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내가 10년째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1호 악셀러레이터 프라이머 26기 데모데이가 있었다. 나는 프라이머 데모데이는 항상 흥행 수표라고 농담하는데, 이날도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와서 한국의 창업 열기는 아직도 뜨겁고, 이제 시작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가졌다. 프라이머 데모데이의 주인은 창업가들이고, 하이라이트는 이들의 피칭이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면 하나의 번외 일정이 있는데, 프라이머 파트너들과의 AMA(Ask Me Anything) 세션이다. 몇 년 전부터 이 AMA 세션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꽤 좋고, 우리도 편안하게 좋은 분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어서 이번에도 진행했고 나도 무대에서 다양한 질문을 듣고 답변했다.

어떤 서울대학교 학생이 본인도 창업에 관심이 많은데 학생 때는 뭘 하면 창업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나는 이분에게 졸업하고 창업할 생각이면 학생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다음 세 가지에 대해서 알려줬다.

일단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테크 관련 기사와 뉴스레터를 읽으라고 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현재 어떤 창업가들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잘 공부하고 있으면, 큰 기술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세히는 아니겠지만, 대략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기사와 뉴스레터 읽는 건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대학 4년 동안 스스로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습관화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질문하는 습관을 만들라고 했다. 뛰어난 창업가들은 모두 에디슨같이 많은 질문을 한다. 이들은 계속 “왜?”라고 질문하고,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하면 본인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창업하는데, 이게 일반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이건 왜 이렇게 하나요?”라고 물어볼 순 있는데, “그건 원래 그래요.”라는 답을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거기서 질문을 멈춘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왜 원래 그런가요?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나요?”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남들이 잘 못 보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시작한다. 실은 이런 질문하는 것도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대학 4년 동안 스스로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어느 정도 습관화될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술 좀 작작 먹고 그 시간에 기사 읽고, 질문하는 습관을 만들라고 했다. 이 또한 4년 동안 반복하면 금주가 습관화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친구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는데, 괜히 공개적으로 실망하게 하기 싫어서 AMA 세션에서는 더 이상 입을 벌리지 않았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어떤 좋은 학교라도 창업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요샌 웬만한 대학교에 창업 관련 수업도 있고, 프로젝트도 많이 하고, 심지어 어떤 대학에는 창업학과도 있는 걸 봤다. 내가 봤을 땐 다 예산 낭비, 시간 낭비고, 이런 수업을 듣는 건 모두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 이야기하고, 투자를 받고, 직원을 채용하고, 그리고 수많은 우울감, 공황, 그리고 저점을 경험하면서 바퀴벌레같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건 그 어떤 교수도 가르칠 수 없고, 그 어떤 학교에서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창업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준비가 되면 창업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창업하고,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면 창업하고, 돈을 모으면 창업하고,,,등등 수많은 준비를 하고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은 모두 다 창업 안 한다. 이들은 안 하는 사람들이다.

창업하고 싶다면 이론을 만들지 말고, 준비하지 말고, 그냥 해라. 하는 사람이 돼라. 그리고 학교에서 창업을 배우려고 하지 마라. 절대로 못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