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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

Fast Company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30명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답변을 정리한 기사를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가 동의했던 의견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인터뷰한 분들은 유명한 VC, 스타트업의 대표, 그리고 연구원들인데, 앞으로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더는 큰 관심 시가 아닐 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되었을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건, 인터뷰한 사람 대부분 본인 회사, 제품, 그리고 직업의 관점에서 유리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30명의 의견을 8개의 주제로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norm이 된 재택근무
2/ 디지털 변화의 가속화
3/ 교육의 가상화
4/ 헬스케어의 변화
5/ 주춤하는 벤처캐피탈
6/ 대중교통의 개인교통화
7/ 제조 공급망의 변화
8/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 코멘트 몇 개를 그냥 특정 순서없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이 시작됐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실험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전 세계가 일하고, 공부하고, 교육받는 방법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근무자들이 서서히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고 있지만, Microsoft Teams와 같은 재택근무 솔루션의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3/ Zoom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루비콘강을 건넜다. 우리 가족 5살 꼬마부터 75살 할아버지까지 줌을 사용하고 있다. 이건 대단하다.
4/ 재택근무를 통해서 많은 임원이 물리적인 사무실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조직이 비싼 지역의 큰 사무실을 줄일 것이고, 더 작은 본사와 원격 사무실로 옮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회사는 본사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기고 100% 재택근무를 시행할지도 모른다.
5/ 그동안 도시를 떠나서 일하고 싶었지만, 본사와 사무실의 압박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던 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해 원격근무 할 것이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테크허브의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고, 지방 도시가 발전할 것이다.
6/ 코로나바이러스는 디지털 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변화를 그동안 죽어라 반대하던 반대세력과 저항이 갑자기 증발하고 있다.
7/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트라우마와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산업에서 정신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8/ 유니콘과 펀딩 규모와 같은 정량적인 부분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이젠 팀, 문화, 수익성 등과 같은 정성적인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9/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투자하게 되는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10/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될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대신, 공유 자전거, 공유 스쿠터 등과 같은 개인교통 수단이 주목받을 것이다.
11/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외국의 공장에만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제조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재앙에 무방비 상태다. 앞으로는 인건비가 비싸도, 자국과 외국의 공급망을 유연하게 혼합하고, 사람에 의존하기 보단 기계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제조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12/ 매출의 대부분을 물리적인 상점과 오프라인 트래픽에만 의존하던 소매업자들은 다른 매출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식당은 이제 방문손님보단 배달에 의존할 것이고, 가게는 매장판매보단 이커머스에 의존할 것이다.

위 12개 의견에 대해서 나는 100% 동의한다. 실은, 이런 변화는 훨씬 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건데,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가 가속화됐고,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버이날

1587680513060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솔직히 나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나,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어린이에게는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이고, 부모님에게도 매일매일이 어버이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예 Father’s Day랑 Mother’s Day를 구분해 놓은 거 보면, 부모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의미 전에 오히려 상업적인 의미가 더 큰 날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이런 날을 만들어야지 자식들이 부모님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같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모든 자식들은 부모들에게 당연히 감사해야 하고, 나도 표현은 잘 안 하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항상 있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님들의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님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다행히도 우리 부모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데, 이런 근간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았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냐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내 유전자 자체를 부모님에게 물려받았으니, 실은 내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어버이날이니 내가 45년 넘게 살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에 대해서 표현해보고 싶다. 첫 번째는 자율적 사고를 항상 강조하신 점이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웬만하면 어떻게 살아도 간섭을 하지 않을 텐데,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지는 거라는 컨셉을 어릴 적부터 나한테 주입해주셨다. 한국 부모님치곤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태도였다. 솔직히 나는 모든 부모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크면서 보니까 이런 한국 부모가 별로 없다는걸 깨달았다. 뭐, 그렇다고 경제적 지원 같은걸 전혀 안 해주신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긴 하지만, 어쨌든 모든 결정은 내가 하고, 부모는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는 확실하게 지켜주셨다. 내 친구들이 경악했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학교에서 집으로 성적표를 우편으로 발송하면, 우리 어머님은 본인이 절대로 성적표를 개봉하지 않고, 그걸 그냥 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 내 성적표니까, 내 우편물이고,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그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신 거다. 그리고 성적표를 내가 열어서 본 후에, 부모님에게 안 보여줘도 별로 상관하지 않으셨다. 내가 대학 진학을 안 하고, 그냥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정비소 사장이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을 때도, 우리 부모님은 그것도 좋은 생각이고 사람이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오히려 나를 아주 진지하게 장려해주셨다(결국 대학은 갔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우리 부모님은 항상 “네가 고민 많이 했을 테고, 네 인생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라”라는 자세였다. 어쩌면 이런 자율적 사고를 중시하는 태도 덕분에 나도 이런 태도와 생각이 매우 중요한 이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우리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는 두번째는 바로 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신 점이다.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건,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게 아니라, 뭔가를 배우는 교육과 배움 그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어쨌든 사람은 죽는 그 날까지 배워야 하고, 새로운걸 배우지 않으면 시체와도 다름없다고 생각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80세가 되신 지금도 뭔가를 계속 공부하고,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서 읽고, 내 블로그도 엄청 열심히 읽으면서 배우시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구글의 식당에 관해서 쓴 글을 읽고, 구글에 대해서 이것저것 또 검색하고, 공부하시기도 했다.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런 태도를 나는 어릴 적부터 보고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항상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행히 아직 두 분의 건강은 쓸만하시다. 그리고 당분간 그랬으면 좋겠다.

