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과 비트코인

1년 반전에 내가 ‘무시하고, 비웃고, 싸우고, 그리고 이기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익숙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은 처음에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다가, 결국엔 수용한다는 내용인데, 이 일련의 과정을 마하트마 간디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

최근에 이 현상이 그대로 반복되는 걸 비트코인과 제도권 금융권의 관계에서 보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계속 비트코인의 무용성을 주구장창 주장했던 대표적인 제도권 금융회사이다. 2020년 5월 골드만삭스가 열었던 투자설명회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자산군이 아니라고 (“cryptocurrencies including Bitcoin are not an asset class.”) 강조했고, 다양한 슬라이드를 통해서 암호화폐의 무용론을 거듭 강조했다. 실은, 당시에 많은 분들이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옹호론을 펼칠 줄 알았기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제도권 은행에서 충분히 나올법한 이야기라서 나는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발표를 한지 1년도 안 된, 올 3월에 조만간 골드만삭스의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로 구성된 투자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조금은 예상치 못했던 발표를 했다. 정확히 어떤 암호화폐를 제공할지, 그리고 ETF를 만들지 아니면 다른 상품을 만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10개월 만에 본인들의 말을 번복했다는 건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권 은행들이 처음엔 비트코인은 그냥 심심해서 할 일없는 사람들이 만든 거라고 무시하면서 비웃었고, 그리고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수용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니 참 재미있다. 실은, 지난주에 스타트업의 유연함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대기업은 이런 유연함이 DNA에 없다고 했는데, 골드만삭스 같은 대기업이 이런 유연함을 보이다니 놀랍기도 하다.

현금 대신 스톡옵션

아직도 쿠팡의 5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맞냐 아니냐는 논쟁을 많은 사람들은 하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그냥,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하지만, 어쨌든, 쿠팡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쿠팡이 상장한 후에 많은 창업가, 투자자, 그리고 스타트업 직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걸 내가 요새 직접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오늘은 스타트업 직원들과 스톡옵션에 대해서 내가 최근에 느낀 점에 대해서 몇 마디 적고 싶다.

몇 명이 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쿠팡 출신 백만장자들이 상당히 많이 탄생할 것이다. 쿠팡의 주주명부를 내가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분들이 꽤 있는 거로 알고 있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사원으로 조인했지만, 이젠 쿠팡의 임원이 됐는데, 이분들도 스톡옵션을 잘 받아서, 옵션을 행사하고 팔면, 돈을 꽤 많이 벌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계에 종사하는 파운더가 아닌 다른 분들도 분명히 쿠팡에 일하고 있는 개발자 친구, 프러덕트 오너 친구, 마케터 친구가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술자리에서 이런 친구들 만나면 다들 “너네 회사 망하는 거 아냐?” , “투자자 돈으로 연명하는 회사인데 월급은 제대로 나와?”와 비슷한 농담 섞인 질문을 했었는데, 이 친구들이 갑자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어서 집도 사고 좋은 차도 사려고 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스타트업 직원들은 스톡옵션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월급 받고 회사에서 일하는 거지, 이 회사가 나중에 잘 되면 본인이 가진 스톡옵션이 큰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된 회사가 한국에 별로 없고, 본인 주변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연봉 많이 받는 건 봤지만,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터지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 작은 회사에 조인해서, 몇 년 만에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그냥 저 먼 실리콘밸리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연봉 협상을 할 때는 스톡옵션보단 그냥 현금을 더 선호하는 게 내가 그동안 느꼈던 현실이다.

하지만, 쿠팡이 상장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도 아니고, 나랑 친한 고등학교 동창 또는 컴퓨터 공학을 같이 공부했던 대학 동기들이 백만장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망하는 사기 회사에서 일 한다고 손가락질했던 그 친구들이 말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스타트업 직원분들도 스톡옵션의 힘을 서서히 믿게 되는 것 같다. 연봉 협상할 때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더 많이 달라고 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보이고,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투자사에서도 들리고 있다.

