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몇 번 인용했는데, 내가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고 썼던 이런 시가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강미정 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인데, 내가 살고 싶은, 그리고 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잘 압축한 몇 줄의 문장이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내가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주옥같은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와중, 내가 자주 듣는 전직 특수부대원의 팟캐스트(Jocko Podcast) 인터뷰에서 어떤 군인이 본인의 인생철학은 “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 또한 내 마음가짐을 완벽하게 정리해 주는 주옥같은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과 결심을 한다. 나는 새해 다짐은 없고 그냥 인생 다짐만 있는데, 매년 1월 1일 많은 분들이 대단한 다짐들을 한다. 아주 거창하고 거대한 다짐들인데, 이런 거창한 다짐을 하는 분 중 실제로 실행하는 분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앞으로는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고 말해줄 것이다.

새해가 되면 또 헬스장에 인간들이 바글바글할 것이다. 며칠 전에 친구가 “새해가 되면 꼭 운동 끊어서 일주일에 최소 4번은 헬스장 가야지”라고 했는데, 나는 이 친구에게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당장 등록해서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신년에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결심할 시간에 그냥 오늘 당장 가서 운동 시작하는 게 더 쉬운 일이다. 그리고 헬스장 등록할 필요도 없고 그냥 매일 스쿼트 하면서 양치하고, 양치 끝나고 푸쉬업 5개씩만 하면 된다. 작은 것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이 작은 일을 계속하면 아주 큰 일이 되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일을 하려고 하면 잘 안된다.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큰 일도 완벽하게 하는데, 나는 이걸 매달 월말에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포트폴리오사 대표들에게 매달 업데이트를 공유해달라고 한다. 뭐, 그렇게 대단한 내용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월간 리포트를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사업을 하는 분들이면 매달 정기적으로 사업 내용을 검토하고 잘한 것과 못 한 것을 복기하면서 조금씩 더 좋은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어려움이 닥치는데, 월간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건 정말 작은 일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일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표들이 너무 많다. 한 달에 한 번, 월 마감하면서 투자자와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예의인 간략한 리포팅도 못 하는 분들이 무슨 사업을 하고, 펀드레이징을 하고, 영업을 하고, 채용을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지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항상 큰 한 방을 노리고, 큰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작은 것부터 완벽하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 완벽함과 위대함을 추구해라. 그러면 크고 원대한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종이, 펜, 그리고 손 필기

어느 날 사무실에서 새로운 창업가와 첫 미팅을 하는 도중, 미팅 룸을 둘러보면서 다른 팀 동료분들을 봤다. 모두 다 귀는 창업가의 발표를 들으면서, 눈은 대형 화면의 발표 자료, 창업가의 얼굴, 그리고 각자의 노트북 모니터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손가락으로 열심히 미팅 노트를 적고 있었다. 어떤 분들은 AI 노트 테이킹 앱으로 대화 내용을 녹음하면서 요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딴짓하는 분들도 내 눈에 띄었다. 각자의 노트북 화면을 내가 볼 순 없었지만, 분명히 다른 이메일 답장을 하거나, 슬랙을 하거나, 또는 그날 저녁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해서 단톡방에서 개인적인 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딴짓하는 걸 창업가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게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누가 봐도 미팅 도중에 그 미팅 내용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그걸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건너편에서 우리를 보면서 열심히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창업가는 이걸 100%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는 미팅할 때, 아예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는다. 종이와 볼펜만 미팅룸에 가져가고, 완전 옛날 방식으로 종이 위에 펜으로 내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쓴다. 내가 듣는 내용도 정리하고 요약해서 쓰고, 중간마다 그 창업가에 대해서 느낀 점들도 펜으로 다 적는다.

내가 아직도 종이와 펜을 고집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단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는 그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에 새기고, 또 마음에도 새기는데 가장 탁월한 암기 방법이다. 이걸 과학적으로 증명한 여러 가지 연구가 있고 논문도 있는데, 이렇게 뇌과학적으로 파고 들어가지 않아도 이 현상을 나는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매일매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뇌로 처리하고, 손으로 쓰고, 쓰면서 다시 눈으로 보고 읽으면서 뇌로 한 번 더 정리하는 이 행위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대단한 능력이자,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항상 지키고 개선하고 싶은 습관이다. 어쨌든 손으로 종이 위에 펜으로 필기하는 게 나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미팅 노트테이킹 방법이다.