Happy 어버이날!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

과학적 접근

15855218523302월 초에 읽었던 기사 중, 구글이 어떻게 구글만의 방식으로 직원들의 식습관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꽤 긴 미디엄 글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용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다.

글 전체를 번역할 순 없지만, 여기서 내가 이해했던 내용을 좀 공유해보고 싶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구글 식당에서 실제로 밥을 먹어봤거나, 아니면 먹어본 친구나, 친구의 친구가 있을 것이다. 요샌 웬만한 실리콘밸리 회사에는 직원 혜택과 복지를 위해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구내 식당이 다 있지만, 2000년 도 초반에만 해도 이게 일반적인 건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구글이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구글 구내 식당에서 밥 먹은걸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랑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 일반적인 게 됐지만 –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그 이후에 창업된 회사는 더 좋기 때문에 – 몇 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밥 먹은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이 정말 많을 정도로, 구글의 구내 식당은 맛있었고, 획기적이었고, 그냥 쿨 했다.

많은 구글러들이 구글을 그만두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구글의 공짜 음식을 손꼽는다. 특히, 맛도 좋지만, 건강하고,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개념을 깨기 위해서 구글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이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게 하고 있지만,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음식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뉴욕 사무실 카페는 다른 회사 식당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접시의 지름이 25㎝다. 이는 보통 식당에서 사용하는 30센티미터 접시보다 작다. 그리고 부페 줄의 시작부분에는 항상 채소가 있는데, 고기나 디저트에 도달할 시점에는 접시 자체가 가득 찼기 때문에, 고기 섭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설계해놨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부리또의 무게는 283g인데, 이는 치포틀레와 같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부리또 무게보다 60%나 가볍다. 이 모든 게 우연히 설계된 건 아니다. 구글만의 체계적인 방법으로 마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A/B 테스팅을 하듯이, 식당에서 다양한 테스팅을 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건강하게, 구글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든 노력의 결과이다.

간식거리에도 구글은 이런 시도를 한다. 휴게실과 카페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초인데, 이 40초 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기계 주변에서 기다린다. 아주 위험한 40초라고 하는데, 이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주전부리는 손으로 막 집어서 먹기 때문이다. 원래는 커피기계 주변에 쿠키, 초콜릿, 과일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사람은 시각적, 심리적인 이유로 과일보단 몸에 좋지 않은 과자나 초콜릿을 선택한다. 그래서, 구글은 커피기계로부터 간식거리를 조금 더 멀리 배치해봤다. 원래는 2m 반경 안에 있었는데, 이걸 5m로 재배치 했고, 실은 4걸음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간식 소비 확률이 거의 20%나 감소했다. 대부분의 구글러가 하루에 커피 3잔을 먹는다는 걸 고려하면, 이렇게 간단한 변화만으로 체중조절과 비만감소에 지대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구글 카페에서 간식거리를 커피기계에서 멀리 배치했고, 대신 가까운 곳에 싱싱한 과일 바구니를 배치했다. 음료수도 비슷한 방법으로 재배치 했다. 휴게실이나 카페에 있는 냉장고 유리문의 하단은 반투명 처리를 했고, 이 부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배치하고,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서는 물이 보이게 했다. 물론, 탄산음료가 냉장고 안에 있다는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탄산음료 대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결과가 만들어 진다.

