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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왜?”를 질문해라

몇 달 전에 꽤 공감이 가는 내용을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최근에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 팟캐스트를 들어서 기록을 위해 블로그에 적어본다. “The Three Whys 원칙”이라는 질문에 관한 내용인데, 모든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최소 세 번 반복해서 던짐으로써, 일차원적이고 표면적인 답변을 넘어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론에 대한 글과 인터뷰였다.

이 원칙은 단순히 표면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어 진짜 문제의 파악 및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가 들었던 인터뷰에서는 타이타닉호에 대한 예시가 언급됐는데, 여기에 세 번의 “왜?”를 질문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타이타닉호는 왜 침몰했나요?
>> 빙산과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2/ 빙산과 왜 충돌했나요?
>> 선장이 빙산을 못 피했기 때문입니다.
3/ 선장은 왜 빙산을 못 피했나요?
>> 과속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의 타이타닉호 침몰에 대해 첫 번째 질문에서 멈춘다면,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서 침몰했기 때문에 앞으로 거대한 배들의 침몰을 막기 위해서는 빙산이 없는 곳으로만 다니거나 빙산을 부숴서 작은 얼음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레이저 장비나 무기를 모든 배에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세 번 해서 알아낸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진짜 원인은 이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바로 선장이 빙산을 발견했지만, 배의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해 방향을 못 틀어서 빙산에 박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그리고 세 번의 질문으로 얻은, 거대한 배들의 침몰을 막을 수 있는 훨씬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과속 금지와 정속 주행이다.

이후에 나도 많은 현상에 대해서 한 번만 “왜?”라고 질문하지 않고, “왜?” , “왜?” , “왜?” 이렇게 세 번씩 질문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전반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방식에 꽤 큰 도움이 되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왜?”라는 질문을 수시로 하고,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잘 찾는다. 그런데 석학들만큼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분들이 바로 창업가들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많은 필수 제품과 앱들이 창업가의 불편함으로부터 시작됐는데, 이들은 일반인처럼 불편함을 그냥 묵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했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왜?”를 계속 질문하는 습관은 결과적으로 사고를 더 깊게 만들고,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명확하게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원인을 계속 묻다 보면, 실제 해야 하는 행동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위의 타이나틱호의 예를 다시 사용해 보면, 빙산을 분해하는 기기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과속하지 않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계속 질문하고 “왜?”라고 묻는 걸 습관화해서 우리 모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하다 보면 더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제) 모바일 디톡스

지난주 미국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를 탔는데, 다음 미팅으로 가는 도중 급하게 이메일을 하나 보내야 해서 차 안에서 핫스폿을 키고 일을 좀 했다. 정신없이 이메일 쓰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해서 급하게 짐을 챙기고 내렸는데 아뿔싸,,,옆에 잠깐 빼놨던 전화기를 차 안에 놓고 내린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우버라면 그냥 다시 문 좀 열어달라고 할 텐데, 웨이모는 한 번 잠기면 그다음 승객이 탈 때까진 문이 안 열린다. 내가 놓고 내린 전화기가 창문으로 보이는데 문은 안 열리고, 야속한 웨이모는 뒷좌석에 내 전화를 실은 채 그다음 승객에게 달려갔다.(나중에 와이프랑 통화하니, 그냥 발로 차든지 해서 차에 흠집을 내면 그냥 그 자리에 멈추고 경찰이 왔을 테고, 그러면 전화를 찾을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다음엔 그렇게 해야겠다).

웨이모가 간 후,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것과는 다른, 뭔가 다른 차원의 공황 상태를 경험하면서 머리가 완전히 새하얘졌다. 정신 차리고 웨이모에도 연락하고 아이폰도 리모트로 잠가서 전화기 안의 정보 도난 관련 걱정은 사라졌는데 – 아이폰의 보안 기능은 정말 대단하게 잘 만든 것 같다. 실은 너무 과하게 잘 만들어서 나같이 분실한 경우가 아니라 실수로 애플 계정이 날아가거나 하면 좀 짜증 날 정도다 – 내 인생 자체가 전화기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이 당황스러웠다.

