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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

나는 일과 관련된 저녁식사인 ‘비즈니스 디너’를 잘 안 한다. 주 중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하루라도 루틴과 컨디션이 무너지면 그날은 당연히 힘들고, 이게 일주일 내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가 매일 하는 루틴을 지키는 노력을 한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늦게까지 뭘 먹고, 많이 먹진 않지만, 술도 먹고, 그리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면 그다음 날 컨디션이 영 별로라서, 식사를 해야 하는 자리라면 점심 약속, 또는 오히려 조찬을 선호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 업계 지인분이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내가 거절했고 대신 점심이나 커피타임을 하자고 했는데, 이 말을 하면서 내 입에서 자동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저녁 약속을 잘 안 잡아서요…”라는 말이 나왔고, 사과하자 상대방은 나에게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표시했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식의 훈계까지 했다. 솔직히 이 분이 나에게 저녁을 몇 번 제안했는데 내가 매번 거절해서 약간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신 점심 약속을 잡은 후에.

그런데 전화를 끊고 이 점심 약속을 캘린더에 넣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분에게 미안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하지? 그냥 원래의 나답게 행동하는 건데?”

생각해 보니 나도 한국 사회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보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중요하고, 내 감정이 상하는 것보다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게 더 큰 죄악이라고 인식되는 전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고 있었다. 지금도 평균적인 한국인보단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동화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새 다시 스스로를 리셋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은 과거에는 이런 걸 그냥 하면 되지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전반적인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소위 말하는 사회적 규범을 점점 더 인식하고 신경 쓰게 됐기 때문에 이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다른 것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답게 사는 것을 미안해하거나 남에게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이게 잘 안되는 분위기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전혀 남에게 미안해할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법을 어기거나 사회적 규범을 완전히 거스르는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건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나에게 맞는 방식대로 살면 된다.

Do not apologize for being yourself.

옵티마이저들

요새 투자 분위기는 아직도 AI, 로보틱스, 국방, 피지컬 AI와 같은 딥테크와 하드테크에 집중됐지만, 우린 좋은 창업가들이 좋은 사업을 하고 있으면 분야와 기술관 상관없이 검토하고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는 어려운 기술보단 먹고, 마시고, 입고, 놀고, 어울리는 분야라는 점을 우린 매번 강조하고 스스로 상기시키면서 이 분야의 회사와 창업가를 많이 만나고 검토하고 있다.(그렇다고 우리가 딥테크와 하드테크를 안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분야도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Consumer 분야의 트렌드를 관찰하다 보면 요새 ‘Optimizer’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최적화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재미도 있지만 의미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하면서 추구하는 세대를 옵티마이저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더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수도승처럼 금욕적인 삶보단 나름의 방식으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현명한 지름길을 통해서 더 건강한 선택을 하고 똑똑한 방법으로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MZ 세대의 40% 이상이 자신은 옵티마이저라고 하는데 이들은 먹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특히 비슷한 카테고리의 음식이라면 더 비싼 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 가공음식을 덜 먹지만, 또 재미있는 사실은 맛집이라면 – 그리고 그 맛집이 초가공식품인 소금빵 가게라도 – 30분 이상 기다려서 꼭 먹고 마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사실과는 달리 이들은 술도 남들보다 더 많이 먹지만, 되도록 더 비싼 술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와인도 일반 와인보다 내추럴 와인을 선호한다.

옵티마이저는 오래 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주일에 4번 이상 운동하고 장수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사우나도 자주 한다. 대부분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서 비만이라고 생각하면 GLP-1을 거리낌없이 맞거나 복용하고, 보톡스와 필러도 더 많이 맞는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건강, 장수, 체중감소를 위해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펩타이드 주사도 상당히 많이 자가주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GLP-1을 통해서 자가주사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집에서 펩타이드 주사를 편안하게 맞는 것 같다.

이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력도 남다른데, 자연스럽게 AI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사용한다. 36%가 매일 AI 챗봇과 대화하고 절반 이상이 AI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옵티마이저의 이런 생각과 행동을 보면서 “쯧쯧쯧”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인생 최적화 철학이 가진 큰 장점이 있다. 옵티마이저는 인생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이 강박에 의해서 행동도 인생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조정되는데, 이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이 몸에 배면서 이들은 이미 스스로가 인생에서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정말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긴 한다.

아직도 인기 있는진 모르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있게 살자는 YOLO와 모두가 한 번 죽는 인생 의미 있게 살자는 YODO가 큰 인기몰이를 했었는데, 옵티마이저들은 YOLO와 YODO를 적절하게 혼합한 삶을 지향하는 것 같다.

MZ 세대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창업가는 계속해서 바뀌는 이런 큰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요샌 취향과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사업 환경은 더욱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Good luck.