이는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의 창업가/대표들에게는 좋은 현상이다. 좋은 사람 채용하는 게 워낙 어려운데, 요샌 토스나 크래프톤과 같은 큰 스타트업에서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더 주고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을 잡아두고 있어서 더욱더 어려워지긴 했다. 하지만, 이젠 더 많은 분들이 스톡옵션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서, 돈이 없는 스타트업도 조금은 더 스톡옵션의 힘을 쓸 수 있다. 이미 유니콘이 된 토스와 크래프톤도 스톡옵션을 적절히 잘 활용하지만, 지금은 이미 기업가치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나중에 돈을 벌어도 그 upside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의 upside는 훨씬 더 클 수 있으니, 이걸 대표들은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회사가 망하면 그냥 휴짓조각이 되는데, 뭐 이건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유연함

작은 초기 스타트업들과 같이 일 하다 보면, 많은 걸 매일 배우는데, 그중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유연함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항상 목 마르고, 배고파서, 항상 아쉬운 점들이 많다. 돈이 부족해서 자금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다. 많은 일을 하고 싶지만, 사람이 부족해서 멀티태스킹 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하루가 48시간 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이렇게 항상 자원이 부족하지만, 이 부족함을 보충해주는 게 작은 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함이라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투자사 중 단기간에 목표 금액을 투자받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투자를 유치하는 데 3개월은 걸린다. 물론, 이보다 더 오래 걸리는 회사도 많은데, 6개월에서 심지어는 1년 동안 펀드레이징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작년 한 해 코비드19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았던 회사들은 성장 모멘텀을 일시적으로 잃었기 때문에 투자 받는 게 더욱 어렵다.

어떤 회사는 투자 유치 목표 금액이 50억 원이 넘었고, 우리랑 전략도 잘 만들고, 많은 고민을 한 후에 VC들과 미팅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했던거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고, 거의 6개월 넘게 이 지루하고 우울한 싸움을 하면서 모두 많이 지쳐버렸다. 실은 이 투자가 성사되지 않으면, 2021년도 목표 매출 달성이 힘들고, 여러 가지 내부 계획 실행도 힘들어지게 된다. 특히 채용을 못 하므로, 회사는 굉장히 어려운 방향으로 가게 된다.

이 순간에 이 회사와 경영진의 유연함이 잘 작동하기 시작했다. 굳이 안 되는걸 계속하기 보단, 창업팀은 올 해 외부 투자를 못 받는다는 가정을 하고, 추가 자금 없이 버티고, 심지어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게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그리고 50억 원을 한 번에 투자 받는게 아니라, 아주 작게 5억 원 또는 10억 원 단위로 점진적으로 받는 펀드레이징 전략을 다시 수립했고, 여기에 맞춰 사업 KPI도 초단기적으로 잘게 썰어서 전면 수정했다. 수년 동안 해오던 운영 방식과 사업 모델을 이렇게 단시간 안에 바꾸는 건, 유연하지 못하면 정말 할 수 없고, 특히 대기업이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유연함이 정말 좋다.

유연함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나 자신을 언제든지 맞출 수 있는 준비된 자세이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가들에게 이게 생각만큼 쉽진 않다. 오랫동안 계획한 일들을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우선순위를 과감하게 조정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회사의 모든 자원을 재배치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과 생각지도 못 했던 일들을 해야 한다. 그래도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연해야 하는데, 이건 아마도 스타트업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익숙함과 편리함

우린 익숙한 걸 좋아한다. 밥을 먹을 때도 자주 가는 익숙한 식당을 선호하고, 사람을 만나도 익숙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뭐든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보단, 과거에 경험해봤거나, 아니면 경험한 것과 비슷한, 그래서 뭔가를 했을 때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많은 학자들이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이는 인간의 DNA와도 연관되어 있다. 어쨌든 사람은 익숙한 걸 좋아한다.

그리고 우린 편리한 걸 좋아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편한 것보단,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편안하고 편리한걸 누구나 다 선호한다.

특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리고 수백만 개의 앱과 서비스 중 우리가 필요한걸 매일 매일 선택해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익숙함과 편리함은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나도 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우리 투자사가 만든 앱 외의 다른 앱을 요샌 웬만하면 설치하지 않는데, 오래전부터 소위 말하는 app fatigue가 왔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앱을 깔고, 회원 가입하고, 사용법을 익히다 보면 어떤 날은 토가 나올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새로운 앱을 만들거나 출시할 때는 이 글에서 내가 말한 익숙함과 편리함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야 한다.

어떤 창업가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엄청난 신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이 이걸 못 알아봐 준다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도 아니고, 그렇게 혁신적인 제품도 아니라서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데, 정말 어떤 분들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단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는 데 성공한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기술과 제품보다 훨씬 더 좋고, 편리한데 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미 존재하는 제품들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도, 그 편리함이 기존 제품의 조금은 더 불편하지만, 훨씬 더 큰 익숙함을 뛰어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미 많은 사람이 익숙한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잘 벤치마킹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의 반응이 별로라면, 아마도 기존 제품보다 정말 더 편리한지, 그리고 그 편리함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편리함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실은, 요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는 별로 없다. 대부분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서 기존 제품보다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싸고, 조금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 이런 제품은 익숙함과 편리함 모두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즉, 기존 제품과 비슷하지만, 왠지 기존 제품이 더 익숙하고, 기존 제품보다 편리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편리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익숙함과 편리함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을 것이다.

