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곱추의 저자 빅토르 위고의 명언 중 “군대는 막을 수 있어도, 때가 된 아이디어는 막을 수 없다.(An invasion of armies can be resisted but not an idea whose time has come)”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요새 이 말의 중요성과 위력을 자주 느끼고 있다. 아마도 이분이 이 말을 한 배경에는 당시의 격동적인 새로운 시대적 흐름, 혁신, 그리고 사회 변화가 있었을 텐데, 시대의 흐름은 탄 거대한 불가항력적인 힘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이 말의 위력을 느끼는 건 프랑스 혁명과 같은 사회적 변화의 맥락이 아닌 기술적 변화의 맥락에서이다. 물론, 기술의 큰 변화는 혁신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론 사회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긴 해서 어떻게 보면 프랑스 혁명보다 더 큰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참 재미있는 나라다. 어떤 분야에서는 미국보다도 더 앞서가는 진보적인 정책과 규제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이게 과연 전 세계 GDP 10위의 선진국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규제가 낙후됐다.
이렇게 규제가 비합리적이고 낙후된 분야는 상당히 많지만, 그냥 요새 내가 항상 생각하는 몇 가지만 나열해 보겠다.
일단 모빌리티 분야는 한국에 꽤 센 규제가 존재한다. 2020년 3월에 만들어진 ‘타다금지법’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나는 정치인들이 타다라는 회사를 지명하면서 법을 만들었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나는 요새도 타다의 탑 고객이긴 한데, 점점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있고, 그냥 차만 크지, 일반 택시랑 점점 더 똑같아지고 있다. 타다금지법이 없었다면, 타다가 원래 지향했던, 일반택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더 편하고, 더 조용하고, 더 얌전한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가 잘 만들어졌을 텐데, 많이 아쉽긴 하다. 실은 이런 규제는 나 같은 시장의 고객(=시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old guard인 택시 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서 더욱더 아쉽다.
원격의료도 비슷한 것 같다. 원격의료 제도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지만, 부정적인 면 보단 긍정적인 효과를 훨씬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아직은 불법이다. 왜 불법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결국 현존하는 규제와 의료법은 기존 의사와 병원, 그리고 이들의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규제는 과거에는 적절했을지 모르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폐지되거나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래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규제와 법이 존재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기존 세력과 커뮤니티가 오래됐고,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바꾸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이 글의 주제같이 때가 된 변화와 아이디어는 그 어떤 강력한 정치인이나 집단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규제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어떤 기술이나 시장은 너무 새로워서 규제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투자사들과 같이 일하면서 특히 이런 점들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데, 로켓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나 배양육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아무리 좋고 상용화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이들이 하나씩 지키고 따를 수 있는 standard procedure와 법이 없어서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공격을 받는다. 결국 이런 새로운 frontier technology 분야에는 우리도 하루빨리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법적 프레임워크가 갖추어줘야 하는데, 중요한 건 이런 법을 만들 때 특정 단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아주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아주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오랜 전에 만들어져서 이제 특정 수구 세력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오래되고 쓸모없는 규제도 문제이고, 너무 새롭기 때문에 아예 규제가 없는 것도 문제인데, 결국엔 이 포스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그 어떤 규제와 법도 시대의 흐름을 탄 아이디어는 막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는 시대의 흐름을 빨리 탈 수 있도록, 그리고 잘 탈 수 있도록 최대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순응해야 한다.