두 번째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나보다 내 앞의 사람이 말을 훨씬 더 많이 하는 우리가 주로 하는 창업가와의 미팅에서, 발표하는 사람의 건너편에 앉은 우리 앞에 있는,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은 딴짓하는 걸 잘 감춰주는 최고의 도구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더 아쉽고 부탁할 게 많은 미팅인데, 미팅룸에서 다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로부터 테이블의 건너편에 앉아서, 나는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해 죽어라 이야기하는데, 내 건너편 사람들이 실제로 미팅 메모를 적는 건지, 아니면 쿠팡에서 쇼핑하는 건지 궁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펜, 종이, 그리고 필기는 나와 만나는 상대방이 제대로 주목받고 있고, 내 관심을 100% 받고 있다는 느낌을 완벽하게 줄 수 있다. 상대방이 말할 때, 나는 그들이 말하는 걸 내가 집중해서 듣고 있고, 그들이 말하는 걸 내가 요약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고, 이걸 가장 잘 전달할 방법은 그들과 계속 아이컨택트를 하면서 펜으로 종이에 미팅 내용을 적는 것이다.

11월 말에 나는 올해의 마지막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만나는 잠재 투자자와 미팅했는데, 미팅에 참석한 두 명 모두 본인들 노트북으로 딴짓하는 게 너무나 명확했던, 정말 짜증 나는 1시간이었다. 나는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거의 목이 쉴 정도로 열정적으로 샤우팅 하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내 말을 듣는 척 연기하면서, 마치 내 이야기를 노트북에 타이핑하는 척했지만, 모두 경험이 있겠지만, 이게 금방 티가 나고 들키게 된다. 솔직히, 성질 같아서는 그 노트북을 엎어버리고 딴짓하려면 꺼지라고 하고 싶었다. 물론, 아쉬운 게 나라서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하지만, 내가 저런 사람들에게 출자받고 앞으로 10년 동안 – 펀드의 만기가 10년이다 –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을지 잘 모르겠다. 그분들과 한 시간 미팅을 위해서 나는 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왔고, 그걸 뻔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미팅 시간 내내 이메일 확인하고, 슬랙 보내고, 친구들과 금요일 저녁 어디서 만날까 왓츠앱 하는 걸 생각해 보면, 벌레 같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트롱 팀동료들도 창업가와 미팅할 때 노트북으로 노트테이킹을 하는데, 전에 내가 한 번 미팅 시간에 노트북으로 딴짓할 정도로 다른 중요한 일이 있으면, 미팅에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이건 우리와 미팅하는 창업가들에 대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그냥 예의도 아니고, 최소한의 예의다. 어떤 분들은 미팅하면서 그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계속 검색하는데, 이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고, 이런 건 미팅 전에 이미 조사해서 준비해 왔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미팅하게 되면, 상대방의 이야기는 전혀 머리에 안 들어오고, 서로 1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그 창업가는 내가 위에서 느꼈던 것처럼 우리를 벌레 같은 VC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AI가 노트테이킹을 다 해주고, 다 요약해 주고, 그다음에 뭐를 할지까지 알려주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내 생각을 손으로 종이에 직접 쓰는 걸 나는 강력하게 권장한다. 앞으로 이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고, 어쩌면 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쓰면서 내 기억력을 글씨로 요약하는 행위는 나만의 엄청난 해자(垓字)가 될지도 모른다.

