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경험

1589795230991영화 Trolls의 후속편 Trolls World Tour가 개봉 3주 만에 1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3주 동안 발생한 매출이 전편인 Troll의 5개월 매출보다 많다고 하니, 이는 상당히 놀라운 실적이긴 하다. 그 이유를 자세히 보니, 주로 신작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한 8주 후에 넷플릭스나 다른 VOD 서비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은 관계로, 이번 후속편은 바로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 출시했는데, 이 전략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은 대부분의 영화제작사 관계자한테 물어보면, 신작을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에 개봉하고 싶지만, 전통적으로 이 시장에서 극장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눈치 보느라 항상 극장 먼저 개봉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만 개봉을 먼저 했는데, 이게 아주 결과가 좋았던 것이다. Trolls World Tour의 제작사인 NBCUniversal은 이걸 계기로 앞으로 모든 영화는 극장과 스트리밍에서 동시에 개봉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이고, 아마도 많은 제작사가 비슷한 전략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극장 상영의 경우, 영화제작사가 수익의 50%를 가져가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의 경우 제작사가 80%를 가져가니, 수익구조면으로만 봐도 스트리밍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내가 전에 페이스북에 올리니까, 페친들로부터 재미있는 반응이 있었고,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봉날 스트리밍 해 봤거든요. 네플릭스가 리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앞으로 극장들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학생들과 AMC 에 대해서 잠시 토론해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팝콘 냄새 가득한 극장이 좋다는 밀레니얼들이 아직은 대부분인 것 같긴 합니다.”

“영화관 비즈니스모델은, 영화는 미끼 상품이고 이익의 대부분은 컨세션 즉 팝콘, 음료 등의 매출에서 나오는데… 이번 “실험”을 계기로 영화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없어도 별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이 분들 말에 100% 동의한다. “It’s the popcorn, not the movie, stupid.”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장의 비즈니스모델은 영화가 아니라 팝콘과 음료에서 나온다고 하고,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발길을 옮겨야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에도 과연 인구밀도가 높은 극장으로 사람들이 전과 같이 갈까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있다.

실은, 영화관 산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내림세긴 했다. 집에 아무리 큰 TV가 있어도, 대형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영화관 비즈니스는 항상 잘 될 거라는 이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의 믿음과 예측과는 달리, 밀레니얼은 더는 집 밖에서 뭔가를 하는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거창한 것보단 실용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대이고, 이는 인터넷 쇼핑, 유튜브 시청, 음식배달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시청에도 적용된다. 그냥 소파에 누워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더 비싼 돈을 내고 그 복잡한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이며, 앞으로 이런 트렌드는 더욱더 두드러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영화관은 망할 것인가? 큰 변화와 시도를 하지 않으면, 망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장의 장래가 어둡기만 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극장이 살아남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절대로 제공해주지 못 하는 차별화 되고 고급진 경험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플레이를 잘 하고 있는 곳이 CGV 청담씨네시티라고 생각한다. 여긴 다른 극장보다 조금 더 일찌감치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는데, 다른 극장에서는 한 두 관 정도만 있는 특별관과 프리미엄관을 모든 상영관에 적용했다. 극장의 좌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간격을 극대화했고, 다른 극장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설계를 했고,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푹신한 대형 가죽 소파가 설치된 상영관도 있다. 극장에 자주 가 본 분들이라면, 이 푹신한 가죽 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영관마다 테마를 조금씩 차별화해서, 사운드에 따라서 의자가 움직이고 반응하는 음향 시스템을 적용한 관도 있고, 소규모 파티를 위한 프라이빗 극장 대관 또한 가능한 상영관도 있다. 나도 웬만하면 집에서 온디맨드로 영화를 보긴 하는데, 그래도 신작 또는 대작을 보기 위해서는 극장을 선호하고 무조건 이 곳과 같은 high end 극장을 찾게 된다.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를 최대한 편안하게, 오감을 다 살리면서 볼 수 있는 그 경험을 위해서 찾게 된다. 기아가동차나 BMW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서 상영관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시도는 꽤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좀 비싸다. 일반 극장보단 한 3,000원 정도 비싸고, 4D 상영관은 2만 원이 넘긴 하지만, 관람객은 집에서는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기꺼이 이 돈을 낸다. 극장의 입장에서도 인당 매출이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이런 차별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온디맨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극장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른 소매업들도 어떻게 하면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고, 고급화 되고 있는 극장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

