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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가 후진 제품을 살리지 않는다

내가 자주 강조하는 내용인데, 최근에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창업가와 해서, 몇 자 또 적어본다. 홍보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좋은 제품과 기능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잘 모르니 홍보를 해야 하는데, 본인도 개발자고 다른 팀원도 개발자라서 홍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를 풀타임으로 채용하거나, 아니면 외주업체에 돈을 주고 PR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표를 몇 분 만났다.

10년이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한평생이고, 이 기간 동안 세상이 바뀐다. 그래서 내가 10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의미 없고, 어떻게 보면 꼰대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년 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초기 뮤직쉐이크 제품은 PC 기반의 설치형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 이후에 플래시 기반의 웹 앱을 출시하고 – 당시 플래시 기술이 우리가 추구하는 기능을 다 지원하지 않아서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폰이 나온 후에는 모바일 앱까지 출시했다. 모바일 앱은 단순히 음악을 쉽게 만드는 툴을 넘어서, 기존 유명곡을 재미있게 리믹스 할 수 있었는데, 음악에는 저작권이라는 골치 아픈 권리가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래된 명곡 Jackson 5의 “ABC” 리믹스 앱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위에서 말한 각 마일스톤을 도달할 때마다 우리 팀의 분위기는 흥분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도전이었고, 시장에 소문만 나기 시작하면, 이제 우린 떼돈 벌고 대박 터질 거라는 생각에 잠도 잘 못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출시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플래시 앱도 그랬고,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렸던 결론은, 너무 잘 만든 제품이지만 우리의 약한 홍보력으로 인해 시장이 아직 모르기 때문에 포텐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대부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홍보나 PR을 해주는 담당자가 없어서 외부 PR 회사와 계약하고 홍보와 PR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당 홍보 컨설턴트까지 배정이 됐다. LA 쪽에서는 신생 회사였지만, 꽤 잘하기로 소문났었기 때문에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홍보만 잘하면 대박 날 거라서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미디어에 뮤직쉐이크 관련 PR 활동을 했지만, 트래픽이나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하면 되겠지” , “조금만 더 알려지면 될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면서 참 많은 시도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안 됐다. 그리고 서서히 현실을 인지하게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절대로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우리가 후진 제품을 만든 건 아니다.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내부에서 봤던 시선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걸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개선으로 풀어야 했는데, 홍보에서 찾으려고 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최근에 만난 많은 대표가 뮤직쉐이크 시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뭔가 잘 만든 거 같은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니, 홍보로 해결하려고 하고, 내부에 홍보력이 없으니까 외부 마케팅/PR 에이전시에 비싼 돈 주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과 product-market fit의 문제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제품은 수백억 원을 써서 TV나 지하철 광고를 해도 말짱 헛거다. 일시적인 상승효과는 경험할 수 있겠지만, 돈을 쓰는 홍보를 멈추는 그 순간 트래픽과 매출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제품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홍보와 마케팅에 너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고객이 알게 되고, 알아서 사용하게 된다. 요샌 모두가 바쁘고, 비슷한 제품도 너무 많아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 그리고, 이건 과거에 비해서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불변의 본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안 알려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고, 좋은 제품은 안 알려도 사용자들이 찾아서 사용하고, 돈을 쓰게 되어 있다.