“Why”가 아니라 “What”

이 글을 읽는 다른 VC가 있다면, 아마도 나와 비슷할 것인데, 다음과 같은 창업가들을 분명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만나도 호감이 안 가고, 만나면 만날수록 더 싫어지는 종류의 창업가들이 있다. 실은 이런 분들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요새 내가 정말 피하고 싶은, 만나면 하루가 다 피곤해지는 분들이 바로 변명하는 창업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사업은 더럽게 못 한다. 제품도 잘 못 만들고, 영업과 마케팅도 잘 못 한다. 그리고 이러다 보니 펀드레이징도 잘 못한다. 뭐, 실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렇긴 하다. 대부분 제품 잘 못 만들고, 잘 못 팔고, 투자 잘 못 받는다. 하지만, 변명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이렇게 사업이 잘 안되는 이유를 항상 밖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항상 경쟁사를 탓하고 비방하고, 투자를 못 받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멍청해서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비슷한 회사가 투자받으면, 우리 회사가 저 회사보다 기술력도 좋고, 내가 저 대표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 왜 저 회사는 투자받고 우리는 못 받는지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자존심 상해하고, 그 이유를 밖에서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이렇게 모든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변명하는 분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what)”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간에 “왜(why)”에 대해서 너무 많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가 우리 회사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고, 이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가 훨씬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왜 다른 회사 매출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우리는 무엇을 하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1년 동안 100명의 투자자를 만났음에도 전부 다 거절당했는데, 우리보다 월등히 기술력도 떨어지고, 사기꾼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경쟁사는 수백억 원 투자받았다면, 왜 우리보다 안 좋은 회사는 투자받았지,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우리는 지금 당장 뭘 하고, 뭘 고치면 투자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걸 권장한다.

물론,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왜에 동반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나는 전혀 문제가 없고, 나는 너무 잘났는데 다른 사람들이 멍청해서 나를 못 알아본다는 남 탓하는 악성 관점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무엇”에 집착하면 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뭔가를 고쳐야 한다는 자신을 탓하는 시각을 갖게 되는데, 정말로 좋아지고 싶다면, why가 아니라 what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을 탓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왜”보단 “무엇”에 입각한 고민과 반성을 하기 바란다. 설령, 나는 잘났는데 남들이 멍청하고 못나서 나를 못 알아봐도 그게 현실이니까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려 노력해 봐라.

근데 현실은, 내가 멍청하고, 내가 못났고, 내가 이상하니까 일이 안 풀리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각, 새로운 생각

요새 한국의 어린이들 10명에게 나중에 커서 뭐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연예인, 가수 또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는 이야기를 전에 어디서 들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공식적인 시장 조사 자료는 없지만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대충 맞을 것 같고 아마도 몇 년 후에는 이렇게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10명 중 10명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과의 식사 자리였는데, 당시 모임에서 대부분 한국의 장래가 어둡고, 요새 젊은 애들 정말 문제가 많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긴 했는데 솔직히 나는 이게 그렇게 한국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건 아니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너희 장래 희망이 뭐니? (너희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대통령, 과학자, 교수님, 의사, 변호사, 경찰관, 소방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과 같은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존경받고, 좋고 안정적으로 인식되는 직업을 택했다. 나도 아마도 과학자라고 항상 대답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솔직히 내가 원하는 것보단 주위 사람들이 바라던 답을 했던 것 같다.

연예인과 유튜버가 과연 과학자나 대통령보다 못 한 직업일까? 일단 위에서 이야기한 모임에 있던 분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실은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과 유튜버는 제대로 된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 보고 검토했던 사업들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때문에 바뀌기도 했지만, 내가 스스로 내 생각과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위의 모임에서 왜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을 지칭하는 크리에이터라는 업종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실은 왜 훨씬 더 좋은 직업인지 열심히 내 생각을 말했고, 그분들에게 계속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점점 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여러 번 날렸다.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 초반까지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었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게 남과 내가 생각하는,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었다. 그런데 요새 우리는 회사로 출근은커녕, 침대에서 잠옷 입고 전 세계 1억 명을 대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와 행동을 하면서 연 매출 10억 원을 만들 수 있는, 나같이 올드한 세대가 봤을 땐 참으로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변화와 신기함은 계속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창업가들을 보면서 나는 이 변화를 직접 매일매일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창업가와 이들이 하는 사업에 대해서 듣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게 뭐야 ?”이고, 어떤 사업은 내가 전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창업가와 사업을 접할 때마다 “이런 건 사업이 아냐. 제대로 된 직장 경험도 없는 어린애가 폰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는 걸 누가 봐.”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패스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각과 생각으로 모든 걸 바라봐야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돈지랄

