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돈 버는 습관

얼마 전에 우리의 오래된 투자사의 이사회 미팅에 참석했다. 아주 힘든 사업을 하고 있는데, 10년 전 창업할 땐, 창업가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고, 투자자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다. 그동안 실수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까먹으면서 개고생했는데,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 방법을 찾았고, 그동안 마이너스 나는 사업을 하다가 작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흑자를 만들고 있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사업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지만, 실제론 인생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운다. 이런 힘든 사업을 무에서 시작해서 돈을 버는 과정을 옆에서 보다 보면, 가끔은 제삼자인 내가 토할 정도로 힘든 사업을 이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버티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갈까,,,라는 존경심이 항상 생긴다. 어쨌든, 창업가 예찬은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따로 하겠다.

같은 이사회 멤버인 다른 투자자분이 이 회사가 드디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을 보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입니다. 앞으로 계속 이 습관을 유지하세요.”라는 말씀을 했는데, 나도 이 말에 너무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의 반복을 통해서 만든 습관은 생활을 변하게 하고, 결국엔 인생을 바꿔놓는다. 습관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이후에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만드는 게 더 어렵다. 일단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 습관을 불러 올 수 있다.

회사가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 버는 습관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 하지 않고, 거창한 스타트업 놀이하지 말고,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을 하지 않고, 그냥 매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돈 버는 게 습관화되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 된다. 한 번 만든 흑자는 두 번의 흑자를 만들고, 이는 평생의 흑자로 이어질 수 있는, 창업가들의 인생과 회사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슈퍼 마리오 효과‘라는 글을 썼는데, 돈을 버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야 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실수를 많이 할 것이다. 실수하면, 우리 몸은 이 실수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좀 따른다면, 돈 버는 사업이 만들어지고, 이를 또한 계속 반복하다 보면 흑자가 만들어진다. 한 번 온몸으로 경험한 흑자 만드는 방법은 몸에 습관처럼 남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우승과 비슷하다. 이겨본 놈이 계속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우린 자주 하는데, 시합에서 한 번 이긴 선수는 승리의 자신감이 생기는데, 이 자신감은 뇌 일부분을 자극하고, 이 부분이 자극받으면 반복적으로 우승할 수 있다.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다. 스타트업 놀이 말고, 돈 버는 걸 습관으로 만들어라.

기본기

올해도 첫 번째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이 잘 끝났다. 마지막에 노장 노박 조코비치가 컨디션 난조로 기권하면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은 모두 탈락했지만, 좋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했고,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들이 발굴됐는데, 당분간은 남자 테니스도 계속 물갈이를 반복하며 운이 좋은 선수와 실력이 있는 선수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반짝 떴던 선수들이 올해는 초반에 많이 탈락했는데, 이들은 겉으론 화려하고, 본인들이 스스로 PR을 매우 잘해서 항상 이슈 메이킹을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단단하지가 않고 뭔가 항상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다 젊고, 포핸드이든 백핸드이든 강력한 무기는 하나씩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불안한 플레이를 하는지 조금 자세히 보면, 이들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잘하는 선수한테 절대로 못 이기는데, 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떴고, 어떤 이들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 물론, 딱 한 번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 –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냥 운이 좋았다. 진짜 잘하는 상위 랭커들이 어쩌다 초반에 탈락해서 이들과 대진표에서 만나지 않았거나, 붙었는데 컨디션 난조 때문에 진 걸 운 좋은 선수들이 실력으로 이겼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이반 렌들, 피트 샘프라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 이들은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근대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들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기본기 위에 자기만의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테니스의 기본기에 대해서 말하면 항상 생각나는 인터뷰가 있다. 라파엘 나달의 인터뷰인데 아마도 이 인터뷰도 오래전 호주 오픈에서 치열한 5세트 접전까지 가서 우승한 후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경기를 했고, 멋지게 이겼는지 사회자가 물어보자, 나달은 이렇게 짧게 대답했다. “I ran very fast and I hit very hard.”

