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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팔아야 할까?

얼마 전에 USV Fred Wilson의 트위터에서 한참 논쟁이 됐던 주제가 투자자들이 투자사 주식을 언제 매도하냐이다. 내 생각으로는 프레드는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은데, 트위터 이벤트를 보면 코인 뿐만 아니라 일반 스타트업 지분에 대한 좋은 이야기와 논쟁이 많았다.

우리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엑싯할 기회가 아직 많진 않지만, 이런 기회가 간혹 발생하면, 우리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이 트위터 이벤트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내부적으로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보다 투자를 더 오래 했고, 더 많은 엑싯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한 다른 글로벌 VC들의 의견을 자세히 읽어봤는데, 역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시점에 대한 정답은 없고, 이 또한 회사의 전략과 철학, 타이밍, 그리고 그 시점의 여러 가지 내, 외부 요인에 의해서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 트윗의 주인공 프레드 윌슨의 철학은, 투자한 회사(또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갔고, 이 주식을 팔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원금은 회수한다는 원칙이다. 본전은 일단 뽑고, 나머지 수익을 계속 보유했을 때 최적의 결과를 경험했다는 게 그의 논리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적의 결과는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게 아니다. 일단 본전을 뽑았으니, 원금을 날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펀드의 출자자들에게도 미안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래서 잠도 더 잘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나중에 이 회사가 대박 나면, 그때 왜 팔았을까 후회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후회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낮은 결과에 너무 의존하다가 원금까지 모두 날리게 되면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재미있고,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특히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엑싯에 대해서는 100% 틀리거나(=돈을 다 날림), 또는 100% 맞는(=대박) 전략을 취해야지만 홈런을 쳐서 소수의 엑싯으로 전체 펀드를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고, 너무 일찍 엑싯을 해서 후회를 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투자자도 있다. 좋은 회사라면 절대로 팔지 말고, 끝까지 갖고 있으면 항상 최고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철학을 가진 투자자도 있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이 쌓이지 않을까 싶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펀드의 규모, 펀드가 투자하는 회사의 종류, 펀드의 만기일, VC들의 성향, 회사의 철학 등에 따라서 이런 엑싯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펀드에 출자하는 LP, 이 돈을 굴리는 우리 같은 VC, 그리고 우리가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회사 경영진들의 엑싯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할 때 제일 좋은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인 것 같다.

베이브 루스 vs. 스즈키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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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Nchuccida / 크라우드픽

조지 허먼 루스 주니어는 베이브 루스(Babe Ruth)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메이저 리그 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이었다.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 리그에서 22시즌을 뛰며 통산 714개의 홈런을 쳤다.
우리한테 조금 더 친숙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는 현역때 별명이 ‘안타제조기’ 였는데, 일본과 미국에서 친 안타는 총 4,367개이다. 이걸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의견이 다르지만, 일단 숫자로만 따지면 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안타를 잘 치는 선수라서 홈런은 베이브 루스보단 한참 떨어지는 118개를 쳤다.

나는 야구 보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록을 다 외우면서 특정 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그런 열성 팬은 아닌데, 오늘 이렇게 베이브 루스랑 이치로 선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야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새 내가 계속 생각하는 것과 야구 선수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몇 자 적어보고 싶어서이다.

