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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습관

얼마 전에 우리의 오래된 투자사의 이사회 미팅에 참석했다. 아주 힘든 사업을 하고 있는데, 10년 전 창업할 땐, 창업가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고, 투자자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다. 그동안 실수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까먹으면서 개고생했는데,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 방법을 찾았고, 그동안 마이너스 나는 사업을 하다가 작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흑자를 만들고 있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사업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지만, 실제론 인생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운다. 이런 힘든 사업을 무에서 시작해서 돈을 버는 과정을 옆에서 보다 보면, 가끔은 제삼자인 내가 토할 정도로 힘든 사업을 이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버티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갈까,,,라는 존경심이 항상 생긴다. 어쨌든, 창업가 예찬은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따로 하겠다.

같은 이사회 멤버인 다른 투자자분이 이 회사가 드디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을 보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입니다. 앞으로 계속 이 습관을 유지하세요.”라는 말씀을 했는데, 나도 이 말에 너무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의 반복을 통해서 만든 습관은 생활을 변하게 하고, 결국엔 인생을 바꿔놓는다. 습관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이후에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만드는 게 더 어렵다. 일단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 습관을 불러 올 수 있다.

회사가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 버는 습관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 하지 않고, 거창한 스타트업 놀이하지 말고,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을 하지 않고, 그냥 매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돈 버는 게 습관화되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 된다. 한 번 만든 흑자는 두 번의 흑자를 만들고, 이는 평생의 흑자로 이어질 수 있는, 창업가들의 인생과 회사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슈퍼 마리오 효과‘라는 글을 썼는데, 돈을 버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야 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실수를 많이 할 것이다. 실수하면, 우리 몸은 이 실수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좀 따른다면, 돈 버는 사업이 만들어지고, 이를 또한 계속 반복하다 보면 흑자가 만들어진다. 한 번 온몸으로 경험한 흑자 만드는 방법은 몸에 습관처럼 남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우승과 비슷하다. 이겨본 놈이 계속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우린 자주 하는데, 시합에서 한 번 이긴 선수는 승리의 자신감이 생기는데, 이 자신감은 뇌 일부분을 자극하고, 이 부분이 자극받으면 반복적으로 우승할 수 있다.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다. 스타트업 놀이 말고, 돈 버는 걸 습관으로 만들어라.

면접의 허상

이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과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만 선택하면, 그건 당연히 사람이다. 대표이사는 시간의 50%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50%는 있는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내가 채용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면접에 많은 공을 들인다. 면접의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면접의 횟수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시니어 매니저 레벨의 직책에 지원했는데, 6개월 동안 12번의 면접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떨어졌다. 면접의 종류도 코딩하기, 케이스 풀기부터 술 마시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매뉴얼을 개발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쓰면서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그래서 우린 이런 고도화 된 면접 방법을 통해서 정말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무는 정말 못 했던 적도 있고, 혼자서는 일을 잘 하는데 팀원들과 같이 했을 땐 팀워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주변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하고 채용하는 매니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면접을 20번 해도 그 사람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진 알 수 없고, 실제로 일을 잘해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진 알 수가 없다.

이게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은 단기간 안에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 – 입시 학원처럼, 면접 학원도 있다 – 일은 못 해도 말발만 살아 있으면, 면접에선 100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 내가 아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내가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친구, 대학교 룸메이트, 동아리 선후배,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좋은 사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분들이 공동 창업가나 동료로 일하는 곳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잘하는 걸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게 한계가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잘 아는 사람의 인재풀은 바닥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만 작동한다.

두 번째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갖고, 이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제 일을 잘하는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2개월 정도의 수습은 약간 애매하다. 2개월 정도는 일을 잘하는 척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연기하긴 어렵다. 6개월 같이 일해보면, 이분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인지 충분히 파악된다. 또한, 일을 잘하는 분도 본인이 회사와 케미가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하므로 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권장한다. 이런 제안에 격하게 반대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그 이유로 자존심과 모욕감 등을 언급하면 이건 적신호다.

마지막 방법은, 채용보단 보상에 대한 방법이다. 내가 전에 이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면접을 기반으로 직책과 연봉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입사 시 ‘one 직책 one 연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컴공과를 막 졸업한 25살 엔지니어든, 15년 개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직책이 둘 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이 두 분의 입사 연봉은 무조건 동일하게 가는 전략이다. 같은 직책이라도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연봉이 더 높고, 특히나 면접 때 말을 잘하면 연봉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현대 사회의 채용 전략인데, 나는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본다. 경력이 많다고 그 일을 잘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 면접 때 말발에서 이기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입사할 땐 모두 다 연봉을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일 년 후 업무 평가에서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드라마틱하게 인상해 주는 방법이 좋은 사람을 계속 회사에 남게 하고, 아닌 사람은 퇴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위 3개의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피곤한 면접 횟수는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실은, 어쩌면 한국은 사람을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내보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더 중시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직된 해고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면접하고, 다양한 채용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란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또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런치랩

*이 글은 우리 투자사의 홍보성 내용을 포함합니다. 관심 없거나, 이런 홍보성 내용이 싫으면 그냥 안 읽으면 됩니다.