기존투자자가 주는 총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당장 매출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몇 가지 예외 케이스를 제외하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를 안 받거나, 못 받는 경우도 너무 많지만, 받기 시작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여러 번 받아야 할 것이다. 요새 내가 자주 경험하는 초보 창업가들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저지르는 실수는 기존 투자자들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미 투자를 받은 회사고, 이미 주주명부에 투자자들이 있다면,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 본격적인 펀드레이징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상의하고, 가장 먼저 돈 달라고 부탁할 사람은 신규 투자자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 그렇게 친하지 않은 VC한테, “스트롱 투자사 A사 요새 라운드 돌고 있더라고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좀 쪽팔리지만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대표한테 연락하니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본인들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스트롱이나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당연히 관심 없고 투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원하는 금액을 추가 투자받지 못했다. 실적도 좋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펀드레이징 접근 방법이 좀 틀렸던 거 같다. 관심 있는 VC도 있었다고 들었고, 내가 이분들과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이미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있는데, 왜 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주들은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까? 대표 말대로 그렇게 회사가 좋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커밋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 있으면, 그리고 펀드레이징 시점과 조건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이 만들어지면, 기존 투자자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만약에 10억 원의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면, 많든 적든, 어느 정도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미리 확보해서, ‘총알을 어느 정도 장전’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새로운 VC와 협상을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전략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을 모두 투자해서 굳이 새로운 투자자들 만나서 시간 낭비하는 걸 대폭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전문 용어로는 inside round 라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 한 전체 10억 원을 기존 투자자들이 하진 않더라도, 한 절반인 5억 원 정도만 기존 투자자들이 재투자해 준다고 하면, 이 창업가의 펀드레이징은 훨씬 더 수월해진다. 이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기존투자자들이 재투자한다는 의미는, 금액과는 상관없이 이 회사를 잘 모르는 신규 투자자들한테 큰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한테도 믿음을 줄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일부 보태준 총알로 총을 장전해서 나가면 싸우는 사람한테도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간혹, 기존 투자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분들한테 재투자를 아예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부분 투자자는 우선매수권과 pro-rata 권리 등이 있어서, 어쨌든 무조건 먼저 물어보는 게 맞는 방법이다.

고객이 항상 옳을까?

창업가나 투자자한테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양한 의견과 답변이 오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고객’일 것이다.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경험 있는 사업가들도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사업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고객의 목소리를 무조건 잘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도 100% 동의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라도 시장에서 고객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건 좋은 기술도 아니고, 좋은 제품도 아니고, 좋은 서비스도 아니다. 그냥 시간 낭비, 돈 낭비 한 거다. 스타트업바이블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책에서도 나는 “좋은 제품”의 정의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했고, 그만큼 고객의 목소리와 고객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스티브잡스와 같은 창업가는 반대 의견을 항상 강조하긴 했다. 잡스는 항상 고객은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고, 고객은 멍청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절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하기로 유명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고객을 가장 철저하게 무시했던 사업가는 스티브 잡스였던 거 같다. 실은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도 그 옛날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포드가 한 말 중 이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게 바로 이 말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게 뭔지를 물어봤다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고객이 항상 옳을까? 고객의 목소리가 정말 중요할까? 나는 아직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면, 절대로 사업이 망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잡스와 포드의 입장에서는 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이해는 간다. 만들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이걸 조금 더 싸고, 빠르고, 좋게 만드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고객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말 그대로,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지만, 이걸 더 싸고, 빠르고, 좋게 만들려면, 점진적인 발전과 수정이 필요한데, 이런 변화는 주로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창업한 많은 스타트업이 설문조사나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개발을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는 잡스나 포드와 같이 고객의 목소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고객의 목소리에 너무 집중하면, 세상을 바꿀만한 new new thing은 만들 수 없을 거 같다. 왜냐하면, 포드가 말했듯이,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고객한테 물어보면, 그들은 본인들이 아는 범위 안에서만 생각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물리적인 키보드를 없애고,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는 아이폰을 만든다고 선언하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앞으로는 사람들이 폰으로 전화보다 이메일, 게임, 그리고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할 거라고 했을 때, 노키아나 모토로라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비웃었다. 왜냐하면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서 광범위한 글로벌 고객 인터뷰를 했는데, 이 고객 중 그 누구도 터치스크린 폰이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언급하는 블랙스완의 성격을 지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오히려 고객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일반 대중(=고객)에게서는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현실은 창업가들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인가, 아닌가? 완전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참고해야 하는가? 우리 투자사들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최근에 이 두 가지를 어느 정도 적당히 잘 혼합하는 대표와 이야기하다가 재미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1년 365일 고객의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받고 있는데, 가장 많은 요청을 받는 기능은 그다음 업데이트에 가장 먼저 적용한다고 한다. 많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점진적인 제품 개선을 위해 서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요청이 적은 내용에 대해서도 전사적으로 열띤 토론을 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쩌면 위에서 말 한, 블랙스완의 성격을 지닌, 회사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이런 기능도 적용해보기도 한다고 한다.