제일 힘든 건 우버였는데 다행히 노트북으로 우버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서 우버를 부르면 차를 내가 찾을 수 있지만, 워낙 차가 많은 공항은 너무 힘들었다. 일단 와이파이가 되는 공항 안에서 우버를 부르는 건 문제없지만, 특히 LA 공항은 워낙 개판이라서 우버 기사와 문자와 통화를 하면서 서로를 찾아야 하는데, 공항 밖으로만 나오면 와이파이가 끊겨서 기사와 연락할 방법이 없어지고, 밖에서 차를 못 찾아서 다시 와이파이가 되는 공항 안으로 들어와서 우버를 확인해 보면 이미 기사는 갔거나 공항을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그래서 노트북으로 우버를 공항에서 처음 부르고 차에 타기까지 거의 40분이 걸렸다.

이후에 내가 찾은 방법은 우버 기사에게 “제가 전화가 없어서 저를 찾아야 합니다. 173cm 아시아 남자, 블루 재킷을 입고 있고, 하얀 노트북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거였는데, 이렇게 하면 100% 다 나를 잘 찾았다.

그다음으로 힘든 건, 뱅킹이었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송금 승인을 해야 하는데, 2FA 장치가 모두 분실한 한국 전화의 번호 또는 거기 깔린 인증 앱과 연동되어 있어 납입하는 데 큰 지장이 있었다.

그다음 날, 그리고 다다음 날은 아침 일찍 비행해야 해서 내가 다시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을 새로 산 건 전화를 분실하고 3일 이후였다. 3일을 전화 없이 살 수 있다니! 그리고 그동안 계속 웨이모와 확인해 봤지만, 내가 탔던 차에서 전화기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고, Find My로 확인해 보니 내 아이폰의 상태는 계속 오프라인이었다.

최신 아이폰을 새로 산 후, SK텔레콤에 전화해서 – 정말 몇 년만에 호텔 전화로 국제 전화를 했다 – 상황을 설명하고 비대면으로 다시 한국 번호로 eSIM을 받아서 설치하면 상황 정리될 줄 알았는데, 웬걸,,,이건 내가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아이폰을 새로 샀지만, 이걸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더 답답한 상황이 됐다.

결국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미국에서 eSIM을 발급받고, 이 번호로 애플 계정을 완전히 새로 만들고 필요한 앱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이메일이 이미 과거에 애플 계정을 만드는 데 사용됐었거나, 현재 계정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이메일이 고갈됐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메일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것도 여러 인증 과정을 거치면서 쉽진 않았지만, 결국 전화기 분실 5일 만에 우버와 은행 앱들을 설치하고 업무에 필요한 일들을 제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었다.

로밍하던 한국 전화기를 외국에서 잃어버린 이 상황, 그리고 외국에서 전화기 없이 업무를 처리한 5일에 대해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할 만했던 것 같다. 첫날은 너무 불안해서 힘들었지만, 둘째 날부턴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고, 몇 가지 급한 업무만 아니었으면 어쩌면 나는 남은 열흘을 전화 없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과거에 전화 없이도 잘 살았고, 전화가 없으니까 전화하는 사람도 없고, 카톡도 안 오고, 문자도 안 오고, 불필요하게 페이스북이라 링크드인을 계속 열어보지도 않고, 주식이나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지도 않고, 뭔가 궁금할 때 구글이나 AI에 물어보지도 않고,,,이렇게 살아보니, 기계가 아닌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했고, 이동하면서 내 주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었던, 정말 인간답게 살았던 짧지만 길었던 5일이었다.

비록 강제적이었지만, 미국에서의 5일 동안의 모바일 디톡스는 내 52년 인생이 들어있던 작은 기계로부터 내 인생을 다시 내가 되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나는 핸드폰이 있는 인생이 더 좋은 것필요한 것 같아서, 귀국 후 옛날 번호를 되찾고 다시 이 작은 기계의 노예가 기꺼이 됐지만, 전화기 없던 기간은 나름 행복했고, 혹시나 또 전화기를 잃어버리면, 당황하지 않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배웠던 좋은 경험이었다.