이미 말한 대로, 우린 앱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앱들이 출시되는데, 그 와중에도 계속 성공하는 제품들이 나온다. 이 제품들을 조금 살펴보면,
1/ 완전히 신개념이라서 전혀 익숙하진 않지만, 너무 편리하다.
2/ 편리하긴 한데, 다른 제품에 비해서 약간 더 편리하다. 그런데도 너무나 익숙한 컨셉을 도입했다.
3/ 너무 편리하고, 거기에다가 너무 익숙하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우리도 위 3가지 중 하나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악은, 익숙하지도 않은 컨셉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사용 방법도 너무 불편한 제품이다. 이런 건 100% 망한다. 안타깝게도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제품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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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dbgraphic / 크라우드픽

스트롱은 미국 법인이고, 우리 펀드도 미국 펀드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2012년도에 존이랑 스트롱 1호 펀드를 만들었을 때,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지만, 이게 될지 몰라서 증명해보고 싶었던 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태평양을 건너서 LA를 발판 삼아 북미 시장에 진출, 그리고 확장해서 미국의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큰 회사가 되는 걸 도와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 반대로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한국/서울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 진출, 확장해서 아시아 시장의 강자가 되게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는 현재 9년째 이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하면 할수록 한 나라의 회사와 창업가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느끼고 있다. 진출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에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는 건 또 다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배움을 얻어야 하는 평생의 과제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런 도전을 하면서 우리가 최근 2년 동안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있는 트렌드와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꽤 재미있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유니콘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이미 잘 되고 증명된 컨셉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처음에는 동일하게 카피하지만, 사업이 발전하면서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이런 비즈니스에 많이 투자했고, 이들 중 몇 개는 한국의 대표 category leader들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과 미국 양쪽 시장을 최근 몇 년 동안 보다 보니, 이와 반대의 트렌드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시작됐고,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비즈니스 컨셉을 미국으로 가져가서 북미 시장에서 창업하고, 한국형 컨셉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려는 시도와 노력을 하는 몇몇 창업가들에게 우린 그동안 꽤 많이 투자했다.

뉴욕의 D2C 스타트업 Cardon이라는 회사도 스트롱 투자사인데, 이 회사는 기능성 남성 화장품을 만들고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는 한국 분인데, P&G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남성 제품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서 이 시장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화장품을 잘 만들고, 한국 여성들이 화장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 여성 못지않게 요샌 한국 남성들도 화장과 외모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요샌 강남의 웬만한 헬스클럽 남성 라커룸에도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 구비되어 있고, 올리브영에 가면 이젠 남성 화장품 라인도 엄청 세분화되어 있다.

아직 미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한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다. 미국 남성은 주로 로레알이나 뉴트로지나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화장품을 슈퍼에서 구매하고 있고, 많이 발라봤자 토너와 보습제, 두 개 정도의 화장품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시장 또한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리고 –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남성들의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나는 케이팝이라고 생각한다. BTS나 EXO와 같은 보이밴드에 미국의 젊은이들도 열광하고 있는데, 이 젊은 소년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과거에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형수술과 세분화된 화장이다. 여기에 열광하는 미국의 MZ 남성들도 자라면서 이렇게 피부관리도 하고 화장도 하면서 시장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Cardon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또는 아시아)에서 이미 입증이 된 아이템과 컨셉을 미국 시장으로 가져가서 큰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은 이런 플레이를 하는 스트롱 회사들이 이젠 꽤 많이 있다.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미국적으로 재해석해서 캔 막걸리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Makku, 고추장을 마치 케첩과 타바스코와 같은 글로벌 소스로 만들어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KPOP Food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두 다 한국에서 입증된, 가장 한국적인 컨셉을 미국에서 현지화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는 대단한 창업가들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재탄생 된 자동차 바디킷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에이드로 또한 이런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자동차 튜닝이란 산업은 서양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이걸 한국적인 아기자기한 감각으로 아주 깔끔하고 이쁘고 멋지게 만들어서 다시 미국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인데, 역시 한국인들이 가장 잘하는걸, 가장 한국적으로 재해석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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