작별할 시간입니다. 내 다리는 약해지고 시력은 나빠지고 코의 감각도 희미해졌습니다. 나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정신은 점점 흐려지고, 이제 당신 곁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다시 건강해져서 더러운 데서 뒹굴고 기름투성이 뼈를 잡아채고 당신이 내가 먹지 않았으면 바라는 음식들을 모두 먹고 싶어요. 그리고 항상 배에는 긁힌 상처가 그치지 않도록 들판과 숲을 뛰어다니고 삶의 이야기들을 감지하고 바람을 향해 코를 세우고 세상을 또다시 보고 싶어요.
이제 나는 돌아갑니다. 당신을 외로움과 고통 속에 두고 간다는 것을 압니다. 사람들은 작별할 때 그렇게 느끼지요. 개들은 다르답니다. 우리는 후회하지 않아요. 다르게 살았더라면 하는 바람이 없지요.

비록 나는 떠나지만 우리가 함께 한 추억을 남깁니다.

창밖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고 눈이 흩날리던 어느 추운 겨울밤 당신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줬던 일을 기억합니다. 나는 당신의 외로움을 느꼈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지요.

나를 바라볼 때 당신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당신에게서 다른 냄새가 나고 무언가 다르게 보였어요. 더 밝고 행복해 보였어요. 그것이 내 삶이고 내 일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내 목적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해주는 건 없었습니다. 당신이 미소 지을 때 나는 내가 당신 곁에 있는 이유를 알았지요.
나는 당신이 일을 하는 동안 당신과 함께 있거나 지켜보는 일이 결코 싫증나지 않았어요. 나는 그 순간의 분위기에 빠져들어 당신 곁에 앉아 있었지요. 나는 당신 삶이 어떻게 되든 당신이 어떻게 느끼든 무엇을 하든 당신을 지지했어요. 나는 당신의 증인이자 증거예요.

나는 눈 속을 걷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게 뛰던 일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공과 프리스비, 막대기를 쫓아 뛰어다니던 것도 기억합니다. 추운 밤 따뜻한 난롯불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책을 읽거나 야구를 볼 때 당신 곁에 앉아 있던 것도 기억합니다.

당신이 집에 돌아와 내 이름을 부르거나 공을 집어 들거나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나에게 먹이를 주면 좋아서 심장이 터질 듯 쿵쿵 뛰었던 것도 기억합니다. 내가 그 모든 일들을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당신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주든, 나와 함께 어떤 시간을 보내든 나는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잊어버리고 있을 때도 당신이 나를 볼 수 없을 때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내게 비밀이 없었지요. 내게 모든 것을 보여줬잖아요. 우리는 서로 신뢰했습니다. 사람들과 달리 나는 당신을 결코 해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절대 해칠 수 없었어요. 내겐 그런 본능이 없어요.

나는 인간의 삶에서 모든 근심거리를 냄새 맡고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과는 다르답니다. 다른 여느 동물들처럼 나는 내게 꼭 필요한 것만 원해요. 당신의 삶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당신 삶 속에는 내겐 의미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나는 당신보다 훨씬 더 단순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우리 집의 모든 사람들과 동물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는 음식과 숲속의 냄새 나는 것들을 사랑하고 공과 프리스비와 뼈다귀를 사랑해요. 그 외에 내게 더 소중한 건 별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신은 나를 사랑해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개의 그림자에는 항상 작별이 맴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요. 우리는 영원히 혹은 충분히 오래 머무르지는 않아요. 당신 인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 보내게 되어 있지 않아요. 단지 당신의 생에 흔적을 남길 뿐입니다. 우리는 왔다가 갑니다.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옵니다. 시간이 되면 우리는 떠납니다. 죽음은 필요한 일이에요. 죽음이 삶을 정의하지요.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
나는 당신을 지켜볼 거예요.

바라건대 당신이 슬프고 외로울 때, 우리가 이 모든 시간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면 서로에게 그토록 많은 것을 주지 못했다면 얼마나 더 슬펐을지 떠올리길 바랍니다.

나는 애통해하거나 슬퍼하지 않지만 당신과 함께 걸었던 삶의 길을 그리워하겠지요. 다른 개들이 내 자리를 대신해 당신과 함께 살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선물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나를 기억해주세요.
나를 축복해주세요.
나를 위해 슬퍼해주세요.

그런 다음 그럴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를 기꺼이 편하게 놓아주세요.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다른 개를 데려와서 키워주세요. 그래서 당신이 다시 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내겐 큰 영광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