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에 투자자에서 다시 창업가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지만, 안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중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능하면 투자를 받지 않고, 둘은 웬만하면 사람을 뽑지 않고 싶다. 본인은 열심히 투자하면서, 창업하면 투자를 안 받겠다는 말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VC가 싫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의 자본 없이 내가 스스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어서 첫날부터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고, 아무리 좋은 VC라도 투자를 받으면 사업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내가 만들고, 남의 돈 안 받고, 정말로 그동안 내가 보고, 느끼고, 실수한 배움을 그 누구의 간섭 없이 모두 다 사업에 적용해 보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웬만하면 외부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채용에 대해서도, 내가 그동안 280개 넘는 회사에 투자하면서 옆에서 간접적으로 배운 점이 정말 많은데, 그 중 딱 하나의 배움을 뽑자면, 가급적이면 채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시작할 땐 소수 인원으로 모든 걸 한다. 영어의 do more with less 정신으로 서로의 계급이나 직책 따지지 않고, 그냥 그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처리한다. 개발자가 화난 고객의 전화를 받아서 고객 서비스를 할 때도 있고, 영업 사원이 포토샵을 배워가면서 웹사이트 디자인을 할 때도 있다. 이 시기에 대표이사는 회사의 모든 잡일을 한다. 그리고 전원 모두 정말 열심히 일한다. 내가 아는 잘 되는 회사의 초기 멤버들은 창업 초기엔 일주일에 거의 100시간씩 일 했다. 이 단계에서는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게 오히려 회사에 부담을 안기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더 채용한다는 건 회사에 큰 재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새로 채용한 사람에게 업무를 가르칠 시간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인력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회사는 투자를 받고, 어떤 회사는 매출을 만들면서 스스로 돈을 버는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가장 먼저 사람을 채용한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대규모 채용을 하는데, 이때부터 회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특히, 정말로 필요해서 사람을 채용하는 전략이 아닌, 일단 사람을 채용하고 이 사람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회사는 생산성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일단, 현금이 상당히 빠르게 소진된다. 스타트업 운영비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인데 사람을 많이 채용할수록 비용 구조가 악화된다. 그리고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채용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채용을 못 한다. 70% 정도만 맘에 들면, 그냥 나머지 30%는 회사에서 채워준다는 생각으로 채용한다. 결과는, 나머지 30%를 채워주기 위해서 돈은 더 많이 써야 하고, 이 30% 채우기에 동원되는 다른 사람들의 업무가 지장 받으면서, 여기서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채용하다 보면, 결국엔 회사에서 노는 사람들이 생긴다. 한국의 경우,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하지도 못해서, 노는 사람들이 회사의 시스템 뒤에 숨어서 일하는 척하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이렇게 갑자기 커진 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해서, 사람을 대량 해고하면, 신기하게도 매출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비용은 내려가는데, 이런 경험을 해본 창업가들은 이제 되도록 사람을 안 뽑으려 한다.
스타트업의 첫 번째 채용 전략은 “웬만하면 채용하지 말아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100%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채용하면 안 된다. 조금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채워주면 된다는 생각은 직원의 절반 이상이 놀아도 시스템으로 잘 굴러가는 대기업에만 해당한다. 100% 맘에 드는 사람을 못 찾으면, 그냥 현재 임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이렇게 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더 올라가고, 실적이 훨씬 더 잘 나온다. 이건 내가 수년 동안 커지는 회사들을 옆에서 보고 배운 점이다.
그래서, 일단 가급적이면 채용하지 말아라. 임직원들이 모두 200% 캐파로 일해서 더 이상 더 많은 일을 못 한다면, 그리고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으면, 그때 한 명씩, 아주 천천히 채용해라. 그리고 정말 개 같이 일 할 수 있는 사람만 뽑아라.
10년이상 근무했던 첫 회사가 마지막 회사가 되면서 창업하여 현재 10년을 넘어가고 있으며 1년 전 두번째 창업을 하여 또 고군분투 중인 사람입니다. 제가 근래 하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글로 써 주셨는지 감탄할뿐입니다. 만퍼센트이상 동의합니다. 짝짝짝!
공감 합니다.
하지만 저런 경향도 투자버블이던 시기에나 일반적이었지, 요즘 같이 펀딩 어려운 시기에는 알아서 인력 채용 안하시는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는 과도한 밸류로 투자도 많이 받았는데 당장 돈 쓸곳이 없다보니 무턱대고 채용하는곳들도 많았죠
덧) 이런 맥락에서 극단적으로 적은 인원이 ai를 활용하여 사업을 키워나가는 사례들이 늘고 있고, 이는 근본적으로 vc라는 업에 대한 question mark 를 던질것이라고 봅니다.
다들 그럴싸한 미사어구로 본인들 가치를 포장하지만, 투자금 말고 value add 가 별로 없는곳들은 점점 힘들어질것이라고 봅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얼마나 멍청한 채용을 많이 하는지, 아시게 되면 놀랄거예요.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지켜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 너무 공감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내 근로기준법으로는 이 당연함을 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저는 글 내용에 크게 공감하고요, 대신 대표님이 쓰신 내용이 1인으로 창업하라거나, 솔로프리너나 1인 창업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받아들였어요ㅎㅎ ‘스타트업’의 본질로 봤을때, 크게 성장하려면 무조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Don’t scale your team until you have built something people want 정도로!
네,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매우매우 공감합니다. 그나마 잘하던 사람들까지도 물들이게되니 정말 최악인듯요
그럼에도 그 사람들이 제 풀에 지쳐 떨어져나가진 않을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초기 멤버들, 회사 브랜드 가치가 올라감에따라 이직하는 핵심멤버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렵습니다.. 애초에 저렇게 하드워킹할 수 있다는거 자체가 화무십일홍이라 대기업 까지는 아니더라도 채용을 반복하면서 안 좋은 선례에 대한 시스템을 꾸준히 만들고 결국엔 시스템이 사람에 의존하게 만들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여튼, 대표님 생각에 100% 동의하며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회사 운영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 또한 있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 지금 인공지능 기술들 보면 조만간, 1인 창업가 혼자서 웬만한 규모의 작업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서 빨리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보편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월 250만원 신입사원 vs 월 60만원 로봇렌탈비
저는 그래도 로봇이나 인공지능 보단, 사람(human)과 일 하는 걸 선호합니다. 인간들이 한심하고 짜증나는 면도 많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같이 일 하는데서 오는 즐거움 만큼 인생에서 보람과 기쁨을 주는 것도 많진 않은것 같습니다 🙂
제가 하려는 그 플랜을 정확하게 말씀 하셔서 놀랐습니다. 세상이 변해서 이제 꼭 고용을 하지 않아도 SaaS 형태로 받을수 있는것들이 많아져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개발자라 개발도 직접 할수 있어서.. 그래서 궁금한점이 생겼습니다. 1인 창업 기업이 낼수 있는 최대 매출(성과)가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회사가 조금 커지기 시작하는것 같아서 채용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