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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장 vs. 누적성장

이 차트는 어떤 회사의 2019년도 월 누적 매출 성장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1월에 1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 그래프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냥 대충 보면 아름다운 그래프이고 성장하는 회사처럼 보인다.

cumulative sales

이젠 이 그래프를 한번 보자. 이 그래프는 같은 회사의 2019년도 월매출 성장을 보여준다. 같은 회사, 같은 매출이지만, 누적이 아닌 1월부터 12월까지의 개별 월매출인데, 성장은 없고 오히려 회사는 퇴보하고 있다.

monthly sales

보시다시피, 같은 회사의 수치지만,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누적 수치는 회사가 정말로 건강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가끔 회사 자료들을 보면, 월 수치는 없고, 이런 누적 수치로 도배된 장표만 보이는데, 대표가 잘 모르고 누적 수치만 강조한 거면 가급적이면 월 수치로 수정하길 권장한다. 만약 알면서도 회사에 불리하니까 월 수치를 일부러 제거한 거라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재충전

지난주 부터 한 일주일 동안 여수의 시골 어촌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웬만하면 월, 목 글을 포스팅하는 걸 빼먹지 않고, 이번 휴가 동안에도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쉬다 보니 몇 번 건너뛰게 됐다. 30대였을때만해도 나는 휴가나 재충전이라는걸 믿지 않았다. 그런 건 약한 사람들을 위한 거고,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성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일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개똥철학이었던 거 같다.

이제 나는 쉬는 거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옹호자가 됐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시간을 내서라도 일에서 손을 좀 떼고 쉬는걸 주장하는, 휴가에 대해서는 유러피안 마인드를 고집하고 있다. 나도 짧게는 3개월에 한 번씩, 또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짧게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데, 올 해는 한 번도 이런 시간을 갖지 못 해서 몸과 마음이 조금 지치긴 했다. 올 해는 예상치 못 했던 큰 변수가 코비드19 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바뀔 때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 년이 거의 다 갔고, 이제 이렇게 스위칭 하는 게 익숙해졌으니, 조금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놓을 순 없다. 여기에서도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이메일 확인하고, 중요한 일들은 처리하고 있는데, 딱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은 다 미루고 있다. 우리도 이제 투자사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해야 할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가 8년 전에 존이랑 나만 사업을 할 때 보단 복잡해졌다. 그래서 스트롱 인원도 충원했지만, doing more with less 전략을 취하다 보니, 항상 일이 넘친다. 그래도 내 파트너 존, 그리고 조지윤 책임과 허연정 매니저와 같은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큰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하고 있다.

잠깐 쉬면서 재충전하는 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이 말을 나는 요새 굳게 믿는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모두 너무 바쁘다 보니 쉴 시간도 없고 휴가 갈 시간도 없고, 며칠 자리를 비우면 큰 일이 날 것 같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래도 아무 문제 없이 모든 게 잘 돌아가더라. 그래서 일부러라도 자주 채충전의 시간을 갖는걸 권장한다.

이 사진은 지금 에어비앤비로 머무는 숙소의 마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마도 콜하고 있는 거 같은데, 사진 제목은 ‘노인 VC와 바다’ 이다.