일단 작은 습관을 만들어라

한국에서는 미국만큼 인기가 있진 않지만,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James Clear의 “Atomic Habits”라는 책이 있다.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 혹시 안 읽었다면, 특히 의지가 약한 분들에겐 일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거창한 습관보단 작은 습관을 만드는 걸 강조하고, 이렇게 계속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으로 습관을 개선할 수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몸에 쌓인 나쁜 습관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작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클리어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강조하는 건 – 나는 이 분의 인터뷰를 몇 개 들어서 잘 안다 – 습관을 개선하고 싶다면, 일단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습관 자체가 없으면 개선해야 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맨 먼저 해야 하는 건 작은 습관을 만들고, 작은 습관이 좋은 습관이 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나를 좀 알거나, 이 블로그를 몇 년 동안 읽은 분들이라면 알 텐데, 나는 습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과 루틴의 동물이다. 스트롱을 시작하고 14년 동안 나는 매일 거의 비슷한 루틴을 지켜오고 있고,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습관은 몸에 잘 배게 꽤 집요하게 노력한다. 습관이 몸에 배게 하려면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Atomic Habits를 읽다 보면 내가 그동안 했던 게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일단 작은 습관을 만들고, 이 습관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노력을 수십 년 동안 한 것이다.

저자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예시가 몇 개 있다. 운동을 평생 하지 않던 남성이 운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헬스클럽에 여러 번 등록했지만, 운동을 습관화하는 데 매번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건 비현실적이고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분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한 달 동안 매일 헬스장에 가서 2분만 있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매일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이 몸에 배었다.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을 만든 후에는? 매일 한 시간씩 운동 했을까?

아니다. 그 이후 한 달 동안은 일단 매일 헬스장에는 갔지만, 가서 푸쉬업을 5개만 하고 다시 집으로 왔다. 이걸 한 달 동안 매일 반복했다. 매일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을 만들었고, 매일 푸쉬업 5개씩 하는 또 다른 작은 습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인 운동 습관을 개선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헬스장에서 매일 2분 서 있다 돌아온 건 실제 책에 있는 내용인데, 그 이후 푸쉬업을 5개만 했다는 내용은 내가 그냥 이 남자의 그다음 행보를 상상해 본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평생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이 갑자기 하달에 책 한 권씩 읽겠다고 다짐하고, 도서를 수십 권 구매하는 걸 나는 주위에서 여러 번 봤다. 그래도 이들은 일 년에 책 한 권도 못 읽는데, 그다음 해에 같은 다짐을 하고, 또 수십 권의 책을 사면서 집에 읽지 않는 책이 계속 쌓인다.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작은 습관부터 만들어라. 일단 책을 항상 가까운 곳에 둬라. 눈에 책이 보이면 더 자주 만지고, 더 자주 만지다 보면 더 자주 열어서 읽게 된다. 책을 더 자주 보고 만지고 여는 작은 습관이 만들어지면, 하루에 딱 두 페이지만 읽는 습관을 만들어라. 더 많이 읽고 싶어도 한 달 동안은 매일 두 장만 읽어라. 두 장만 읽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그 이후엔 페이지수를 늘려라. 이렇게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인 독서 습관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헬스장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는 헬스장 출입문이다. 무게를 치려면 일단 헬스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습관을 일단 만들어야지 운동하는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부분은 책 표지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표지를 열어서 읽어야 하는데 이 습관을 만들어야지 독서하는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다행인 건 이 작은 습관은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빨리 작은 습관을 만들어보자.

내가 안 하는 것들

얼마 전에 끝난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10위 안에는 못 들었지만, 총 10개의 메달을 따면서 나름 선방했다. 으레 그렇듯이, 선수들이 귀국한 후에 메달리스트들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결승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운동은 하루에 몇 시간씩 하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하는 걸 몇 번 봤다.

내가 모든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본 건 아니지만, 메달리스트들에게 물어보는 공통된 질문들이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건 뭔가요?” ,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습관 같은 게 있나요?” , “바빠도 매일 꼭 챙겨 먹는 게 있나요?” 등과 같이 매일 하는 것, 또는 항상 챙기는 것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은 사회자나 스태프가 선수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이 분은 뭘 먹고, 뭘 입고, 어떤 운동을 하고, 누굴 만나고, 자기 전에 하는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챔피언의 하루’를 촬영한다.

실은, 이런 포맷의 인터뷰와 프로그램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워낙 흔한 거라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보는데, 나는 오히려 위대한 챔피언들을 챔피언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이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보다, 이들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운동선수들에게 “당신이 절대로 하지 않는 건 뭔가요?” , “당신이 절대로 먹지 않는 게 있나요?” ,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절대로 만들지 않았던 습관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데 난 오히려 이런 것들을 공개 방송에서 물어봤으면 한다.

