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행동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게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는 것이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창업가는 이론을 만들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그냥 일단 행동한다. 일단 행동하고, 그 이후에 고민하는데, 빠른 결정을 해야 하는 창업가들에겐 이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나도 이런 분들과 매일 같이 일하면서 보고 배운 게 있어서 그런지, 일단 먼저 빠르게 행동하고 고민하는 편이긴 하다. 특히 여러 사람이 같이하는 일이라면, 너무 오래 고민한 후에 내리는 완벽한 결정보단 – 그런데 오래 고민한다고 그 결정의 질이 높아지진 않는다 – 일단 내가 할 일을 빨리하고 그다음 사람이 결정할 수 있도록 일을 넘겨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우리가 하는 일 중 많은 게 이렇다.
그런데 가끔은 당장 행동하지 않고, 한 몇 시간, 또는 하루 정도 후에 결정하면 서로에게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요새 내가 이런 경험을 꽤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 두 가지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뒷골이 확 당기는, 아주 화가 나는 내용을 읽었다. 나는 웬만한 이메일이나 문자는 항상 확인하자마자 바로 답변하는 습관이 있어서, 이런 내 스타일대로 그때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에 이입해서 바로 답했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직설적으로, 그리고 약간은 감정적으로 쓴 답변이 상대방을 더 자극했고, 더 자극적인 답변이 오면서 실제로는 점잖은 두 어른이 이메일로 싸움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욱’하는 이메일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내가 가장 먼저 답변한 내 이메일 내용을 다시 봤고, 이걸 읽자마자 “아, 이렇게 내가 답변을 하면 안 됐었구나.”라는 생각을 즉시 했다. 그리고 좀 후회했고, 바로 상대방에게 전화해서 사과하면서 잘 풀긴 했다.
또 다른 경험의 시작도 위와 비슷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역시 뒷골이 확 당기는, 아주 화가 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오전 8시에 미팅이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는 바람에 이메일에 바로 답변을 못 했다. 그리고 한 4시간 후에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내용을 읽어보니, 뭐, 그렇게 내가 화를 내거나 흥분할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주 어른스럽고 점잖게 답변을 해서 서로 만족할 만한 선에서 원만하게 일을 처리했다. 만약에 내가 오전에 운동하지 않고 바로 요 이메일에 답변을 했다면 위에서 공유했던 다른 경우와 비슷하게 자극적이고 감정적으로 답변했을 테고, 그러면 또 서로 피곤하고 후회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화가 나는 내용의 이메일이나 문자를 받거나, 아니면 전화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속에서 ‘욱’하는 게 올라오면, 절대로 당장 답변을 하지 않는다. 한 2시간 정도만 가만히 있다가 답변하거나, 화가 아주 많이 났다면 하루 정도 자고 생각해 본다. 영어로는 “let me sleep on it”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을 갖다 보면 놀랄 정도로 같은 내용이나 사물을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달라지는 경험을 많이 한다.
이 분야에 있으면 대부분 항상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하긴 하지만, 가끔은 한 박자 쉬고 행동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