누군가 스트롱은 어떤 스타일, 전략의 투자를 하냐고 물어보면, 이 질문의 의도에 따라서 답은 다양해진다. 이 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한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린 이치로의 안타 전략 보단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한다. 실은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존이랑 나랑 스트롱은 무조건 홈런을 치는 전략으로 투자하자고 합의를 본 건 아니다. 실은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좋은 tech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펀드를 만들어서 시작했고, 다른걸 떠나서 우린 창업가 그 사람 자체에 투자하는 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투자라는 생각을 해서, 가급적이면 좋은 창업가에게 아주 초기에 소액을 투자하는 초기 투자를 했다(물론, 그렇게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돈 모으기가 힘들어서, 펀드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를 시작했고, 막 크진 않지만, 펀드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우리도 투자 전략이라는 게 조금씩 만들어져 갔다. 전략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우리는 소액의 자금을, 초기 단계의 회사에, 그리고 비즈니스/시장/숫자보단 창업팀을 보고 투자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우리가 지난 8년 동안 투자한 150개가 넘는 회사 중 절반 이상의 회사에 스트롱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기관투자를 했고, 심지어 어떤 회사는 우리 투자금으로 법인 설립을 할 정도로 우린 일찍 투자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 회사가 exit 할 때의 배수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워낙 일찍, 상대적으로 싸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exit이 많진 않았지만, 몇 개의 사례를 보면 모두 남들이 갸우뚱 할 때 우린 초기에 들어가서 회사가 잘 됐을 때 엄청 높은 배수의 위닝을 했다. 바로 위에서 말한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해야 하고, 우린 너무 잘한다는 자랑을 하는 게 아니다. 실은 이렇게 투자하는 건 그만큼의 리스크가 동반된다. 베이브 루스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는데, 공을 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배트를 휘둘러야 하고, 그는 이 말에 충실해서 홈런도 많이 쳤지만, 친 홈런의 두 배 이상인 1,300개 이상의 삼진 아웃을 당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진 않다. 홈런 exit이 하나 나오려면, 일단 exit이 가능한 회사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현실은 이 중 많은 회사가 망한다. 그래도 계속 공을 제대로 보면서, 열심히, 힘껏 배트를 휘두르다 보면 언젠간 홈런을 칠 수 있고, 이렇게 믿고 계속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투자를 보는 관점도, “여기 투자했다가 잘 못 되면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여기 투자해서 잘 되면 엄청나겠는데”라는 쪽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 베이브 루스 전략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다. 규모가 더 큰 투자를 하는 분들은, 오히려 큰 홈런보단, 작은 안타를 더 많이 치는 게 회사의 전략과 맞다. 이건 회사와 파트너의 성향, 펀드의 규모, 투자 철학 등과 맞물리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을 선택하면 이치로와 같은 안타 전략이 더 맞고, 크게 벌려고 하면 크게 휘둘러서 홈런을 치는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이 맞다.

수평적 vs.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1594372376716먹거리 관련 이커머스 하는 창업가들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하면 우린 그냥 망하는 거 아닌가요?”이다. 당연히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할 수 있고, 돈도 더 많고 사람도 더 많기 때문에 이 두 회사가 맘먹고 뭔가 시작하면 상당히 무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이 전문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vertical marketplace)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숨고와 같은 앱에도 이 동일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후발주자로서 경쟁할 수 있겠어요?”이고, 특정 분야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많이 받는 질문은, “당근마켓같이 폭풍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가 있는데, 이게 되겠어요? 당근마켓 들어가 보면 비슷한 게 이미 있는데요.”이다.

