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방법을 찾기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을 자주 보진 않지만, 좋은 손님을 초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프로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주말에 이전 방송들을 보다가 신순규라는 분이 출연했던 편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유퀴즈에 나오는 대부분 일반인들은 특별한데, 이분은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독특했다. 신순규 씨는 아홉 살에 시력을 잃었고, 우연한 기회에 미국으로 유학 하러 가서 여러 가지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현재 월가 투자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학교 졸업 후 JP모건에 최초의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로 취직할 정도로 실력도 좋았지만, 실력만큼 강했던 건 이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의지인 것 같다.

신순규 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후천적 시각 장애인으로의 삶 그 자체가 너무나 힘들 텐데, 눈이 보이는 사람도 힘든 증권 분석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 그리고 이분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했던 인생이 내가 그냥 상상만 해도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았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나름 인생을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열심히,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분의 인생 신조는 ‘일단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자.’인데, 나는 이런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시각 장애인으로 살면, 일반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할 수 없을 텐데,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한계가 명확한 삶을 사는 대신, 일단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태도는 인생의 결과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의 인생이 그 증거라고 믿는다.

실은 이분의 신조는 우리가 투자하는 많은 창업가들의 신조이자, 이들의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업에 대한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아본다. 그런데 이렇게 방법을 먼저 찾아보면, 그 방법이 잘 안 보인다. 대부분 하고 싶은 걸 진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보면, 그 방법이 잘 안 찾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은 대부분 방법을 찾아보고, 그 방법이 보이면 창업하는게 아니라, 일단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했고, 그리고 나서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방법을 찾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

바로 이전 글에서 경쟁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서 썼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걸 나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 창업가들은 대부분 일단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을 무조건 찾아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경쟁에 임하는 자세

여전히 난 아침에 운동하면서 음악과 팟캐스트를 번갈아 듣고 있다. 얼마 전에 비즈니스 관련 흥미로운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몇 가지 메모를 했었는데, 내가 평소 경쟁에 대해서 생각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포인트가 있어서, 내 머릿속에서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여기서 몇 자 또 적어본다.

미국의 한적한 휴양지 동네에 있는 작은 멕시칸 타코 식당을 운영하는 한 오너쉐프가 사업 하면서 지금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이미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선배 창업가의 조언을 듣는 인터뷰인데, 이 자영업자/창업가가 요새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처음 들어봤지만, 쉐프들에게 주는 꽤 유명한 상을 받은 이 창업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동네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타코 가게를 몇 년째 운영 중이다. 인상적인 내용은 살사(소스)를 직접 가게에서 만들고, 또르띠야랑 칩스도 외주 주문하는 게 아니라 가게에서 직접 하나씩 다 만드는, 말 그대로 수제 타코 가게인데, 이 말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멕시칸 프랜차이즈의 헤비웨이트인 치포틀레가 이 동네로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고, 공교롭게도 치포틀레 매장이 이 창업가의 가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오픈한다는 공포스러운 소식 또한 발표됐다.

이 창업가의 질문은, 이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예상될 때, 다윗이 취할 자세와 구사할 전략에 관해서였다. 이에 대해 좋은 피드백이 많이 제공됐는데 내가 평소 경쟁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생각했던 부분과 상당히 비슷했다. 이미 대형 경쟁사와 싸워 본 경험이 있는 선배 창업가들의 피드백과 평소 내 생각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쉽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치열하게 싸워도 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고, 성경에서는 운 좋게 다윗이 이겼지만, 현실에서는 골리앗이 대부분 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경쟁사의 우리 골목상권 진입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구역으로 진출하기로 했고,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없다. 여기에 괜히 시간과 에너지는 쓰지 말자. 우리가 또 할 수 없는 건, 이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치포틀레와 같은 대기업은 볼륨의 왕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원가는 항상 낮을 수밖에 없고, 이들이 원한다면 우리보다 항상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격을 낮추든 안 낮추든, 일단 우리 마진의 30%는 무조건 날아갈 것이라는 걸 명확하게 인지해야 하고, 명확하게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가게도 충분히 강점이 있고, 할 수 있는 게 있다. 대기업이 잘하는 게 많지만, 작은 가게가 잘하는 것도 많다. 이 타코 가게의 경우 모든 음식을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데, 이렇게 하면 맛은 월등할 수밖에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제공할 수 없는 탁월한 맛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장사를 해서 이 가게는 이미 동네 주민 커뮤니티의 일부가 됐고, 이런 소속감과 커뮤니티십을 잘 활용하면 단골 손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나온 예시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인과 밴드를 매주 초대해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수제 타코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기업이 잘 못 하는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더 강화해서 서비스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종합하자면, 우리만의 차별점을 더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고, 식당의 경우 이건 주로 맛과 서비스를 더욱더 갈고 닦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이렇게 당연한 게 대부분 잘 안 지켜진다.