그 인터뷰를 봤을 때, 뭐 저런 초등학생 같은 이야기를,,,이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심오한 이야기고, 테니스나 다른 운동이나, 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탄탄한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빨리 뛰고, 세게 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테니스의 기본이지만, 이 기본기가 완벽한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몇 명 안 된다. 그 몇 안 되는 선수들이 지금 상위 랭커들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 인생의 기본기가 뭐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기만의 철학, 생각, 근면, 성실, 루틴, 규율 등이라고 생각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업은 잘 될 수가 없다.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기본은 주로 제품, 고객, 매출 등이다. 이런 기본기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겉만 화려한 창업가나 사업은 운 좋게 한두 번은 반짝 뜰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순 없다. PR을 얼마나 잘하는지, 투자를 얼마나 크게 받았는지, 어떤 유명한 VC에게 투자받았는지, 대표이사의 팔로워 수가 몇 명인지 등은 사업의 기본기와 지속가능성과는 큰 상관은 없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내는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이에 따라서 매출을 만드는 게 사업의 기본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업의 기본기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니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본기를 잊어버리는 창업가들이 꽤 많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경기의 95%는 이길 것이다. 나머지 5%까지 이기고 싶다면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과 실수를 하면서 자기만의 무기를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경기의 95%는 질 것이다.

운동은 합법적인 마약

우리 집에서는 한강이 아주 잘 보인다. 마루에서는 한강의 동쪽이 보이고, 다른 방에서는 강북과 강서의 뷰가 꽤 잘 보인다. 우린 재택근무를 아예 안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스트롱의 재택근무 제도에 관해서 물어보면 나는 “재택근무 가능한 날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다”라는 말을 한다. 농담이지만, 실은 이건 나에게 내가 스스로 적용하는 근무 시스템이다.

올해 쓴 글 중, 열심히 일하는 내용에 대한 포스팅이 몇 개 있었는데 이건 스타트업 분들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고, 나 스스로에게 항상 강요하는 내용이다. 올해 나는 일을 하지 않은 주말이 없었다. 자랑스러운 건 아니고, 자랑하려고 하는 말도 아니다. 그냥 그 정도로 바빴고, 할 일이 많았고, 주말에도 일해야 할 정도로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는 의미다. 불평하지도 않았고, 불평하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나는 이렇게 바쁘게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일 아침 일찍, 밤늦게, 그리고 주말은 집에서 일했는데,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에서 고개만 왼쪽으로 돌리면 한강의 멋진 뷰가 보이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창밖을 오랫동안,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돌고 도는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는 걸 계속 경험하고 있다. 막상 그 불안함의 원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종이에 써보면, 특별한 원인은 없다. 업무의 강도가 높아지고, 출장을 더 많이 가고, 지켜야 할 데드라인이 더 많아질수록 몸이 견뎌내야 하는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어가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신호가 올 때마다,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움직인다.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아주 격렬하게 움직인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헬스장을 가장 자주 이용하고, 그다음으로 자주 이용하는 건 아파트 계단이다. 여름에는 한강에서 뛰기도 했다. 루틴에 따라서 웜업하고 웨이트를 반복적으로 들거나 35층 아파트 계단을 세 번 반복해서 오르면 다시 몸과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각만 해도 도망가고 싶었던 힘든 문제들을 아주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는데, 이게 참 신기하게도 몸을 더 과격하게 움직일수록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올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더 많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운동을 했다. 중간마다 책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읽었다.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한 해였지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운동과 움직임의 한 해여서 더 건강해졌고, 더 많은 에너지로 몸을 지속적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나는 마약을 해본 적이 없지만, 움직임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에 의하면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뇌가 느끼는 신호를 분석해 보면 마치 아주 센 마약을 몸에 투입했을 때 뇌가 느끼는 쾌락과 똑같다고 한다. 마약은 몸과 정신을 완전히 파괴하는 인류에서 없어져야 하는 불법 약물이다. 하지만, 해 본 사람은 그 누구나 인정하는, 100% 합법적인 마약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운동’이다.