사진 2020. 10. 13. 오후 5 59 30

노인 VC와 바다

숫자 싸움

투자받는 순서에 따라서 우린 펀딩 라운드를 시리즈 A, B, C, D 등의 알파벳으로 표시한다. 여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고, 그냥 말 그대로 순서에 따라서 구분하는 것이다. 스트롱은 주로 시리즈 A 이전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자인데, 이때는 대부분의 사업이 완성된 제품도 없고, 제품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없고, 고객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나 매출과 같은 수치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 팀을 보고 투자하고, 팀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창업가의 스토리, 성품, 실행력,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 등을 그 어떤 특징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시리즈 A부턴 투자자들이 숫자를 따진다. 미국의 경우 100억 원 이상을 주로 시리즈 A라고 하는데, 한국은 이보다 조금 작은 거 같고, 내가 봤던 한국의 시리즈 A는 30억 원 이상인 것 같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받으려면, VC도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하고, 회사도 이 규모의 투자를 받기 위한 그릇이 돼야 하는데, 이 그릇은 대부분 숫자다. 전에 내가 미국의 Shark Tank 프로에 나왔던 창업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회사의 성장이 좋고 숫자가 좋으면 모든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요새 Y Combinator가 약간 맛이 간 거 같지만, 그래도 다른 악셀러레이터 출신 회사보단 아직 YC 출신 회사들이 훨씬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YC 데모데이는 한국의 데모데이랑은 조금은 다른데, 일단 발표 시간부터 2분 30초로, 주로 5분 발표를 하는 다른 데모데이보다 짧다. 이 2분 30초 동안, 대부분의 창업가는 정성적인 이야기보단 정량적인 숫자 이야기를 한다. 즉, “우린 창업 후 15개월 동안 매달 20% 성장했습니다.”와 비슷한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머지 남은 시간도 거의 숫자로만 도배된 슬라이드로 발표를 한다. 발표 자료에 숫자가 없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다.

스타트업은 종합 예술이다. 비전도 중요하고, 장기적인 전략도 중요하고,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스토리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창업 초기에 시드 투자 받을 때는 이런 정성적인 내용을 투자자들이 많이 참고하게 된다. 하지만, 규모가 더 큰 투자를 받으려면 점점 더 이런 정성적인 부분의 중요도는 떨어지고, 숫자가 왕이 되기 때문에, 정량적인 수치가 중요하다는걸 모든 대표들은 명심해야 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 중에도 숫자를 유독 잘 보면서 관리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기본적인 회사의 매출이나 MAU 조차도 잘 못 외워서 물어볼 때마다 다시 엑셀을 열어봐야 하는 분들이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지표를 머리 속에 담가 다니면서, 누가 물어보면 기계적으로 줄줄 외우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이 대부분 사업을 정말 잘한다. 외우기 위해서 이런 숫자를 외운 게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수치를 개선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뇌에 박히는 것이다.

어떤 투자사들은 아예 실시간으로 비즈니스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내부용뿐 아니라 투자자들과도 공유한다. 이걸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KPI들이 보이고, 작은 회사지만 이런 깊이 있는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그렇다고 이런 수치만 계속 보고, 실시간으로 트래킹한다고 모두 다 사업을 잘 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표 중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받은, 사업을 정말 잘하는 분 중 본인들 비즈니스의 숫자를 잘 모르는 분 들은 단 한 분도 없다. 내 사업의 KPI를 모두 다 줄줄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어딘가 계속 기록하면서 모니터링하고 트래킹하고 있어야 하며, 결국 이런 걸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확인하고 보면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결국 외우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숫자를 잘 관리해야 하고, 결국 사업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는 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베이브 루스 vs. 스즈키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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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Nchuccida / 크라우드픽

조지 허먼 루스 주니어는 베이브 루스(Babe Ruth)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메이저 리그 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이었다.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 리그에서 22시즌을 뛰며 통산 714개의 홈런을 쳤다.
우리한테 조금 더 친숙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는 현역때 별명이 ‘안타제조기’ 였는데, 일본과 미국에서 친 안타는 총 4,367개이다. 이걸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의견이 다르지만, 일단 숫자로만 따지면 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안타를 잘 치는 선수라서 홈런은 베이브 루스보단 한참 떨어지는 118개를 쳤다.

나는 야구 보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록을 다 외우면서 특정 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그런 열성 팬은 아닌데, 오늘 이렇게 베이브 루스랑 이치로 선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야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새 내가 계속 생각하는 것과 야구 선수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몇 자 적어보고 싶어서이다.