책임 회피하기

오지큐 신철호 대표님과 이 회사의 투자자들 간의 갈등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요새 큰 이슈가 됐다. 나는 신철호 대표님을 과거에 뵌 적은 있지만,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관계이고, 오지큐 회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실은 이런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의 분쟁과 갈등은 정확한 사정을 모르면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 판단하기가 어렵고, 대부분 he said, she said, I said 상황으로 간다. 그래서 신대표님의 포스팅이 페이스북 피드에 떴을 땐, 내 경험으로 이 사건도 진실은 이 분의 주장과 투자자의 주장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대표님의 이야기를 계속 읽어보니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 분이 억지 주장을 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에 진실이 이 분의 말에 더 가깝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2026년도에 전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이고, 전세계에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잘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놀랍긴 하다.

어쨌든, 나는 정확한 사실을 모르니 판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해져서 오지큐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읽다 보니, 내가 몇 년 동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서 이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 싶었다. 책임 회피와 전가에 대한 이야기다.

VC와 창업가 사이에 이런 갈등이 발생하면,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법적 분쟁을 시작하진 않는다. 대부분 만나서 대화로 시작하는데, 나는 매우 많은 VC가 이런 상황에서 창업가들과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어떤 분들은 아예 처음부터 대화할 마음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창업가들이 투자자들과 어려운 대화를 할 때 자주 듣는 답변이, “저희 LP가 이건 허락하지 않습니다.” , “저희 LP와의 계약에 따르면 이건 저희가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또는, 이와 비슷한 문맥의 답변일 것이다.

GP가(GP=General Partner=VC. 문맥상 앞으로는 GP라고 하겠다.) 창업가에게 이 말을 하는 순간, 이들의 대화는 여기서 끝난다. 본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LP가 못 하게 하면, 이건 못 한다는 의미라서 창업가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우린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최후통첩이다. 나도 다른 VC들에게 들었던 말이고, 우리 투자사들도 자주 들었던 말인데 솔직히 나에겐 이런 말은 대부분 전형적인 변명, 그리고 투자자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다른 GP들과 그들의 LP의 계약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문구들과 내용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계약서는 말 그대로 상식선에서 작성된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고 부당한 내용을 GP가 창업가나 투자사에 요구하는 걸 LP가 계약서로 강요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GP들이 “우리 LP가 못 하게 해서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할 땐 이건 그냥 본인들이 그렇게 하기 싫다는 걸 직접 말하기 거북하니까 LP 핑계를 대는 것일 확률이 높다. 그냥 본인은 나쁜 사람이 되기 싫고, 곤란하고 귀찮은 일 처리하기도 싫고, 그냥 창업가가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그리고 알 확률이 거의 없는 애매한 LP 탓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GP와 LP의 계약서에 실제로 이런 내용이 있다고 쳐도, GP가 판단 했을 때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고 부당한 상황이라면,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LP와 다시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우리도 이런 경우가 몇 번 있고, 충분히 잘 설명한다면 예외 사항이 허락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많은 GP는 이런 노력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이 담당하는 회사에서 이런 이슈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하고 어쩌면 관리나 처신을 잘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서 본인이 욕을 먹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LP들에겐 이런 이야기를 꺼낼 의향도 없고 의지도 없다. LP 탓하는 한마디만 하면 상황을 종료할 수 있는데 굳이 왜 본인이 책임지고 어려운 일을 하드캐리 하겠는가?

GP가 처리해야 하는 일인데 LP를 탓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이런 행동은 이제 이 생태계에서 없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대로, 설사 LP와의 계약 내용이 문제라면 최소한 최대한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길 바란다. 그냥 귀찮고 책임지기 싫으니까 남 탓하지 말고. 이런 분들에겐 나는 제발 man up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여성 GP 분들에겐 미안한데, 아직 대부분 남성이라서…)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내가 직접 책임을 지고, 일이 잘 안 풀리면 남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고 내가 직접 그 폭탄을 맞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작은 규율