실은 이런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서 구글러들의 건강이나 체형에 어떤 긍정적인 정량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 글에 없었지만, 분명히 이런 데이터 또한 구글에서는 관리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구글이 한 건 단순히 건강한 음식의 맛과 질을 향상한 게 아니다. 구글은 거의 20만 명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1년 253일, 하루에 3번, 살아있는 체계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빠른 product iteration을 통해서 전 세계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듯이, food tech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적 접근이라는 말을 우리는 좋아하는데, 음식 분야나 다른 soft한 분야에도 이런 과학적 접근이 많이 시도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참여의 의의

1584658007999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주춤하고 있고, 스타트업 쪽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자체가 너무 불안해서 일단 VC든 스타트업이든 자금을 모두 조심스럽게 집행하고 있고, 사람을 만나는 게 불안하니, 투자 미팅이나 실사 또한 보통때보단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한국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서울도 지금 3주째 문을 닫아서, 우리 모두 집에서 근무하면서 이메일/Zoom/전화로 모든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악셀러레이터의 대표주자 Y Combinator도 어쩌면 올해 여름 배치는 완전히 온라인/리모트로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내가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또한 최근 배치 데모데이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이번에 새로 모집하는 17기 인터뷰 또한 모두 화상미팅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국이 어렵다고 창업의 열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프라이머 기수에 지원한 회사와 창업가의 수는 역대 최고였고, 오히려 역사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진짜 좋은 회사들이 많이 창업됐다는 걸 알고 있는 듯, 더욱더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다는걸 요새 느끼고 있다. 비록 Zoom을 통한 화상미팅으로 대부분 만나고 있지만, 느낌과 눈빛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고 있다.

이번에 나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프라이머에 지원한 30개 이상의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 요새는 한국의 창업가들도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미 스타트업 경험이 있거나, 현재 좋은 수치를 만들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도 많이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경험없고, 스타트업이란 용어조차 생소한, 첫 번째 창업하는 first time entrepreneur들이 많다. 오히려 나는 이런 분들과 대화하는 게 더 즐겁다. 아직 경험이 없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이걸 반대로 해석해보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는 명확한 장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질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항상 하는 질문은 “왜 프라이머에 지원하셨나요? 저희한테 원하는 게 뭔가요?” 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매번 다르고, 꽤 재미있다. 이번에도 다양했는데, 꽤 많이 들었던 답변이고, 투자자로서의 내 마음을 감동하게 했던 답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든 투자자들이 제가 하는 게 어리석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그동안 좀 많이 우울했고, 자존감이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머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류 통과하고, 이렇게 파트너분들이 미팅을 신청해주시고, 좋은 시장이고, 좋은 팀이고, 가능성이 있다고 해주는 이런 말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자극되고, 도움이 되고, 영광입니다.”

올림픽의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금메달 중요하다. 하지만, 메달보다 중요한 건 바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그 자체이다. 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니콘도 좋고, 성장도 좋고, 밸류에이션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성공도 좋고, 실패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참여하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여기서 초기투자자들이 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지금은 서툴고, 모자라지만,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면, 용기를 줘야 한다. 그래서 계속 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머무르면서, 창업가 기질을 연마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더 좋은 팀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치어리딩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창업부터 성공해서 대박이 나는 사례를 우리도 가끔 목격하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처음에는 서툴고 미숙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시도하고 다듬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좋으면, 좋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확률이 더 높다.

창업가들도 남의 말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고, 더 많은 사람이, “그 비즈니스 말 되네”라는 말을 한다면, 어쩌면 그렇게 커질 비즈니스가 아닐지도 모르니, 옆에서 욕하고, 밟고, 깎아내리고, 우울하게 만들어도,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계속 시도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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