우리 사무실이 위치한 삼성역엔 식당이 엄청 많다. 점심을 항상 밖에 나가서 먹진 않지만, 나가서 먹는다면 도보로 갈 수 있는 식당이 1,500개는 충분히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다가 배달 음식까지 포함하면, 식당과 메뉴의 선택지는 정말 많아진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삼성역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한다.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공통으로 매일 같은 질문을 할 것이고, 이건 외국의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선택할 옵션이 넘쳐흐르는데도,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수십 년 동안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해서, 우린 계속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었다.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었지만, 플레이팅이라는 회사에 여러 번 투자하면서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랬지만, 플레이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배달하는 사업은 돈 버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보통 이런 경험을 하면, 많은 분들이 이런 사업은 어렵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망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분야나 사업에는 다시 투자하지 않는다. 우린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는 잘 안됐지만, 아직도 오늘 뭘 먹을지라는 문제는 존재하고, 오히려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다른 방식으로 이 시장에 접근해서 성공한다면 엄청나게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른 창업가들을 만났지만, 항상 2% 부족한 점들이 보였고, 이미 우리가 F&B 분야에 투자를 좀 많이 하면서 돈 버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많이 경험해서 그런지, 조금 더 보수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선뜻 투자하진 못했다. 그러다 런치랩을 검토하게 됐고, 비즈니스 모델도 꽤 단단하고, 창업가도 용병형 성향이 강해서 몇 달 전에 런치랩의 첫 기관투자자가 됐다.

런치랩의 사업은 간단하다. 가정식, 샐러위치(샐러드+샌드위치), 샐러드밀 중 하나만 고르면, 매일 회사로 점심을 배달해 주고, 먹은 후에는 음식쓰레기까지 포함한 남은 모든 걸 다시 수거해간다. 메뉴는 회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 식단이 걸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선택 장애를 없애주기 때문에 많은 바쁜 직장인들이 훨씬 더 좋아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메뉴를 단순화하는 게 운영 효율 면에서도 훨씬 비용이 덜 든다. 참고로, 가정식 도시락은 밥과 국을 따뜻한 상태로 그대로 배달해 줘서 가정식과 비슷한 분위기의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원래 런치랩의 주 고객층은 대기업보단 사내 카페테리아나 식당이 없는 직원 50명 이하의 회사였는데, 요샌 대기업도 종종 문의가 들어오면서 런치랩의 점심 서비스를 그룹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인원수(4~5명), 이용주기(주 2회 이상만) 등 기본 요건만 맞으면 누구든 런치랩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에서 문의하거나, 바로 점심 체험하기를 신청해 보면 된다. 이 블로그를 보고 알게 됐다고 하면, 할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 더 잘 해줄 거다.

슈퍼마리오 효과

얼마 전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슈퍼마리오 효과’에 대해서 알게 됐다. 꽤 흥미로운 컨셉인데, 여기서 너무 자세히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 궁금한 분은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슈퍼마리오류의 미로 탈출 게임을 한 두 실험군이 있었는데, 한 그룹엔 실패하면 “잘 안됐네요.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가 보였고, 다른 그룹엔 “방금 5점을 잃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어떤 그룹이 결국엔 게임을 더 잘했을까?