Fast Company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30명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답변을 정리한 기사를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가 동의했던 의견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인터뷰한 분들은 유명한 VC, 스타트업의 대표, 그리고 연구원들인데, 앞으로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더는 큰 관심 시가 아닐 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되었을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건, 인터뷰한 사람 대부분 본인 회사, 제품, 그리고 직업의 관점에서 유리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30명의 의견을 8개의 주제로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norm이 된 재택근무
2/ 디지털 변화의 가속화
3/ 교육의 가상화
4/ 헬스케어의 변화
5/ 주춤하는 벤처캐피탈
6/ 대중교통의 개인교통화
7/ 제조 공급망의 변화
8/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 코멘트 몇 개를 그냥 특정 순서없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이 시작됐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실험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전 세계가 일하고, 공부하고, 교육받는 방법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근무자들이 서서히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고 있지만, Microsoft Teams와 같은 재택근무 솔루션의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3/ Zoom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루비콘강을 건넜다. 우리 가족 5살 꼬마부터 75살 할아버지까지 줌을 사용하고 있다. 이건 대단하다.
4/ 재택근무를 통해서 많은 임원이 물리적인 사무실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조직이 비싼 지역의 큰 사무실을 줄일 것이고, 더 작은 본사와 원격 사무실로 옮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회사는 본사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기고 100% 재택근무를 시행할지도 모른다.
5/ 그동안 도시를 떠나서 일하고 싶었지만, 본사와 사무실의 압박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던 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해 원격근무 할 것이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테크허브의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고, 지방 도시가 발전할 것이다.
6/ 코로나바이러스는 디지털 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변화를 그동안 죽어라 반대하던 반대세력과 저항이 갑자기 증발하고 있다.
7/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트라우마와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산업에서 정신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8/ 유니콘과 펀딩 규모와 같은 정량적인 부분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이젠 팀, 문화, 수익성 등과 같은 정성적인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9/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투자하게 되는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10/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될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대신, 공유 자전거, 공유 스쿠터 등과 같은 개인교통 수단이 주목받을 것이다.
11/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외국의 공장에만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제조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재앙에 무방비 상태다. 앞으로는 인건비가 비싸도, 자국과 외국의 공급망을 유연하게 혼합하고, 사람에 의존하기 보단 기계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제조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12/ 매출의 대부분을 물리적인 상점과 오프라인 트래픽에만 의존하던 소매업자들은 다른 매출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식당은 이제 방문손님보단 배달에 의존할 것이고, 가게는 매장판매보단 이커머스에 의존할 것이다.

위 12개 의견에 대해서 나는 100% 동의한다. 실은, 이런 변화는 훨씬 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건데,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가 가속화됐고,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데이터 분석가들이 얼마 전에 암호화폐 가격과 시장에 대한 꽤 재미있는 분석을 했는데, 여기서 간략하게 공유할만한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이라는 글인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의 가격변화와 이와 관련된 크립토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이 크립토 또한 up and down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새로운 기술보다 이 up과 down의 골이 큰 게 특징이긴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장에서 크립토겨울까지의 주기가 3번 반복됐는데, 첫 번째 불장이 2011년, 두 번째가 2013년 그리고 2017년이 세 번째 불장이었다고 한다. 실은, 나도 이 up and down 사이클을 2011년, 2013년, 2017년에 직접 경험했고 – 2011년에 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때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걸 처음 들었다 – 주변의 많은 창업가들이 “2013년, 2017년에 크립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냥 돈 벌기 위해서 코인 투기 시작했다가 점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이 분야에서만 계속 활동하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는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번에 a16z 데이터 분석가들이 지난 10년 동안의 레딧 코멘트와 Github커밋, 그리고 Pitchbook 펀딩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니, 이 그림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크립토 주기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발전한다:
1/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2/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고,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된다.
3/ 관심이 올라가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크립토 분야로 진출한다. 특히 개발자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진다.
4/ 새로운 아이디어와 코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된다.
5/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는 창업을 통해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되고, 더 많은 투자가 되면서 새로운 주기가 만들어진다.

뭐,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크립토의 up and down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a16z는 확신을 하는데, 2010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있었던 이 3개의 주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차트다.

crypto price innovation cycle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그래프를 보면 계속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걸 볼 수 있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크립토/블록체인 관련 개발자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더 많이 이슈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비례하면서 많아진다. 대부분의 수치가 거의 10배 정도 상승하고, 최고점을 치면서 다시 모든 게 내려오면서 한 주기가 끝나는데, 이후에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건, 한 주기가 끝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나 다른 관련 활동이 이전 수준으로 그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락하긴 하지만 그 다음의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Up과 down이 너무 심해서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이 10년 기간 동안 연평균성장률은 상당하다. 비트코인 가격 196.4%; 소셜미디어 활동 207.5%; 개발자 활동 74.4%; 스타트업창업 53.9%이다.

