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반사회적 동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우린 너무나 많이 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인간은 개인으로는 존재하고 있어도 혼자 살 수 없으며, 공동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혼자 이 세상에 오고, 갈 때도 혼자 가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연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는 관계를 통한 상호교류를 해야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회적 동물의 정의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살아야 하므로 스스로 행동하기보단,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생각하냐에 따라서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내가 나를 정의하지 않고, 남이 나를 정의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이 정의가 점점 더 적합해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나는 요새 느끼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단, 내가 이걸 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고, 내가 나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하기보단, 남이 나를 판단하게 놔두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가끔은 그냥 반사회적 동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남이 나를 정의하게 하지 않고, 내가 나를 정의하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이 이런 반사회적 인간들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맥락에서는 반사회적 인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간과 복리

같은 사업을 5년 이상 하고 있는 창업가 중, 아직도 product market fit을 제대로 못 찾았거나, 아니면 핏은 찾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면, 어느 순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순간이 올 것이다. 스타트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런 창업가들에게 5년밖에 안 했는데 너무 빨리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그냥 계속하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5년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는데,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 요새 꽤 많다.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은 항상 쪼들리고, 제품 출시에 걸리는 시간은 항상 더 오래 걸리고(어떤 팀은 출시도 아직 못하고 있다), 사람 관리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어렵다. 말만 대표이사지, 회사의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사람이고, 머리로 일하는 줄 알았는데, 초기 몇 년 동안은 머리보단 몸을 더 많이 써서, 퇴근하면 하루 종일 막노동한 것과 같이 온몸이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래도 이들은 회사의 주인이라서 긍정의 힘으로 버티는 걸 자주 봤지만, 오랫동안 큰 성장이나 성과 없이 일하는 직원분들에게 이 상황은 훨씬 더 스트레스풀할 것이다. 뭔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생각하고 합류했는데, 힘들기만 하고 그만큼의 보람이 없다면 우리 회사가 정말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불을 더 지르는 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다니는 스타트업은 투자도 잘 받고, 고속 성장해서, 나만 발전이 없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직원분들이 대표이사에게 계속 불안, 불만과 회의감을 표현하면 대표이사도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방황하는, 길을 잃는 순간이다.

요새 이런 고민을 하는 창업가와 대표들을 나는 많이 만난다.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 이 글에서는 그냥 “5년”을 기준이라고 했는데, 2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다 – 이미 어느 정도의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도 프로덕트 마켓 핏을 못 찾았다면, 이분들에겐 아마도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하지만, 핏을 어느 정도 찾아서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시장에서의 브랜딩도 어느 정도 되어 가고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 곡선을 수년 동안 만들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겐 나는 시간과 복리의 힘을 믿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냥 단순한 기능 몇 가지 만들어서, 운 좋게 돈 좀 벌고 빠질 계획으로 창업했다면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해보기 위해서 창업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인정하고, 하는 일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때마다 이 사실을 스스로 각인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completing이라는 말보단 building과 shipping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한 번 만들어 놓고 완성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출시하고, 또 출시하고, 그리고 계속 만들고 또 만들기를 반복해야 하는,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을 했고, 뭔가 길을 찾았지만, 성장이 더디다면, 무조건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

시간의 힘을 믿고 있다면, 복리의 힘 또한 믿어야 한다. 한 번에 대박 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출시, 노력, 운, 우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융합된 게 차곡차곡, 아주 느리게 쌓이고, 또 쌓이다가, 소위 말하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이게 복리 이자랑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시작했는데 복리가 쌓여서 폭발하기 위해선 무조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면 복리의 원리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가 있다면, 신을 믿어야 한다. 창업을 했다면 시간의 힘을 믿고, 복리의 힘을 믿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누구나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조회수를 늘려야지만 팔로잉과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는 좋은 콘텐츠보단 쓰레기가 훨씬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삶에 의미를 주는)목적이 있는 콘텐츠(purpose driven contents)’를 만드는 우리 투자사 Jubilee Media에서 최근에 “한국에서 흑인으로 살기란?(What Is It Like To Be Black In South Korea?)”이라는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특정 커뮤니티의 다양한 시각을 알아보기 위한 사회적 실험의 일환으로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샘 오취리를 포함해서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6명의 흑인 또는 흑인계의 남녀가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관해서 물어보고,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세련되고 재치 있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이라서 짧진 않지만,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 특히 아직도 편견이 존재하는 유색인종 – 사는 건 어떤 느낌인지 평소에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외국에서 좀 살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내가 아직도 이해해야 할 게 이 세상에는 참 많다고 느꼈고 한국에서 태어났고 다른 한국인과 외모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의 흑인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미디어의 내용만 봤을 땐 이 친구가 좀 심했다고 생각도 했지만, 또 이 영상에서 샘의 발언을 들어보니까, 역시 모든 이야기에는 여러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솔하게 판단하지 말고, 모든 내용을 열린 마음으로 잘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다는 반성도 살짝 했다.

영상을 다 본 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들의 생각과 의견에 공감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100% 다 동의 하는 건 아니다. 만약에 내가 이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면, 나도 몇 가지에 대해선 반박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건 그냥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의견을 존중하면서 듣고, 수용할 수 있냐가 핵심이다.

