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요즘 애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가장 학력은 높고, 가장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인데, MZ 세대에 대한 책이고, 시중에 나온 수많은 비슷한 책과 같이 MZ 세대는 이렇다 저렇다는 표면적인 이야기보단, 작가는 왜 MZ 세대가 가장 공부는 많이 하고,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지를 어느 정도까지 분석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의 내용에 나는 대부분 공감할 수 없었는데, 어쨌든 요즘 애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본인들만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MZ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이 평균을 싫어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중시하고, 뭔가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남이 하면 따라 하고, 남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하는 우리 세대한테 잘 어필되고 판매되던 상품과 브랜드가 더 이상 빛을 못 보고 있다. 새로운 세대에게 잘 마케팅하고 판매하기 위해서 기존 브랜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잘 작동하던 전략을 버리고 있고, 신생 브랜드는 지금까지 없던 방식과 전략으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며칠 전에 운동하면서 잠깐 TV를 봤는데, 성수동 팝업 매장에서 다른 산업군의 브랜드와 콜라보를 계속하는 의류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아주 길게 줄을 서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였는데, “브랜드 x 다른 브랜드” 식으로 신발부터 옷까지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소량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였고, 젊은 친구들이 매장 밖에 긴 줄을 형성하면서 이 가게 안에 들어가서 즐겁고 비싼 쇼핑을 하는 뉴스 내용이었다.
기자가 매장 직원도 인터뷰하고, 젊은 커플 고객도 인터뷰했는데, 양쪽 다 하는 말이 비슷했다. MZ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트렌드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목받고,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영업/마케팅 방법을 과감하게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그리고 이 새로운 방식조차 지속적으로 변형하면서 이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도 다양한 사업,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창업가들의 나이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어서 우리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들이 MZ 세대인데, 이들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걸 좋아하고, 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과는 모든 걸 다르게 보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회사가 이들의 취향에 모든 전략을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수십 년 동안 잘하던 사업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말을 조금 더 깊게 해석해 보면, 너무 유행을 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유행을 타는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돈을 쓰게 만드는 게 힘들다. 트렌드를 세팅하고 리딩하는 세대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사업의 확장에는 도움이 안 되는 대규모 뜨내기 세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글의 오프닝에서 썼듯이, MZ 세대는 전반적으로 돈이 별로 없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파급력이 강할진 몰라도, 막상 구매력이 그렇게 어마어마하진 않다.
어떤 분들은 2년 반짝 사업을 성장시키고 적당한 가격에 팔고 빠질 목적으로 창업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고 있고, 지속 가능한 사업은 최소 10년이 걸린다. 이렇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할 때, 반짝 유행하다가 없어질 것들과 지속적으로 유행해서 대세가 될 것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유행과 대세를 어떻게 구분할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장기적인 방향을 정하고, 이쪽으로 꾸준히 가는 수밖에 없다. 중간 중간에 여러 가지 트렌드와 새로운 유행이 생길 것인데, 그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대세가 될 수 있는 트렌드를 잘 선택하길 바란다.
양준열
한국에서는 MZ세대 라는 워딩이 정확한 팩트체크 없이 마케팅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Millenials vs boomer 와는 다르게 한국은 MZ+Alpha 세대가 인구부족+ 자산인플레이션 +수명연장으로 인한 상속지연 으로 미국에서 주목하는 것 만큼 주목할만한 소비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행의 측면에서 개성을 중시한다고 해서 진정한 개성이 있고 유행을 타지 않느냐 하면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들을 보면 social media 때문에 간극이 없어져서 템포와 강도가 빠르게 왔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걸 반복하는 것으로 느껴지네요. 상장기업을 투자할 때는 어떻게 보면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정말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충족할만한 브랜드는 점점 사라지는 것도 같습니다. 최근 LVMH나 케링 버버리 프라다 등 실적으로 보면 영원할 것 같던 럭셔리 소비재의 시대도 영원히 가격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디올 8만원 가방 같은 경우도 그런 기조가 시작되는 뉴스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에르메스나 페라리같은 초상위층의 브랜드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서구럭셔리브랜드의 역사/헤리티지+ 문화자본으로 언제까지 초과이익을 누릴수 있을지 혹은 지속가능할지도 지켜볼만한 부분 인 것 같습니다.
양준열
늘 잘보고 있습니다
Hyun Kang
젠틀몬스터라는 아이웨어 브랜드에서 글로벌 콜라보 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콜라보 출시에서 가장 “지양“되어야 할건 단순 “브랜드 이름“ x “브랜드 이름“ 로고 박힌 제품이었습니다. 반대로 저희 팀의 목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업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더더욱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hong Bae
좋은 말씀이네요. 네,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고맙습니다!
khlee1108
항공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결해 집에서 부친 짐을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최초로 만들고 있습니다. 곧 국내시장 먼저 시작하는데… 얼마전 전문업체에 설문조사를 맡겼더니 20대의 선호도가 61.8% 나 나왔습니다. 30-50대를 합친것보다 많이 나왔죠. 급히 수정해야하나 싶었는데 대표님께서 쓰신 내용을 참고해서 사업계획을 정밀하게 수정해야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