요새같이 창업 scene이 재미있고 짜릿했을 때가 없을 정도로 좋은 기술과 좋은 창업가들이 이 생태계에서 많이 보인다. 일어나서 다시 잘 때까지, 이 짧은 시간 동안 매일매일 뭔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홍수같이 쏟아져서 남들보다 앞서가긴커녕, 남들과 페이스를 맞추고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벅차고, 가끔은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일상이 항상 똑같아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한 고민이다.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매우 정신없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와중에 요새 내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돈지랄을 하는 창업가들이다. 원래 개인적으로 돈이 많거나, 아니면 엑싯을 해서 돈을 번 창업가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돈 많다고 자랑하고, 본인이 직접 열심히 번 돈을 어떻게 쓰든, 그건 전혀 상관없는데, 내가 여기서 말하는 돈지랄 하는 창업가들은 남의 돈을 마치 자기 돈으로 착각하고, 뭐 여기까진 봐줄 만하지만, 자기 돈같이 생각하는 걸 넘어서 자기 돈같이 쓰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일단 시작은 쓸데없이 비싼 음식점에서의 회식, 그리고 안 가도 되는 술집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모두 다 접대와 영업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되는데, 결국 돈은 개인 지갑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전부 법카로 처리한다. 법카 비용은 누구 돈으로 정산되는가? 투자받은 돈이다. 큰 계약을 하기 위해서, 좋은 인재 채용을 위해서, 경영진의 리더십 워크샵 때문에,,,뭐 갖다 붙이면 그럴싸한데, 회사에 돈 없으면 못 하는, 회사에 돈 있어도 안 해도 되는 돈지랄이다. 이런 거 안 해도 회사 잘 굴러간다. 나는 오히려 본인들이 회삿돈으로 골프 치고 싶어서 법인 골프 회원권 샀고, 그냥 맛있는 음식 먹고 싶어서 호텔 양식집에서 법카 긁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덜 밉다.

분수에 넘치는 법인 차량이 그다음인 것 같다. 영업해야 하면 법인 차량을 마련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돈도 못 버는 회사가 비싼 외제 차를 법인 차량으로 구매해서 고객을 만나러 가는 영업이 아니라 임원들 출퇴근과 주말에 놀러 다니는 용도로 제공하면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이 외에 어이가 없었던 건, 아직 한국에서도 헐떡거리고 있는데 해외 지사를 동시에 여러 개 설립하고, 그 지사에 채용할 인재들을 말도 안 되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면서 영입하는 행동들, 그러면서 글로벌 회사가 되려면 이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단순한 1차원적인 논리를 갖다 붙이면서 이들에게 정말 과한 혜택을 주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도 몇 번 봤다. 회사는 아직도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아서 계속 마이너스가 발생하고, 제대로 사업하라는 의미로 투자한 돈을 이렇게 개념 없이 펑펑 쓰는 걸 보면 이 분들에게 – 우리 포트폴리오든 아니든 –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된다. 이렇게 기본적인 비용 관리의 개념도 없는 분들이 사업을 도대체 어떻게 하고, 이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정말 걱정된다.

이런 창업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마치 이 돈이 본인이 사업을 잘해서 번 돈으로 착각하고, 남들이 보고 듣는 자리에서 그 자랑을 한다. 그리고 투자받은 돈을 자기 돈처럼 펑펑 쓴다. 도덕성이 없는 건지, 기본 개념이 없는 건지, 아마도 이 두 가지의 어느 중간 지점에서 모두 왔다 갔다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마이너스의 구간을 지나서 회사가 돈을 벌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이익이 발생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잡았다는 의미이고, 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면, 내가 봤을 땐 정확히 어디에 돈을 쓰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엔 돈 쓰는 걸 그렇게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사업을 만든 분들이면, 기본적인 비용 개념은 확실히 잡힌 창업가일 확률이 높고, 위에서 말한 이상한 돈지랄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남의 돈과 내 돈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노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그냥 기본 상식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걸 잘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