알박기

정식용어는 아니지만, 부동산 용어 중 “알박기”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보면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알짜배기 땅을 미리 조금 사 놓고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땅값을 많이 불러 개발을 방해하며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내가 일하는 이 분야에서도 알박기와 비슷한 패턴을 최근에 몇 번 봐서 몇 자 적어본다.

어떤 스타트업은 VC 투자 말고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우리 같은 VC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투자하지만, 많은 기업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투자하고, 한국에서는 이런 투자를 “SI성(Strategic Investment)” 투자라고 한다. VC가 아니라 기업으로부터 투자받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스타트업의 사업이 특정 대기업의 중장기적 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면, 투자를 통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고, 대기업보다 자원은 부족하지만,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아서 이런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는, VC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해서,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로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를 같이 하다가, 결국 인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이런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exit을 하고, 더 큰 기업의 더 많은 자원을 활용해서 지금과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 대기업은 직접 하려면 시간과 돈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 사업을, 그동안 투자도 했고, 호흡을 어느 정도 맞춰본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본격적으로 펼쳐볼 수가 있다. 그리고 혹시나 미래에 다른 경쟁기업이 이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우리한테 위협이 될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제거하는 차원에서도 괜찮은 전략이다.

그런데 가능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피했으면 하는 상황도 나는 자주 본다. 매출도 거의 없고, 팀도 과거 창업 경험이 없는데, 기업가치 100억 원에 투자유치를 하는 스타트업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떤 근거로 회사 가격이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니까, 이전 투자자로부터 기업가치 80억 원에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는 100억 원 정도가 돼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금 더 상황을 들어보고, 주주명부도 보니까, 이전에 한 번 투자를 받았는데, 어떤 기업한테 전략적인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잘 모르는 기업이다. 그리고 이 기업은 밸류에이션은 상관없이 최대 5,000만 원까지만 투자하는 정책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창업팀은 평소 본인들이 원했던 80억 원이라는 밸류에이션에 5,000만 원을 투자받아서, 0.65%라는 매우 작은 지분이 희석됐고, 잘 받은 투자라고 생각했다. 실은, 겉으로 보면 잘 받은 투자가 맞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지분 희석은 최소였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투자 받을 때 발생한다. 일단 5,000만 원은 요새 금방 쓰는 돈이다. 다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초기 스타트업이 적은 금액으로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이 회사는 80억 원이라는 기업가치에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후속 투자는 이보다 더 높은 가치로 받아야 하는데, 적은 돈으로 100억 원짜리 회사를 만드는 건 어렵다. 나 같은 VC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훨씬 낮게 평가할텐데, 그러면 후속 투자가 down valuation으로 진행이 되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불리하다. 더욱더 골치 아픈 건, 이전에 받은 전략적인 투자계약서를 보면, 후속 투자 주식가격이 더 낮아지면 반드시 기존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 또는, 아예 후속 투자는 더 낮은 밸류에이션에 받지 못하게 하는 계약서도 있다 – 그렇게 될 경우, 스타트업한테는 완전히 불리하게 걸리는 리픽싱이라는 독소조항도 있다. 즉, 주식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그리고 낮아지는 정도에 따라서 이전 투자자들이 회사의 지분을 더 받게 되는 조항인데, 80억 원짜리 회사가 만약에 20억 원의 밸류에이션으로 후속 투자를 받게 되면, 0.65%를 갖고 있던 기존투자자에게 회사 지분이 터무니없이 많게 재할당되는 복잡한 공식이 있다.

겉으로 보면, 밸류에이션 상관없다는 말이 굉장히 창업가나 회사에 우호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런 상황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투자도 부동산의 알박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투자자가 나쁜 마음을 갖고,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결국에 스타트업은 망하거나 아니면 헐값에 전략적 투자자한테 넘어가게 된다.

실은, 위 예시의 숫자는 조금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만들었고, 내가 아는 대기업의 투자자는 이런 분들이 없지만, 이런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하면 좋다.