한국은 골목상권과 대기업 간의 싸움이 미국보다 더 언론화되고 큰 이슈 거리가 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하면, 우리나라의 정서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편이 돼서 대기업을 맹공한다. 나도 대기업이 모든 걸 다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력하지만, 반대로 누구나 다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제일 아쉽고 짜증 나는 건, 위에서 말 한 타코 가게 창업가같이 이 어려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주장만 하는데, 막상 이들의 골목 빵집, 분식집, 슈퍼, 밥집에 가보면 거지 같은 서비스에 형편없는 제품을 팔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불평하는 자영업자들도 너무 많다.

이 치열한 세상에서 뭐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작은 경쟁이든, 큰 경쟁이든, 경쟁을 피할 순 없다. 이럴 때 우리가 경쟁에 어떤 자세와 태도로 임하는지가 매우 많은 걸 결정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사업

한때는 테슬라보다 더 혁신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로 추앙받던 Fisker가 얼마 전에 파산 신청을 했다. 실은, 10년 전에 이미 회사를 한 번 말아먹었고, 이번이 두 번째 파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피스커의 파산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이지만, 결국엔 지속 가능한 사업 자체를 만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인 것 같다.

TechCrunch의 기사 제목을 보면 피스커의 실패 원인이 “it wasn’t ready to be a car company” 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이 말의 뜻은 피스커가 멋진 컨셉의 전기자동차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회사가 되긴 했지만, 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고, 결국엔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 같다. 피스커의 창업자는 Henrik Fisker라는 걸출한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이분은 멋진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지만, 그 재능은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로 변신하는 데는 실패했고, 아마도 자신의 그런 한계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우리가 투자했거나, 검토했던 꽤 많은 회사도 이런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다.

창업가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를 만들고, 열심히 제품을 만든다. 출시 일정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몇 개월, 또는 몇 년을 밤새워서 만들고, 운 좋으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제품이 완성돼서 시장에 출시된다. 실은, 대부분의 회사가 여기까지도 못 간다. 거창하게 세웠던 계획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진행되면서 돈은 예상보다 빨리 쓰고, 제품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계획했던 게 아닌, 아주 허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그냥 소리 소문 없이 회사는 문을 닫거나, 다른 제품으로 피봇한다.

하지만, 아주 운이 좋은 회사들은 시장에서 꽤 열광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한다. 그리고, 초기 얼리 어댑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어느 정도의 바이럴 요소가 감지된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해서 초기 반응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한 건, 이것 자체가 대단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야 하는 큰 마일스톤 달성이지만, 많은 대표들은 이게 사업의 종착점이자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실은, 제품 출시한 후부터가 진정한 사업의 시작점이고, 여기서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이 사업이 정말로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을지 결정된다.

어떤 분들은 만들어서 출시하면, 그냥 알아서 팔릴 것이고, 이렇게 팔리다 보면 곧 유니콘이 되는 걸로 착각하는데,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은 절대로 이렇게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 때까진, 장인의 정신으로 정말로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후부턴 이 제품을 어떻게 시장의 요구에 맞춰서 최적화하고, 어떻게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어떻게 더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회사다운 회사를 만들지에 대한, 사업가의 마인드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어떤 분들은 이런 걸 0에서 1은 엄청나게 잘 하지만, 1에서 10까진 못 하는 딜레마라고도 한다. 결국엔 돈을 벌고 사업을 만드는 건 1에서 10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단순히 만드는 회사가 아닌 사업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1에서 10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결국엔 피스커도 멋지고 시장에서 WoW 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했지만(0->1), 회사가 돈을 벌면서 이 멋진 자동차를 대량생산해서 판매할 방법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지 않았고, 결국 지속 가능한 사업(1->10)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점수

창업가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너무 멀리, 그리고 너무 넓게 보는 능력이다.

너무 멀리 본다는 건, 좋게 말하면 장기적인 비전이 있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계획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작은 것도 못 하는데 너무 큰 것만 생각하는 공상가/망상가라는 의미다.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가 월 매출 10만 원도 못 하면서 월 매출 100억 원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어떤 투자자들은 대단한 비저너리라고 좋아하지만, 어떤 투자자들은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너무 넓게 본다는 건, 좋게 말하면 한 번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서 큰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지만, 나쁘게 말하면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일만 벌이는 스타일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나의 기능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는데, 계속 슈퍼 앱을 만들겠다는 창업가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제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나한테 지금까지 봤던 회사 중 잘 된 회사들의 공통점을 자주 물어본다. 회사마다 다르고, 창업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하나의 공통점은 없지만, 오랫동안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분들에겐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복리의 힘으로 인해서 나중에 폭발적인 성장이 만들어진다는 걸 믿으라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공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작은 것들의 힘과 복리의 힘을 믿는다는 점이다. 이걸 믿지 않으면 창업과 사업이라는 외로운 싸움을 오래 할 수가 없다.