실은, 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고,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미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이 fit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투자도 많이 받았고, 좋은 인재도 많이 채용한 쿠팡, 숨고, 당근마켓과 같은 회사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은 거와 못 하는 거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나는 아무리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의 강자가 있어도, 이들보다 더 잘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숨고당근마켓은 전형적인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숨고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공급자와 이들의 서비스를 필요로하는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웬만한 분야의 서비스를 모두 다 제공한다. 지금 숨고에 들어가 보면 각종 레슨, 홈/리빙, 이벤트,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건강/미용, 알바 등과 같은 카테고리가 있는데, 결국 모든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당근마켓도 비슷하다. 지역기반이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사고팔 수 있다. 즉, 세상의 모든 제품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중고거래할 수 있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두 플랫폼 모두 수평적으로 모든 걸 다루기 때문에, 커버하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이렇게 광범위 하므로, 겹치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 이 글 초반에 언급했던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는 모든 분야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볼륨의 싸움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약점 또한 많은데, 대표적인 약점이 전문성의 부재이다. 즉, 너무 많은 분야에 있는, 너무 많은 사용자를 수용하다 보니, 각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기보단, 한 번에 모든 산업/시장/공급자/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에 존재하는 모든 수직마켓에 하나의 통일된 공식을 적용하는 게 이들의 비즈니스이다. (내가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예를들면, 숨고에서 반려견 산책해 줄 사람을 구하면, 숨고의 일반 프로세스를 따라서, 펫시터들이 견적을 보내고, 내가 견적을 수용하면 둘이 날짜와 시간 등의 세부사항을 채팅으로 조율한 후에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숨고의 다른 카테고리를 사용해도 공급과 수요를 매칭하는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그런데, 펫시터만을 매칭해주는 도그메이트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도그메이트를 사용해보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프로세스가 훨씬 더 정교하고 전문적이라는걸 알 수 있다. 개가 몇 살인지, 어떤 종인지, 대형견인지 소형견인지, 사람과 잘 어울리는지,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는지 등등 기본적으로 나한테 가족 같은 반려견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때 최대한 사고가 안 나고, 서로의 경험이 유쾌할 수 있도록, 상당히 전문적으로 매칭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또한, 펫시터들이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돌봐주면서 주인에게 정기적으로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반려일지까지 공유하게 하는 아주 세심한 프로세스가 플랫폼에 녹아 있다. 반려견돌봄이라는 특정 버티컬에서 요구되는 이런 중요한 전문성이 도그메이트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숨고와 같이 큰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해도, 도그메이트와 같은 전문적인 수직적 마켓플레이스가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근마켓도 비슷하다. 당근마켓을 보면 중고명품을 사고파는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수천만 원짜리 명품시계를 사고파는 프로세스가, 1,000원 짜리 잡화 사고파는 프로세스랑 동일하다. 위의 숨고와 같이 모든 분야에 하나의 통일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많이 생기고 있는 중고명품 앱들을 보면, 고가의 명품을 안심하고 사고팔 수 있게 최적의 프로세스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면, 직접 명품을 수거하거나, 진품 여부를 검증해주거나, 또는 위탁 판매해주거나 하는, 모든 걸 다 거래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절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수직적 마켓만을 위한 플랫폼 경험을 제공한다.

시장 규모가 작은 수직적 마켓도 있겠지만, 여기서 언급한 반려동물 돌봄 또는 중고명품과 같은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다. 그래서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와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을 – 그리고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수평적으로 더 확장할수록 이 균열은 커지고, 균열이 클수록 기회는 커진다 – 잘 활용하면 좁지만 아주 깊은 시장에서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완전공시: 숨고, 당근마켓, 도그메이트는 스트롱 투자사입니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1등 마케팅

마케팅에 대한 내 생각을 여러 번 공유하고,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샌 나도 적당하고 적절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내 철학은, “가장 완벽한 제품 그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돈을 따로 쓰지 않아도 저절로 마케팅되고, 고객들이 저절로 우리를 찾아온다는 생각인데, 이 기본적인 프레임은 지금도 아주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의견이 다르다. 제품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니,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려면 마케팅에 돈을 엄청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 전략을 써서 성장한 사업도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초반에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마케팅하고, 성장해서 투자를 더 받으면, 요샌 TV나 지하철과 같은 전통 미디어에서까지 광고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고, 듣는 것도 많고, 보는 것도 많아서 그런지, 이 마케팅이라는 거에 대해서 항상 자주, 그리고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에 임홍택 씨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읽었다. 스타벅스는 국내의 매출 1위 커피 프랜차이즈인데, 2017년 스타벅스의 한국 매출이 1.3조 원이었다. 재미있는 건, 국내 2위~6위의 5개 커피 회사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의 매출 총합이 8,200억 원이니, 1위 스타벅스 한 곳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이다. 뭐, 워낙 큰 글로벌 기업이고, 이 분야에서는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주 쇼킹한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이렇게 국내 1위의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지만, 스타벅스의 광고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이걸 보면서 생각해보니, 스타벅스 광고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을 제품 광고와 프로모션에 쓰지만, 스타벅스는 광고와 프로모션이 아닌 브랜딩에 대한 투자와 내부 직원을 첫 번째 고객으로 두고 아끼는 기업문화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실은 브랜딩이라는 거 자체는 상당히 모호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 또한 마케팅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다. 그래도 스타벅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1등 회사들이 그 업계에서 아주 확고한 1등 자리에 오르려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을 단순히 자본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핵심 무기인 자본이 떨어지면 바로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 할인, 광고 등…그 이상의 가치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어야지만 부동의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

