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딱히 글 소재가 없어서 최근에 다시 읽었던 Satoshi Nakamoto의 비트코인 원조 백서를 소개한다.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이 백서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 이게 일본인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니면 해커들의 신디케이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공개했는데, 보시다시피 긴 논문이 아니라 8장의 짧은 자료이다. 실은 나도 한 3번은 읽어봤는데 코딩, 보안, 그리고 암호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별로 없어서인지 반 정도 밖에 이해를 못 했다. 이 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2008년 부터 지금까지 무상으로 개발한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화폐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커진것이다.

실은 8장 짜리지만, 꽤 굵직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동안 전자현금과 화폐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중사용(double-spending)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할 때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항상 개입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돈 거래에 있어서 제 3자를 믿는다는 건 – 그게 은행이라도 – 매우 위험하다. 또한, 우리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 3자가 딴 맘을 먹거나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거래 자체가 위험해 진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장부, 즉 블록체인을 제안했고, 블록체인의 운영 방법도 매우 심플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왜 블록체인은 공격 당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수학적으로도 증명을 했으며, 사토시가 제시한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자유의지론적인 운영 방식 또한 매우 흥미롭고 새롭다.

물론,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완벽하지는 않다. 오히려 허술한 부분들도 많고, 사토시가 제안한 많은 내용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질문들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 비트코인 업계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다.

어쨋든,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이 이 간단해 보이는 8장의 백서로부터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