누군가 스트롱은 어떤 스타일, 전략의 투자를 하냐고 물어보면, 이 질문의 의도에 따라서 답은 다양해진다. 이 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한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린 이치로의 안타 전략 보단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한다. 실은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존이랑 나랑 스트롱은 무조건 홈런을 치는 전략으로 투자하자고 합의를 본 건 아니다. 실은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좋은 tech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펀드를 만들어서 시작했고, 다른걸 떠나서 우린 창업가 그 사람 자체에 투자하는 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투자라는 생각을 해서, 가급적이면 좋은 창업가에게 아주 초기에 소액을 투자하는 초기 투자를 했다(물론, 그렇게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돈 모으기가 힘들어서, 펀드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를 시작했고, 막 크진 않지만, 펀드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우리도 투자 전략이라는 게 조금씩 만들어져 갔다. 전략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우리는 소액의 자금을, 초기 단계의 회사에, 그리고 비즈니스/시장/숫자보단 창업팀을 보고 투자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우리가 지난 8년 동안 투자한 150개가 넘는 회사 중 절반 이상의 회사에 스트롱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기관투자를 했고, 심지어 어떤 회사는 우리 투자금으로 법인 설립을 할 정도로 우린 일찍 투자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 회사가 exit 할 때의 배수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워낙 일찍, 상대적으로 싸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exit이 많진 않았지만, 몇 개의 사례를 보면 모두 남들이 갸우뚱 할 때 우린 초기에 들어가서 회사가 잘 됐을 때 엄청 높은 배수의 위닝을 했다. 바로 위에서 말한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해야 하고, 우린 너무 잘한다는 자랑을 하는 게 아니다. 실은 이렇게 투자하는 건 그만큼의 리스크가 동반된다. 베이브 루스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는데, 공을 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배트를 휘둘러야 하고, 그는 이 말에 충실해서 홈런도 많이 쳤지만, 친 홈런의 두 배 이상인 1,300개 이상의 삼진 아웃을 당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진 않다. 홈런 exit이 하나 나오려면, 일단 exit이 가능한 회사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현실은 이 중 많은 회사가 망한다. 그래도 계속 공을 제대로 보면서, 열심히, 힘껏 배트를 휘두르다 보면 언젠간 홈런을 칠 수 있고, 이렇게 믿고 계속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투자를 보는 관점도, “여기 투자했다가 잘 못 되면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여기 투자해서 잘 되면 엄청나겠는데”라는 쪽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 베이브 루스 전략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다. 규모가 더 큰 투자를 하는 분들은, 오히려 큰 홈런보단, 작은 안타를 더 많이 치는 게 회사의 전략과 맞다. 이건 회사와 파트너의 성향, 펀드의 규모, 투자 철학 등과 맞물리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을 선택하면 이치로와 같은 안타 전략이 더 맞고, 크게 벌려고 하면 크게 휘둘러서 홈런을 치는 베이브 루스의 홈런 전략이 맞다.

투자유치개론

-9월 21일 업데이트: 오디오가 잘 안 들리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Special thanks to 정현주님/가우디오랩)

우리같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나요?” , “투자 받을 때 특히 조심해야할게 있을까요?”와 같이 투자받는 방법에 관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그냥 알아서 잘 투자받으면 되는 게 정답이긴 한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게 내 생각을 조금 정리한 동영상 두 개를 공유한다. 실은 녹음할 때 음성 처리가 잘 안되서, 볼륨을 거의 100으로 올려놓고 들어야 한다(그래도 어쩌면 잘 안 들릴지도 모른다). 다시 녹음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maybe some other time…그래도 내용은 이상한 스타트업 학원 같은 곳에서 돈 주고 듣는 것보다 훨씬 값질 것이다.

투자유치개론(Fundraising 101) 1부

투자유치개론(Fundraising 101) 2부 – 투자유치시 꼭 해야하는 Dos, 그리고 꼭 하지 말아야하는 Don’ts에 대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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