실제로 위대한 운동선수, 사업가, 군인 등과 같이 한 분야에서 남들보다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분들과 직접 이야기해 보면, 이들이 강조하는, 현재 본인들의 위치에 오르는 데 가장 중요했던 건, 반드시 지키고 했던 루틴보다 반드시 하지 않았던 루틴과 습관이라고 하는 걸 나는 정말 많이 들었다. 처음엔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장수의 비결을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소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공통적인 대답을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건 그 대답의 이면에 있는 과식하지 않고 담배 피우지 않고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사실인 것 같다. 즉, 뭘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다.

더 건강하고, 더 성공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가? 한가지씩만 비결을 댓글로 공유해 주면 좋겠다.

네트워킹의 조모(JOMO)

외부 투자를 아예 안 받고 revenue funding으로 본인의 교육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후 좋은 회사에 엑싯한 존경하는 창업가이자 오래된 내 친구 블레인이 얼마 전에 이런 링크드인 포스팅을 했다. 내용이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창업가들에게 하는 조언과 거의 비슷해서 짧게 몇 자 더 적어 보고 싶다.

일단 이 포스팅에서 하는 말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네트워킹이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고, 네트워킹 행사에 가면 대부분 참석자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행사에 안 온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쓸데없는 네트워킹 행사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업가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금 극단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실제로 창업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오는 네트워킹 행사는 드물고, 이런 행사는 상당히 비싸다. 그리고 이런 행사는 참석자들을 선별하기 때문에 도움을 얻으려고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는 창업가들은 초대받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왜 우린 네트워킹 행사에 목숨을 걸까?

다른 분들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과거 경험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나도 2010년 전후로 LA에서 뮤직쉐이크에 있을 때 한 1년 동안 네트워킹에 목숨을 건 시기가 있었다. 내가 살던 LA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였고, 1시간 15분 정도 비행기 타고 북쪽으로 가면 테크와 VC의 수도인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세계 경제가 복귀하면서 이 두 도시에서는 투자자와 창업가를 연결해 준다는 네트워킹 행사와 파티가 날마다 열렸고 나는 정말 열심히 행사에 참여했다. 오전에 샌프란시스코 행사에 참여했다가 비행기 타고 LA로 복귀해서 저녁에 산타모니카 행사로 직행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 시기가 지난 후에 내가 과연 몇 개의 행사에 참석했는지 세어 본 적이 있는데, 1년에 한 110번 정도였던 것 같다. 모두 다 “네트워킹”이라는 명목하에. 모두 다 “사업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1년 동안 미친 듯이 행사에 참석한 후에 나는 아예 행사 다니는 걸 멈췄다. 그다음 해에는 5개 미만의 행사에 참석했던 것 같고, 그 이후에는 그 숫자가 0으로 줄었다.

일단, 그렇게 행사에 참석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과 ‘네트워킹’을 시도했지만, 결국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큰 회사(예: 페이스북, 구글, 음악 레이블 회사 등) 사람들도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사람들은 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나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나는 전혀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행사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다 낯익은 얼굴이 됐다. 똑같이 뻔한 사람들만 계속 네트워킹 행사에 오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도 나처럼 본인들은 상대방에게 줄 게 전혀 없고, 상대방에게 도움만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행사에서 항상 마주치던 창업가들을 보고 – 이들이 나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 나는 “저 사람들은 이렇게 행사만 찾아다니면, 도대체 일은 언제 할까? 제품은 언제 만들고, 고객은 언제 만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잘 안되는 이유가 너무나 명확해졌다. 대표이사가 일은 안 하고 이런 행사에서 시간 낭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잘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도대체 내가 이렇게 네트워킹 행사에서 시간 때울 때 이들은 뭐 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행사에서 기웃거리면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때, 잘하는 창업가들은 제대로 된 제품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building and shipping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본인이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치밀하게 관찰하고 고객과 시장과 소통하면서 사업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도 대부분 스타트업은 망한다는 걸 깨달았고, 대표가 네트워킹 행사만 참석하면 그나마 이런 승산도 없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많은 창업가가 이런 네트워킹 행사에 안 가면 본인들만 뭔가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인 FOMO(Fear of Missing Out)에 불안해하지만, 나는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놓치는 즐거움인 JOMO(Joy of Missing Out)를 실천하고 즐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네트워킹 행사에 안 가면서 FOMO가 아닌 JOMO를 즐기는데, 훨씬 더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에 갈 시간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고객을 만들고, 좋은 매출을 만들고, 나만의 내공을 쌓아서 네트워킹 행사에서 남들이 꼭 이야기해 보고 싶고, 꼭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직접 돼라. 결국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