너무 힘들어서 온몸이 내 발밑에 있다고 느껴지거나, 정신이 저 땅 밑에 있는데 도저히 다시 주워 담을 엄두가 안 나거나, 숨쉬기도 힘들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면, 지금 당장 나가서 몸을 움직이고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운동을 권장하고, 더 나아가서 같이 운동해라. 나도 좋고, 그 사람도 좋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마약이다.

운동은 특별히 돈도 안 들고, 감옥에도 가지 않는 합법적인 마약이다. Exercise will save you.

제2의 한류

얼마 전에 컴팩트하게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 3개국을 갔다 왔는데, 영국,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하루에 미팅 하나씩하고 다시 귀국했다. 우리는 한국이랑 미국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 유럽에 포트폴리오 회사가 하나 있긴 하지만 –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투자자들도 유럽에는 거의 없어서, 일 때문에 유럽 갈 일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유럽 땅을 밟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유럽에 온 게 2000년도였으니까, 이번에 24년 만에 유럽에 왔다. 특히 어릴 적 살았던 스페인에는 이번에 무려 35년 만에 갔는데, 솔직히 너무 짧은 출장이라서 뭘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뭘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한 나라에 하루도 안 있었지만, 오랜만에 유럽에 와서 나흘 동안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한국과 관련된 점들이고, 대부분 너무 좋은 느낌과 발견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일부와 중학교를 유럽에서 다녔다. 이게 언제였냐면,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이었는데, 모든 걸 사진같이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정말 못 사는 나라였다. 그 못 사는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 참고로, 당시엔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이었다. 외국에 나가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고 나가야 하는 시기였다 – 유럽에 오니 어린이의 시각으로 봐도 유럽은 너무나 잘 사는 선진국이었다. 멋진 사회적 인프라, 온갖 맛있는 음식, 비싼 자동차, 옷도 잘 입는 멋쟁이들,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쳐흐르는 선진국 사람들,,,뭐 이런 느낌이었고, 실은 이런 유럽의 선진국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며칠 전 출장 전 까진.

그런데 이번에 출장 와서 내가 보고 느낀 점들은 당시의 느낌과는 정반대였다. 가는 곳마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 유럽이 이렇게 후졌었나? 내 기억으론 정말 잘 사는 나라였는데, 별거 아니네.” 심지어는 런던 호텔에서 우연히 대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이분도 나한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기홍아, 영국이 원래 이렇게 후진 나라였니? 나는 한국이 훨씬 더 좋네.”

한국이 모든 면에서 좋았다. 한국이 인프라도 잘 되어 있고, 솔직히 말해서 음식도 한국이 더 맛있었다.(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보다 한국에서 먹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다). 좋은 자동차는 서울에 훨씬 더 많고, 심지어는 유럽의 멋쟁이들보다 강남과 성수의 한국인들의 패션이 더 시대를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실은, 내가 이렇게 느꼈던 건, 유럽이 못 살거나, 후져서가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주 잘 사는 선진국인데, 한국이 그동안 너무 발전을 많이 했고, 한국이 너무 좋은 나라가 됐기 때문에 내가 상대적으로 이런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한국은 아주 잘 사는 강한 나라가 됐고,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심지어 굉장히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일한다. 유럽 가는 곳마다 투자자들이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한국 사람들 진짜 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넨 잘될 거야.”였는데, 내가 봐도 한국인들 정말 열심히 일한다. 내가 나에 대해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웃기지만, 솔직히 나만 봐도 진짜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앞으로 유럽 사람들이 계속 지금같이 일하고, 한국 사람들도 지금같이 일하면, 앞으로 10년 후에 한국은 유럽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게 확실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우린 이미 한류(Korean Wave)라는 말을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했는데, 내가 요새 느끼는 건, 이제 제2의 한류(2nd Korean Wave)가 시작되는 것 같다. 제1의 한류 기반이 제조업을 잘하고, 그냥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한국이었다면, 제2의 한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게 포함되어 있다. 이제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은 이미 하드웨어를 잘하는 나라인데, 소프트웨어도 잘하고, 특히나 consumer 제품을 굉장히 잘 만드는 나라가 됐다. 실은 여기서 멈춘다면, 제2의 한류는 없을 것이다.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는 그냥 tech인데, tech 자체로만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순 없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tech를 넘어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게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은 음악도 잘 만들고, 영화도 잘 만들고, 무형의 자산인 콘텐츠 강국이 됐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 다른 무형의 자산인 음식에서도 한국은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음식이 이젠 정말로 메인스트림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스포츠도 잘한다. 많은 한국 프로 선수들이 전 세계 프로스포츠에서 너무나 잘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다 합쳐지면서 한국은 이제 외국인들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나라가 됐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돈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대비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회사, 또는 우리 같은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차원이 다르게 바뀌었다는 걸 나는 항상 느끼고 있다.