팬데믹과 얼리어답터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Alistair Croll의 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느낀 점이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랑 포스트 팬데믹 세상에 대한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조금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글의 내용은 꽤 참신했고, 내 생각을 더 해서 여기서 몇 자 적어 본다.

얼리어답터라는 말을 우린 자주 한다. 특히 내가 일하는 이 테크 분야에는 얼리어답터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 모든 사람이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회사는 대박 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검토를 하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극소수의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고 있다. 단지,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아서 이런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상미팅할때 사용하는 Zoom도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얼리어답터들이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내 주변에는 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지만 – 다른 나라와 비즈니스를 하는 VC와 창업가 – 실은 그래봤자 화상미팅을 하는 사람 수도 많지 않았고, 특히 대부분 한국의 직장인에게 대면 미팅이 아닌 화상 미팅은 현실과는 괴리감이 상당히 있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줌을 모르는 직장인이 없을 정도로 화상미팅과 비대면 미팅에 대한 괴리감이 줄어들었다. 아니,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이 괴리감 자체가 증발해버렸다. 전에도 내가 말했지만, 5살 꼬마부터 75살 할아버지까지 줌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 Zoom은 “얼리어답터 기업인”에서 “메인스트림 일반인”으로 루비콘의 강을 건너버렸다.

얼리어답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Technology Adoption Curve를 빼놓을 수 없다. 아마도 이 그림은 많은 분이 봤을 것이다.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면, 기술 자체를 사랑하는 소수의 얼리어답터가 사용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초기 얼리어답터 사이에서만 회자되다가 없어지는데, 그 이후에 존재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으로의 진입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과 메인스트림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캐즘(Chasm)’이라고들 하고, 이 캐즘 이론에 대한 책만 수십 권 나와 있다. 실은 지금까지의 많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이 캐즘을 잘 건너서 그냥 소수의 얼리어답터만 즐기는 놀이를 다수의 얼리머조리티가 사용하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얼리어답터가 됐다. 위에서 언급한 Zoom이 좋은 사례인데, 갑자기 너도나도 화상/비대면 미팅을 강압적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Technology Adoption Curve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화상미팅이라는게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단숨에 진입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이런 큰 변화속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를 남들보다 더 빨리 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Alistair는 이 글에서 주장한다. 과거를 계속 그리워하고, 옛날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이 마음을 미래에 대한 강한 욕망으로 대체해야지만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망한 블록버스터는 실은 넷플릭스보다 더 일찍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돈이 너무 잘 벌리는 비디오 렌탈 사업(=과거)을 최대한 오랫동안 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트리밍(=미래)에 대한 욕구를 계속 자제하고 미뤘다. 넷플릭스는 이와 반대로 스트리밍이라는 미래를 그 누구보다 더 빨리 원했었다. 아마도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을 시작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했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얼리어답터가 되면서 서비스 초창기부터 대박 났을 것이다.

미래를 더 빨리 원하는 이 마음가짐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고, 대신 앞으로 올 미래를 더 빨리 원하는 욕망을 키우자.

<이미지 출처 = B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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