한 주기의 기간이 3~4년 정도라고 하면, 우리는 현재 4번째 크립토 주기의 시작점에 있다. 이번 주기의 고점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와 회사가 탄생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ANDREESSEN HOROWITZ>

매출 총이익

다른 곳에서 읽은 좋은 글을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요샌 거의 없는데, 얼마 전에 Fred Wilson이 올린 글이 너무 좋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윌슨 씨가 너무 우아하고 통찰력있게 표현해서, 잠깐 소개하고, 일부 번역해서 공유해보고 싶다. “Not All Gross Margin Is The Same“이라는 글인데, 투자검토 할 때, 회사가 매출이 있다면, 대부분 VC가 확인하는 수치 중 하나인 매출 총이익에 대한 내용이다.

매출 총이익에 대한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리자면, 이익률이 높으면 좋고, 낮으면 좋지 않은 비즈니스라고 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예시를 들면서,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덜란드의 PG사 Adyen의 재무제표에 의하면 이 회사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65B이고, 매출원가는 $2.16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0.5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19%이다.
다른 회사를 한 번 보자. Macy’s 백화점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5.3B이고, 매출원가는 $15.2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10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40%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매출총이익률은 Adyen의 거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걸 그냥 별 생각 없이, 겉만 봤을 때,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 이익률이 더 높으니까, 이 비즈니스가 더 수익성이 좋고, 더 좋은 비즈니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Adyen은 $2.16B의 매출원가를 그냥 다른 기업들에 넘겨주기만 하는데, 이걸 넘겨주면서 실제로 본인들이 하는 게 별로 없고, 본인들에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메이시스의 경우 $15.2B의 매출원가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관련된 구매비용, 재고비용, 그리고 매장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메이시스의 매출원가에는 실제로 많은 운영비용과 운전자본이 포함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Adyen이 Macy’s보다 이익률은 낮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실은, 나도 우리가 작년 12월에 페이플에 투자할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많이 했다. Adyen에 비교할 수 없지만, 페이플도 결제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API 비즈니스이고, 고객들의 전체 거래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매출로 잡는다. 매출총이익률을 따져보면, 엄청나게 낮지만, 그래도 매출원가가 페이플의 운영비용이나 운전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포커게임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포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피를 받는데, 그 퍼센트는 매우 낮다. 하지만, 큰 노력없이 받는 돈이다. 반면에, 포커를 대신 쳐주고, 번 돈의 50%를 받는 대리포커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이익률은 높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 에너지, 정신적/육체적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률이 낮은 하우스피가 더 좋은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즉, 겉으로만 보면 이익률이 낮은 비즈니스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상당히 이익률이 높은 비즈니스일 수가 있다.

변동성

나는 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주식 투자를 많이 하진 않는다. 그나마 가진 주식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회사 주식인데, 나이키와 언더아머 브랜드를 워낙 좋아해서 이 두 회사 주식은 거의 15년 전부터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

이건 나이키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5 53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00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 다시 90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실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일단 현재 숫자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바닥을 쳤을 때 주가가 40% 하락했고, 이제 거의 100달러로 다시 회복했다.

이건 언더아머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6 48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5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 9달러로 회복했다. 60%까지 하락했다가 조금 올라왔지만, 아직도 40%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산업에 있는 아디다스의 최근 3개월 주가를 보자.

사진 2020. 5. 11. 오후 3 47 09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60달러 선에 있다가, 그 이후에 90달러까지 떨어졌다. 43% 정도 하락했다가, 현재 11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대비 30%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나는 주식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가 속한 소비재/운동용품 분야, 그리고 다른 분야의 종목을 그냥 대충 봤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30%~40% 정도 주가가 하락한 회사는, 이건 이 회사가 뭘 못 한 거라기보단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감소폭이기 때문에 3개월~6개월 안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80% 이상 하락했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면 이런 위기가 올 수 있고, 회복이 힘들거나 회복을 해도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런 비즈니스는 통제가 힘든 변동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지속할 수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투자사들도 보면, 약간 비슷한 비교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 3월 실적이 갑자기 30%~40% 정도 감소한 회사들은 4월에 다시 실적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어떤 회사는 5월 실적이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실적보다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80% 이상 타격을 받은 회사는 4월, 5월에도 회복의 기미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속 가능하지 못 한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 그리고 앞으로 이런 위기가 더 많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 그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방어막과 해자를 만들어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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