물론, 이런 내 생각과 의견에 100% 반대하는 분들도 많다. 한국의 미래는 어둡고,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한국 VC도 내 주변에 많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는 많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한국은 선진국에서 강대국으로 다시 한번 더 점프할 수 있는 내, 외부 기회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노력의 부족으로 실패하지 말자

역대 최악의 성적이 예상됐지만, 반대로 한국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파리 올림픽이 지난주에 잘 마무리됐다. 나는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국가 대표들이 열심히 경쟁하는 경기라서 그런지 매일 저녁 한국이 참여하는 대부분의 종목을 와이프랑 정말 재미있게 봤던 즐거운 2주였다. 한국은 금 13개, 총 32개의 메달을 따면서 8위로 끝났는데 너무 잘했고, 모두 너무 자랑스럽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과 더불어 그동안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여러 협회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런 과정이 체육협회와 선수들이 모두 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다양한 이변이 많았고, 메달이 당연시됐던 선수들이 형편없는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고, 전혀 기대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선전해서 메달을 따기도 했다. 우리나라 태권도 김유진 선수가 그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세계 랭킹 12위가 세계랭킹 1위와 2위를 모두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건, 태권도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이변 중 대이변이었다.

이 선수 외에도 랭킹이 한참 아래였거나, 거의 무명의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한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몇 개 있었는데, 이 중 몇 명의 경기 후 인터뷰를 보면, 다들 하는 말이 거의 비슷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선수들의 외부 랭킹만 보고 승패를 예측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했는지 알기 때문에,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이런 땀과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은 이변이라고 하는 결과가 본인에겐 전혀 놀랍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선수는 이런 말을 했는데 이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내 연습량을 내가 잘 알고 있고, 훈련의 양에 있어서는 그 어떤 선수도 나를 능가할 수 없다는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메달이 전혀 신기하지도, 놀랍지도 않다. 당연히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의 원인이 노력의 부족이면 절대로 안 된다. 노력의 부족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진다면, 아쉽겠지만 절대로 후회는 안 한다.”

실은 내가 우리 창업가분들과 자주 하는 말과 너무 비슷해서 나에겐 더욱더 인상 깊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우린 모두가 항상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또 한 편으론 내가 봤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분들도 종종 본다. 물론, 이건 굉장히 주관적인 입장이고 최선의 개념은 모두에게 다르다. 어쨌든, 정말로 사업과 본인의 미션에 헌신(=commitment)을 보이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도 올림픽 경기와 같이, 아무리 열심히 하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잘 안될 수도 있다. 아니, 성공의 확률이 낮기 때문에 잘 안되는 게 오히려 어쩌면 정상적이다. 그래서 사업은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한 사업가들이 욕을 먹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실패의 원인이 노력의 부족이라면,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더는 버티기 힘들어서 폐업을 결정하면, 이런 대화를 많이 한다. “최선을 다했나요? 대표님만큼 치열하고 열심히 노력한 사업가가 주위에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나요? 그랬다면 잘했습니다. 실패의 원인이 노력의 부족이 아니었다면 편안하게 사업 접고 좀 쉬세요.”

실패의 원인이 노력의 부족이 되지 않게 모두 다 치열하게 헌신하는 하루, 일주, 그리고 일 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