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테슬라보다 더 혁신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로 추앙받던 Fisker가 얼마 전에 파산 신청을 했다. 실은, 10년 전에 이미 회사를 한 번 말아먹었고, 이번이 두 번째 파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피스커의 파산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이지만, 결국엔 지속 가능한 사업 자체를 만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인 것 같다.

TechCrunch의 기사 제목을 보면 피스커의 실패 원인이 “it wasn’t ready to be a car company” 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이 말의 뜻은 피스커가 멋진 컨셉의 전기자동차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회사가 되긴 했지만, 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고, 결국엔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 같다. 피스커의 창업자는 Henrik Fisker라는 걸출한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이분은 멋진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지만, 그 재능은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로 변신하는 데는 실패했고, 아마도 자신의 그런 한계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우리가 투자했거나, 검토했던 꽤 많은 회사도 이런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다.

창업가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를 만들고, 열심히 제품을 만든다. 출시 일정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몇 개월, 또는 몇 년을 밤새워서 만들고, 운 좋으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제품이 완성돼서 시장에 출시된다. 실은, 대부분의 회사가 여기까지도 못 간다. 거창하게 세웠던 계획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진행되면서 돈은 예상보다 빨리 쓰고, 제품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계획했던 게 아닌, 아주 허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그냥 소리 소문 없이 회사는 문을 닫거나, 다른 제품으로 피봇한다.

하지만, 아주 운이 좋은 회사들은 시장에서 꽤 열광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한다. 그리고, 초기 얼리 어댑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어느 정도의 바이럴 요소가 감지된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해서 초기 반응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한 건, 이것 자체가 대단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야 하는 큰 마일스톤 달성이지만, 많은 대표들은 이게 사업의 종착점이자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실은, 제품 출시한 후부터가 진정한 사업의 시작점이고, 여기서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이 사업이 정말로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을지 결정된다.

어떤 분들은 만들어서 출시하면, 그냥 알아서 팔릴 것이고, 이렇게 팔리다 보면 곧 유니콘이 되는 걸로 착각하는데,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은 절대로 이렇게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 때까진, 장인의 정신으로 정말로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후부턴 이 제품을 어떻게 시장의 요구에 맞춰서 최적화하고, 어떻게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어떻게 더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회사다운 회사를 만들지에 대한, 사업가의 마인드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어떤 분들은 이런 걸 0에서 1은 엄청나게 잘 하지만, 1에서 10까진 못 하는 딜레마라고도 한다. 결국엔 돈을 벌고 사업을 만드는 건 1에서 10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단순히 만드는 회사가 아닌 사업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1에서 10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결국엔 피스커도 멋지고 시장에서 WoW 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했지만(0->1), 회사가 돈을 벌면서 이 멋진 자동차를 대량생산해서 판매할 방법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지 않았고, 결국 지속 가능한 사업(1->10)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