그럼 작은 것엔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 지금 만들고 있는 기능, 지금 쓰고 있는 이메일, 이게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여기에 100% 집중하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매사에 이런 자세로 임하면, 결국엔 작은 것들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완벽하고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아주 크고 아주 완벽한 것으로 성장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테니스 선수였던 로저 페더러가 얼마 전에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명언을 했다. “테니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치고 있는 포인트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기든 지든, 이 포인트가 끝났다면, 이젠 잊어버리고 다음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지금 이 시점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한다.”

창업가들도 이런 마인드로 사업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는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치고 있는 포인트다. 그다음으로 중요하고 어려운 건 바로 다음 포인트고, 다음 경기다.

점수를 하나씩 이기다 보면, 게임에 이기고, 세트를 이기고, 시합에 이긴다. 이 순서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그 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한 어떤 창업가가 본인은 몇백억짜리 회사를 만들 계획이었으면 그냥 대기업에 취직했지, 창업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처음부터 본인은 유니콘이 목표라고 하면서. 참고로 이 분은 내가 보기엔 아직 30억짜리 회사도 못 만들었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나는 이런 창업가들이 싫다.

다시 본질로

이 블로그 방문자 중 나이키 주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2005년부터 나이키 주식을 소량으로 꾸준히 사고 있다. 주식을 사는 이유가 그 회사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한 편으로는 그냥 나이키라는 회사와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의 팬으로서 회사의 일부를 소유하고 싶은 팬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에 나이키가 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월가의 예상보다 낮은 실적이기도 했지만, 이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우려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주가가 하루 만에 20% 폭락했다. 찾아보니 2001년 이후로 최악의 단일 주가 폭락이었고, 하루에 한화로 3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해 버렸다.

주가 폭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위협은 나이키가 요새 혁신에 소극적이고, 이에 따라 좋은 제품을 못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그동안 죽었다고 생각됐던 뉴밸런스와 아식스 같은 오래된 브랜드가 지속적인 혁신으로 러닝 시장에서 나이키를 앞지르고 있고, Alo, Hoka와 On과 같은 새로운 브랜드가 MZ 세대뿐만 아니라 X 세대의 취향까지 잘 파악해서 나이키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외에도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 오프라인 매장을 버리고 온라인으로만 판매 채널을 집중한 점 등이 나이키 실적 부진의 직,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나이키 주주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고, 이제 나이키도 서서히 맛이 가고 있는 것 같으니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거의 20년 동안 나이키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이 회사가 위기와 역경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봤던 일인으로서 내 즉각적인 반응은, “time to buy more”였다.

기업은 생명체와 같이 유기적으로 성장과 하락을 반복한다. 수년 동안 매일 운동하고 건강했던 사람도 조금만 방심하면 몇 달 만에 체중이 수십 킬로 불면서 비만이 될 수 있듯이, 기업 또한 계속 잘하다가 조금만 방심하거나,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잘 못 하면 금방 위기가 올 수 있다. 이건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이나,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No.1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두 기업 간에 큰 차이가 있다면, 스타트업은 한 번 이렇게 하락하면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자금이 없어서 망할 확률이 높고, 대기업은 다시 재정비해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더 있다는 것이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기업의 실적은 계속 up and down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나이키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 60년의 비즈니스 역사에서 이런 위기가 올 때마다 취했던 전략을 이번에도 똑같이 구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바로 본질로 돌아가고, 다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다. 혁신과 좋은 제품으로 창업된 회사인만큼, 다시 한번 시장을 wow 시킬 수 있는 혁신적이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누구나 다 사업하다 보면 옆길로 빠질 수 있고, 본질을 잊어버릴 때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럴 때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건 나이키나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이나 다 마찬가지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해서, 아예 종이로 출력해서 가방에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나이키의 창업가 필 나이트가 1970년대에 직원들과 공유했던 메모 내용을 여기에 한 번 적어본다. 이런 철학, 정신, 원칙 위에 만들어진 회사는 꼭 리바운드할 것이라고 믿는다:

1/ Our business is change.
2/ We’re on offense. All the time.
3/ Perfect results count, not a perfect process.
Break the rules: fight the law.
4/ This is as much about battle as about business.
5/ Assume nothing.
Make sure people keep their promises.
Push yourselves push other.
Stretch the possible.
6/ Live off the land.
7/ Your job isn’t done until the job is done.
8/ Dangers
Bureaucracy
Personal ambition
Energy takers vs. energy givers
Knowing our weaknesses
Don’t get too many things on the platter
9/ It won’t be pretty.
10/ If we do the right things we’ll make money damn near automa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