심리학적으론, 인간은 보상에 대한 갈망보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점수를 잃었다는 메시지를 본 그룹이 점수에 대한 손실과 실패에 대한 공포 때문에 결국엔 게임을 더 잘했을 거라고 난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본 그룹이 월등하게 더 잘했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실패나 실수보다 목표에 집중하는 게 이기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슈퍼마리오 효과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대체 사람의 신체와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길래 성공의 확률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상승할까? 해답은 ‘반복’이라고 한다. 위의 예에서 점수를 잃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점수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진 않고, 심지어 중도 포기하기도 하지만,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본 그룹은 계속 반복하고, 여러 번 반복하면 할수록 이길 확률은 올라간다고 한다. 이 현상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반복을 더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고, 더 많은 실수를 할수록 몸이 알아서 그 실수의 원인을 찾게 되고,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 뇌가 학습과 변경을 위해서 신경 회로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한다고 한다.(이런 뇌의 현상을 전문 용어로 neuroplasticity라고 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반복을 하는 것이다. 반복의 횟수가 핵심이다. 운동을 새로 배운다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현상이 작동해서 더 빨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잘 아는 ‘1만 시간의 법칙’도 실은 반만 맞는 법칙이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1만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1만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반복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는지가 학습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내가 왜 이 슈퍼마리오 효과에 관심을 더 갖게 됐냐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반복을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를 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이 과정이 마치 창업가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초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효율적으로 초기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은 가설을 세우고, 지속적인 테스팅을 통해 이 가설들을 검증하면서 틀린 가설은 버리고, 맞는 가설은 계속 더 뾰족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가설과 테스팅의 핵심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product iteration과 testing을 반복하는 것인데, 위에서 말한 이런 과정 중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반복의 횟수를 늘리면, 더 많은 틀린 가설을 검증할 수 있고(=실수), 조직은 이 틀린 가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매우 열린 자세로 학습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으로 진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끝내기 보단 – 이렇게 할 수가 없다 – 완벽함 보단 실행에 무게를 실으면서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서 다양한 실수와 실패를 하고, 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창업가가 정말 단단한 사업가가 된다. 이들은 실패에 집중하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그 목표에 집중하고,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행동한다. 비록, 그 행동 중 대부분이 틀리더라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창업가의 성장은 곧 조직의 성장과 맞물려 있는데, 내가 그동안 직접 보고 경험했던 이 스타트업의 현장이 팟캐스트에서 슈퍼마리오 현상에 대해서 들으면서 계속 생각났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무시하고, 실패보단 목표에 집중하고, 지속적인 반복과 배움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계속 연습하다 보면 더 많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선교사와 용병

창업가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새 내가 “이분은 이렇다. 저분은 저렇다.”라고 구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missionary와 mercenary 창업가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는 번역은 없지만, 편의를 위해서 나는 missionary 파운더를 사명형 창업가라고 하고, mercenary 파운더를 용병형 창업가라고 한다. 사명형 창업가는 어떤 깊은 목적이나 사명감 때문에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결국 이 사명감을 실천하는 것에 집중한다. 용병형 창업가는 이 반대의 의미인데 단기적인 수익이나 큰 엑싯을 꿈꾸면서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돈에 집중한다.

쉽게 말하면, 사명형 창업가는 큰 비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고, 용병형 창업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실은, 막상 이 두 유형의 창업가들을 만나보면, 이런 사전적인 의미같이 흑백으로 이분들을 구분하기보단,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냐,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사명형 창업가도 엑싯을 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어 하지만, 미션/비전 또는 돈 중 하나만 선택하자면 전자이고, 용병형 창업가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미션과 비전이 있지만, 하나만 선택하자면 돈을 선택한다.

나한테 굳이 어떤 유형의 창업가를 선호하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용병형 창업가를 조금 더 선호했다고 할 수 있고, 최근 5년간 이런 내 선택은 더욱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용병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많은 투자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물질적인 욕심보단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업가들을 선호하는데,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미션을 주장하는 창업가보단, 그냥 미팅에서 “어렸을 때 가난해서, 돈을 정말 많이 벌고 싶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창업가들을 좋아했다. 돈 벌기 위해서 사업하는 건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깊이가 없고 얕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에 의하면 돈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 이 두 부류 창업가들의 또 다른 점은 바로 이들의 진화의 과정이다. 나는 오히려 용병형 창업가가 시간이 갈수록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봤는데, 사명형 창업가는 계속 더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경험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상을 바꾸는 것과 미션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창업한 분들이 시간이 흐르고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들에겐 아직도 돈이 매우 중요하지만, 뭔가 세상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돈이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기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사명형 창업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션에 대해 더 집착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많은 하드코어 사명형 창업가들은 이런 강한 개인적인 성향을 주장하면서 돈을 버는 것엔 관심을 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용병형 창업가들은 거창한 전략이나 로켓 성장하는 미래를 약속하기보단, 그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출을 만들고 사업을 잘 돌아가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 학벌이나 경험이 그다지 대단하진 않지만, 무조건 돈을 벌고, 사업 놀이가 아닌, 진짜로 사업을 하겠다는 그릿(grit)이 다른 창업가들보단 강한데, 얼마나 강한가 하면 이런 용병 정신이 실제로 눈빛에서 보인다.

나는 미셔너리인가, 아니면 머서너리인가? 돈 버는 사업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업 놀이를 하고 있는가? 모두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