그래도 내가 여기에 출연한 분들에게 느꼈던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한국은 이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봐도 신경도 안 쓰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가 영어를 해도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글로벌 국가가 됐다.(참고로, 20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누가 영어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아직도 full globalization으로 가려면 우리가 해결하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full globalization이 좋냐를 따진다면, 이건 또 다른 주제가 되겠지만. 내가 이들의 입장에 있었다면, 과연 나는 낯선 나라에서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할 수 없는 시선과 의견들을 매일 접하면서 살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출연한 6명 모두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훨씬 더 컸고, 한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다. 나는 이런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유오피스, 공유하우스가 요새 많이 유행하는데, 어떻게 보면 한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유하우스이자 공유오피스인 것 같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야지만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상의 댓글도 매우 다양하고 인사이트풀하다. 그냥 밑도 끝도 없는 hate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고,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코멘트들이 달린 걸 보면, Jubilee Media에서 이 콘텐츠 자체를 잘 기획하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싸우지 않는 싸움

우리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게 미팅, 대화, 토론이 아닐까 싶다. 조직에서 일하면, 리더이든 팀원이든, 아마도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미팅이고, 실은 혼자서 일하는 분이라도 고객이나 협력사와 미팅을 꽤 많이 할 것이다. 미팅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집단지성으로 찾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미팅을 실제로 진행하다 보면,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도 개인마다 다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산적인 대화 보단, 날이 선 언쟁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화가 이 방향으로 흐르다 보면,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서로를 공격하면서 누가 더 옳고, 누가 더 틀렸는지를 따지는 싸움으로 번질 확률이 매우 크고, 나도 이런 상황을 상당히 많이 경험해봤다. 아마도 미팅을 많이 하는 분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미팅은 주로 창업가들과 하는 외부 미팅이 훨씬 더 많지만,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식 내부 미팅을 하고, 비공식적인 대화나 토론을 상시 한다. 스트롱 팀원 모두 자라온 배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에, 특정 사람/기술/시장/분야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우린 이런 차이점을 리스펙트하면서 동시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도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생산적인 토론을 하진 않고, 가끔은 감정이 격해지면서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생산적인 대화가 아닌 자존심의 싸움을 하기도 한다.

나는 스트롱을 시작하고 초반에 존이랑 이런 자존심 겨루기를 꽤 많이 해봤다. 둘이 극과 극의 성격의 소유자이고 – 참고로, 존은 ENFP이고 나는 ISTJ이다 – 세상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상이해서,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너무 달랐고, 둘 다 나름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가능하면 이해시키고, 둘이 동의 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도 우리의 생산적인 대화를 위한 노력은 두 초등학교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고, 감정싸움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고, 우리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싸워야 하는데, 결국엔 존과 내가 둘이 싸운 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왜 내가 너보다 똑똑하고 잘났고, 왜 내가 맞고 너는 틀렸는지를 설득하다 보니까, 서로 너무 피곤했고 생산성은 바닥을 치는 날들도 많았다.

그러다가 우리가 합의한 사항이 하나 있다. 내 기억으로는 존이 먼저 제안했는데, 바로 “let’s agree to disagree” 였다. 즉, 서로의 배경과 뇌의 구조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서로 인정하자는 이야기다. 이 말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나는 서로 생각이 달라서 동의하지 않아도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같이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즉, 골치 아픈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팀원들의 생각이 달라도, 결국 우리 공공의 적은 이 문제이지 서로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각이 다른 팀원들이 열심히 토론해서 공공의 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면, 언제나 매우 만족할만한 생산적인 미팅과 토론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꽤 유명한 작가이자 행동심리학자인 Liz Fosslien이 그린 게 있다. 나도 이분의 트위터에서 봤는데, 저작권 때문에 여기에 올리진 않겠다. 직접 가서 보시기 바란다. 나는 이 이미지를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좀 어려운 미팅 참석할 때마다 한 번씩 보고 대화에 임하는데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또는 덜 싸우고,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모두 다 싸우지 않는 싸움을 하는 좋은 하루가 되길.

글 쓰는 훈련

요새 운동할 때 음악과 팟캐스트를 번갈아 가면서 듣고 있는데, 얼마전에 ‘이쓔스, 스타트업 털어주마’에서 아웃스탠딩 조혜리 기자님과 인터뷰 한 내용을 꽤 재미있게 들었다. 페이스북 친구이긴 한데, 직접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이 분이 쓴 기사는 전에 몇 개 읽어봤고, 기자의 본질인 writing을 꽤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뷰 내용을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테크분야에 대한 이야기보단, 조 기자님의 텍스트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나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취미생활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민망한 끄적거림 수준이지만,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손가락으로 전달하고, 이걸 글로 전환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탁월한 특권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한다. 블로그 외에도 나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로 한다. 말보다 글은 훨씬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자 채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입만 벌리면 발사할 수 있는 말보단, 생각과 정리가 조금 더 필요한 텍스트야말로 상대방을 고려하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2007년부터 블로깅을 시작했으니, 벌써 15년째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이게 참 어렵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좋을 글을 쓰기 위해선 누구나 다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나 기자 분 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진 분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이런 작가들은 외국에도 많지만 요샌 한국 작가 중 내가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한국 테크 분야에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기자들이 유독 없었는데, 요샌 아웃스탠딩 기자들과 같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는 분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건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조 기자님의 말 중 가장 동의했던 부분은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다. 숏폼, 동영상, 오디오, 이모티콘, 문자, 카톡 등의 새로운 콘텐츠 포맷과 채널이 요샌 워낙 많아서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텍스트의 빛이 바래고 있지만, 그래도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도 여러 가지 방법과 채널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데, 텍스트만큼 의미 전달이 가장 확실한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텍스트가 더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텍스트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텍스트 콘텐츠를 생성하려면 꽤 큰 노력, 연습, 훈련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지만 콘텐츠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의도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이런 노력이 들어간 텍스트 콘텐츠를 제대로 읽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아니다. 15년째 블로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엄청나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 아직은 질보단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기적으로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뭐라도 좋으니 많이 쓰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고, 이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다. 그리고 누구나 다 좋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인 노력, 연습, 그리고 엄격한 훈련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