“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작은 행동 하나에 그 사람의 모든 태도가 담겨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게스트로 초대한 전직 Navy SEAL이 한 말이다. 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깊다. 매우 깊다. 한 사람이 아주 작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주 큰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보이고, 결국엔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는 의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의 완벽한 미국식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분은 본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바로 이 문장이라고 하는데, 살면서 내렸던 보이지 않는 모든 작은 선택들이 결국엔 본인의 인격을 형성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작은 선택을 작은 규율(micro discipline)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작은 일을 제대로, 올바르게 해내는 습관을 의미한다. 이 작은 규율이 쌓이고 쌓이면 엘리트 수준의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이 인터뷰를 듣고 나는 바로 자기 점검에 들어가 봤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남들이 볼 땐 온갖 좋은 사람인 척하고, 거창한 업적을 완벽하게 달성하는 척하고 있진 않나? 규율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혹시나 이게 외부에 보여주기 용도가 아닌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주 작은 일을 제대로, 올바로, 완벽하게 끝내는 작은 규율이 내 몸 안에 내재화되어 있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선뜻, 아주 자신 있게 내가 작은 규율을 지키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던 걸 보면, 내 인생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을 일부러 찾아서 실천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정돈하고, 식사하자마자 바로 설거지하고, 빨래가 끝나면 바로 정리정돈하는 작은 일들부터 습관화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거 아니고, 누구나 다 쉽게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잘 안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런 작은 습관이 쌓이면 큰 습관이 되고, 작은 규율이 쌓이면 큰 규율이 된다. 아무도 보지 않고, 너무 작은 일이라서, 안 해도 티가 나지 않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당장은. 하지만, 이게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큰 차이를 만들고, 집에서 이불을 개지 않는 사람들은 밖에서도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작은 습관과 작은 규율은 모두 결정과 관련된 행동이다. 큰 결정이든 작은 결정이든, 결정을 할 땐 우리에겐 항상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려운 방법과 이보다 덜 어려운 방법. 인생에서 규율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작은 규율을 만들어야 하고, 작은 규율을 만들 땐 덜 어려운 방법보다 어려운 방법을 더 많이 선택하는 습관을 만들면 된다. 계속 말하지만,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요즘엔 소셜미디어를 보면 덜 어려운 것 보다 무조건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게 인생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는데 그럼 사람들은 아침에 이불을 정돈하는지, 집 청소는 하는지,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때 하는지 묻고 싶다. 아마도 안 할 것이다.

“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

확언 효과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공유했는데, 나는 루틴과 반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실천하고 연습하는 루틴은 대부분 지루하고,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는데, 약 2년 전에 새로운 루틴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4년 8월 24일부터 시작한 루틴이고, 주말을 제외한 월 ~ 금 아침마다 반복하니, 이제 2년이 안 된, 몸에 습관화가 되는 과정에 있는 루틴이다.

바로 확언을 매일 쓰는 루틴이다. 2024년 8월 초에 읽었던 책이 이 새로운 루틴의 계기가 됐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같은 긍정 확언을 펜으로 쓰고, 이후에 내가 그동안 모아 둔 좋은 문구나 문장을 필사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소리 내어 아침에 한 번 읽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읽는다. 이걸 거의 2년 동안 매일 꾸준히 반복하다 보니 내 생각의 방향과 감정이 안정되면서 더 뾰족해지고 있다는 걸 요샌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확언 쓰기로 매일 새벽을 시작한다.
“오늘도 기쁘고 보람찬 하루였다. 나는 행복하다. 내 미래는 발전하고 있다.”

실은, 내가 지금 읽어도 굉장히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장이라서 ‘확언’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다. 그래서 첫 한 달 정도는 이 문장을 쓰면서도 상당히 어색했지만, 계속 쓰다 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기쁘고 보람찼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항상 행복하고 미래가 밝다는 감정을 갖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이지만, “오늘도 기쁘고 보람찬 하루였다.”와 같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투로 쓰면, 정말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내 기분을 글로 쓰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이게 확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확언 문장 뒤에는 매일 다른 내용의 문구를 필사한다. 평소에 좋은 문장과 문구를 발견하면 항상 메모해 놓고, 그 리스트가 이젠 제법 길어졌는데, 2년 동안 이 리스트에 있는 문구를 순서대로 매일 필사하다 보니, 이젠 대부분 외워서 쓸 수 있다. 좋은 문장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남들은 멋진 다이어리나 노트에 필사하지만, 나는 그냥 이면지에 쓴다. 2년 동안 매일 필사한 이면지 스택.>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도 좋고 하루가 충만해진다. 새벽에 쓰고, 이때 한 번 소리 내서 읽고, 또 자기 전에 한 번 더 소리 내서 읽는다. 이론적으로는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걸 자는 동안 머리가 기억하고 학습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걸 2년 동안 매일 반복하다 보니, 좋은 루틴이 하나 더 만들어졌고, 이미 연습하던 다른 루틴과 합쳐지면서 내 루틴에도 복리가 작용하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

이 루틴을 나는 최소 10년은 반복할 계획이다. 물론, 가능하면 평생 하고 싶은데, 필사하는 좋은 글 중 하나가 내가 자주 인용하는 강미정 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이고, 공교롭게도 이 시의 내용 자체가 내가 바라고 원하는 필사의 확언 효과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확언과 필사.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은 좋은 루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