공동창업자 구하기

1560926004966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세련된 비즈니스모델이 있어야 하며, 큰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모두 다 중요한데, 이걸 가능케 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핵심이자 코어는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중요하지만, 사람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가장 중요하다. 실은 이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투자자마다 성향이 매우 다른데, 나는 혼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 보단, 두 명 이상의 공동창업자들이 시작하는 회사를 훨씬 더 선호한다. 스타트업 하다 보면 하루종일 일해도 일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공동창업자가 있으면, 업무를 분담할 수 있어서 육체적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스타트업은 너무나 외롭고 스트레스가 높은 여행이라서, 혼자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데, 공동창업자가 있으면 이 힘든 여행이 덜 외롭고 덜 힘들다. 감정적인 롤러코스터를 같이 타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가 있는 회사가 싱글파운더 회사보다 잘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공동창업자는 도대체 어떻게 구하고, 어디서 찾을까? 많은 창업가가 창업하기 전에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혼자서 창업을 한 후에 동료를 찾는 창업가도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랑 스트롱을 같이 운영하는 존은 내 초등학교 친구고, 30년 이상을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나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친구고, 옆에 있었고, 스타트업과 투자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까, 어쩌다가 같이 스트롱벤처스를 시작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나 다 이렇게 공동창업자를 찾는 게 아니라서 코파운더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찾다가 유용한 동영상 두 개를 봤다.

YC 파트너 Kat Manalac의 인터뷰를 보면, 공동창업자가 있는 회사가 한 명이 시작하는 회사보단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YC 최근 배치 회사 중 12%는 실은 한 명의 창업가가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서 좋은 스타트업을 만들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밸류가 높은 50개 스타트업 중 한 명이 창업한 회사는 3개 밖에 없는 걸 보면, 위에서 내가 말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공동창업자는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YC 회사의 공동창업자들은 그럼 어디서 만났을까? 절반은 대학교, 그것도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 때 친구였고, 20%는 같은 직장 동료, 그리고 16%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이 수치는 남자와 여자가 약간의 차이는 나지만 거의 비슷한 걸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냈고, 학교나 직장에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봐서 상대방의 성격이나 커뮤니케이션 성향을 잘 아는 그런 편안한 사람들이 같이 창업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같다. YC 전체 회사 중 94%가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본 공동창업자가 있다고 한다.

YC의 또다른 파트너인 Michael Seibel은 조금 더 재미있는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데, 바로 개발자 코파운더에 대한 내용이다. 개발 백그라운드가 없는 많은 대표가 나한테도 정말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대표님, 저랑 같이 이 회사 오너십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개발자 코파운더는 도대체 어디서 찾나요?” 인데,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실은 위에서 Kat이 말 한 내용이랑 크게 다르진 않다.

일단 친구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고, 같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중 코딩이 가능한 친구 리스트를 만들고, 한명씩 연락을 해서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한다. 주변에 코딩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직장 동료 중 코딩할 수 있는 개발자를 찾아야 한다. 이번에도 체계적으로,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직장 동료 중 개발이 가능한 사람들 리스트를 만들어서, 한명씩 연락을 해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나 직장 동료와 공동 창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명심할 게 두 가지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이미 말했듯이,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어서 모두 다 체계적으로 연락해서 대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런 대화를 할 때 꽤 구체적인 오퍼를 하라는 것이다. 개발자 코파운더가 절실히 필요할수록, 구체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안하면서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접근해야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친하다고 그냥 “이거 나랑 같이 좀 해볼래?”라고 접근하면 장난처럼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개발 능력은 귀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이런 부탁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주변에 개발을 하는 친구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으면, 개발자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엔지니어들이 많은 곳에서 직장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 엔지니어가 많으니까, 거기서 일을 하면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이클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한다. 이런 큰 조직에서 일하게 되면, 내가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과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엔지니어와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못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개발자가 개발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50명 이하의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것이라고 그는 조언하고 있다. 조직이 작기 때문에, 비개발자와 개발자가 항상 같이 일하고, 같이 어울리고, 같이 붙어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방법은 길게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된 스타트업은 평생이 걸리는 업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개발하는 친구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고, tech 회사에 취직도 못 했다면, 직접 코딩을 배우는 방법이 있고,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비개발자 대표들이 스스로 코딩을 배우는 방법을 선택했고, 이 중 2년 안에 풀스택 개발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도 제법 있다.

혼자 창업했고, 외로운 싸움을 현재 혼자서 하고 있다면, 빨리 좋은 공동창업자를 찾길 권장한다. 스타트업을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정 소모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하기엔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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